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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휘발유를 꼴똑 넣어주세요
글쓴이 최영실 작성일 2012.09.11
“휘발유를 꼴똑 넣어주세요”
 
_ 최영실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북한이탈주민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북한에서 습관 되었던 언어 또는 사투리 때문에 당황하거나 에피소드로 웃음을 준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공항에 첫발을 내딛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강산이 한 번 바뀔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언어의 에피소드로 인해 주변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나에게 새 삶과 희망을 준 이 곳에서 제일 먼저 취득한 것이 ‘자동차 운전면허증’이다. 자가용으로 회사출근 하던 첫 날에 있은 일이다. 주유소에 들려 차 창문을 내리고 “기름을 꼴똑 넣어주세요.”라고 했더니 주유소 총각이 알아듣지 못했는지 다시 다가와 “얼마를 넣어드릴까요?” 하는 것이다. 나는 큰 소리로 “휘발유를 꼴똑 넣어주세요.”라고 했더니 총각이 하는 말이 “꼴또기가 뭐예요?” 하고 묻는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다시 “가득 넣어주세요.”라고 요청 하였다. 나는 차안에서 혼자 웃으며 북에서 쓰던 말 “꼴똑”과 남에서의 “가득”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급한 일이 생길 때면 북한 억양의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어느 날 북한 고향 친구들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수원으로 갔다. 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터널을 빠져 가야 하는데 네비게이션이 우회전을 하라고 안내하자, 친구가 하는 말이 “굴 칸으로 빠져 나가야 하는데 왜 이 네비는 우회전 하라고 하냐?” 라며 이야기 하는 바람에 차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왜냐하면 북에서 '터널'보다 '굴칸'으로 더 많이 사용했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음식에서 ‘식혜’는 북한에서 ‘명태식해’ 또는 ‘가재미식해’로 쓰이는데 남한은 음료수 ‘식혜’로 많이 쓰인다. ‘바쁘다’ 언어의 의미는 북에서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뜻으로 “생활이 바쁘다”로 쓰지만 남한은 시간이 없다는 뜻, 혹은 일이 많아서의 의미로 쓰인다.
 
 이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은 남과 북의 언어차이 또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용어들 때문에 많이 혼동되기도 하고 헛갈리기도 한다. 또한 IT전자산업과 컴퓨터, 핸드폰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생성되고 북한이탈주민들은 새롭게 생성된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동안 몸소 겪었던 언어 차이에서도 느꼈듯이 언어의 이질화는 소통의 단절을 불러오고 생활의 이질화와 정서의식의 이질화로 이어져 마침내 남북의 언어가 남남이 되리라 걱정된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세대와 세대간 언어 차이가 있듯이, 남북의 체제차이로 인해 생긴 언어에 대한 상호학습이 꼭 필요하다 여겨진다.
 
남북한의 용어 차이
강낭콩-줄당콩, 오징어-낙지, 채소-남새, 양배추-가두배추, 세제-가루비누, 밥솥-밥가마, 생리대-위생대, 생리통-월경통, 할아버지-아바이, 할머니- 아매, 스타킹-살양말, 브레지어-가슴띠, 미니스커트-짧은치마, 양복-정장, 혈액형-피형, 스킨-살결물, 로션-물크림, 파운데이션-피야스, 화장실-위생실, 볼펜(원주필), 형부-아저씨, 형님-새언니, 노임-급여, 아코디언- 손풍금, 괜찮다- 일없다. 등
 
 
* 이 글은 <겨레말 누리판> 2012년 4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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