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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향신문] 사설/ 이제 '언어의 통일' 까지 막을 셈인가
글쓴이 겨레말 작성일 2010.10.19

2010년 10월 6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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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 ‘언어의 통일’까지 막을 셈인가



 

남북 공동으로 추진해온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004년 10월 남북사회문화협력사업으로 승인을 얻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관련법이 2007년 4월 제정되어 3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았고, 그동안 남북교류협력사업 중 비정치분야에서는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2013년 발간을 목표로 작업은 50% 정도 진행됐다. 올해도 통일부 기금심의위원회에서는 예년처럼 지원을 결정했다. 그런데 돌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편찬사업비 13억7000만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전 편찬이란 작업의 속성상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중대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연구용역자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편찬사업회 관계자들은 이를 최근 고조된 남북간 긴장 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편찬사업회 이사장인 고은 시인은 “독일이 분단되었을 때는 동서독이 힘을 합쳐 <괴테사전>을 만들었고, 중국과 대만은 <양안사전>을 만들어 말의 길을 열어가면서 통일의 순간을 기다렸다”며 “무엇보다도 사전과 같은 비정치적인 학술교류마저도 막힌다면 민족과 국가의 품격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 경고했다. 모국어로 시를 지어 노벨문학상 수상자 물망에 오른 노시인은 제발 ‘어머니 말의 길을 막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에도 조선어학회를 만들어 사전 편찬 작업을 했다. 최현배, 이희승 같은 학자들은 검거되어 옥고를 치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우리 말은 우리 겨레의 정신적, 물질적 재산의 총목록이었으니 이를 지키는 것은 빛나는 항일투쟁이었다. 그 때 집대성한 것이 여섯권의 <우리말큰사전>이었다. 만일 조선어학회가 우리 말과 글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해방 이후 우리 민족은 문학 작품은커녕 변변한 출판물 하나 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일제 강점기에도 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우리 말과 글이다. 그 어떤 정치적 계산도 민족의 말을 지키는 작업보다 숭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남과 북의 60년 공백을 메우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여야, 세대와 계층을 초월하여 모두가 반긴 것이다. 그럼에도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을 끊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반민족적 처사이다. 13억7000만원을 삭감하여 민족의 대사(大事)를 망칠 것인가. 남북의 내일을 위해 통일세를 신설한다는 정부가 ‘언어의 통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니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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