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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일보] 고은 시인, 사할린 한인 위령제 참가 추모시 낭송
글쓴이 겨레말 작성일 2007.06.11

“아픈 역사는 현재형으로 지켜가야”

고은 시인, 사할린 한인 위령제 참가 추모시 낭송

사할린 한인 징용자의 영혼을 위하여 -고은

여기는 우리 겨레에게
분개의 땅입니다
여기는 우리 겨레에게
통곡의 땅입니다
여기는 우리 겨레에게
참회의 땅입니다


여기는 우리 겨레에게
어쩔 수 없는
혼백의 땅입니다

여기 사할린 꽝 얼어붙은
땅 위에서 피멍들고
땅 밑 칠흑 속에서
피토하며 쓰러집니다


1945년 8월 15일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갇혀버립니다

지난 60년
이것은 세월이 아닙니다
타버린 가슴입니다
타버린 잿더미입니다


오늘 사할린 위령제전에
저희들 달려와
여기 얼굴없이 서 있습니다
다만
머지 않아
집 한 채 지어
두고두고
백가지 말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삼가 추모합니다.


“광복 60주년이 지났고, 건국 60주년이 다가옵니다. 망국으로 인해 겨레 전체가 받은 고통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아픈 기억을 현재형으로 지켜가야 망국의 고통을 다시 겪지 않게 됩니다. 우리말로 문학을 하는 시인으로서 사할린 한인(韓人) 위령제에 참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10일 오후 러시아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시내의 한 극장에서 열린 ‘피징용 한인을 위한 위령·문화제’에서 추모시를 낭독한 고은(74) 시인. 그는 “사할린에 처음 왔지만, 1939년부터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 당한 우리 겨레 15만여명의 원한이 서려 있는 곳이라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징용당한 한인들이 지하 탄광서 비참한 생활을 하다 많은 이들이 병들어 죽었는데, 남은 이들조차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소련체제에 갇혀 살아야 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할린 현지 교민들과 한국의 종교, 문화계 인사들과 국회대표단이 참여한 이날 위령제의 추모시를 통해 “지난 60년은 세월이 아니고 타버린 잿더미”라며 “이게 겨우 달려와 여기 섰으니 머지않아 집 한 채(위령각)를 짓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그는 “사할린에 피징용 한인의 원혼을 달랠 기념물이나 한인 2, 3세를 위한 교육, 복지시설을 짓는 일은 당장 힘들더라도 우리 정부와 문화·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꼭 지원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고 시인은 “과거 역사의 아픈 기억을 까맣게 잊는 것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시인은 “이번 행사에 친구인 재일동포 작가 이회성(72)씨가 참여한 것이 너무나 반갑다”고 여러번 되뇌었다. 이씨는 작품 ‘다듬이질하는 여인’(1971년작)으로 일본 유명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최초의 재일 작가다. 1935년 사할린에서 한인 2세로 태어나 일본에 건너가 대학을 졸업한 후 주로 재일동포 2세의 주체성을 주제로 작품을 써 왔다. 이씨는 1982년 고향인 사할린을 취재해 ‘사할린 여행기’를 발표했으며, 1992년엔 소련 스탈린시대에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비극을 담은 ‘유역으로’를 발표했다.

고 시인은 이런 이씨의 문학적 여정에 문우로서 존경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는 “문학인이 전 생애를 바쳐서 과거 역사만 반추할 필요는 없으나 역사의 고통을 자기화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시인은 이번에 이씨와 만나 문학이 한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작가들이 사할린 한인의 삶을 문학적으로 끌어안아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뿐 아니라 겨레의 정체성 회복에도 일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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