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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시집, 가시아버지?
글쓴이 한정미 작성일 2012.09.11
가시집, 가시아버지?
 
 
_ 한정미 / 통일부 하나원 우리말상담실
 
 
 《KOREA》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신파적 스토리라며 비판을 하는 시각이 있기도 하지만 필자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오는 영화다. 어쩔 수 없다. 나의 이야기이고, 제자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니 어쩔 수 없다.

 남북 언어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영화 《KOREA》로 화두를 연 것은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던 호칭 때문이다. 북한측 선수들은 누군가를 부를 때 으레 ‘동무’ 혹은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현정화 동무!”, “지도원 동지!”. 그에 반해 남한측 선수들은 ‘~씨’, ‘~님’, ‘~선수’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리분희 선수!”, “감독님!”.

 무엇이라고 부르든 의사소통이 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념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서로 다르게 유통되는 호칭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확실히 전달만 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한 ‘동무’, ‘동지’라는 호칭은 조금은 낯설지만 그렇거니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념에 의한 호칭이니, 통일이 된 후 이념을 버린 호칭으로 한 번 짚고 넘어간다면 쉽게 정리가 될 것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족 호칭 중에는 그렇거니 하면서 넘어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호칭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원에서 교육 중인 북한이탈주민의 면회는 친인척이 아닌 경우에는 금하고 있다. 탈북 자들의 신변안전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관계임을 확인 후 상호 일정을 조정하여 면회를 실시하는데 가족관계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해프닝이 자주 일어난다.

 관계란에 삼촌아버지ㆍ삼촌어머니, 가시할아버지ㆍ가시할머니, 가시아버지ㆍ가시어머니, 아저씨라고 기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큰아버지ㆍ큰어머니와 면회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신청한 당사자와 큰아버지의 성이 다른 경우도 많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남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여서 생소하다. 남한의 작은아버지ㆍ작은 어머니를 북한에서는 삼촌아버지ㆍ삼촌어머니라고 한다. 남한의 외삼촌ㆍ외숙모도 북한에서는 삼촌아버지ㆍ삼촌어머니라고 해야 통한다. 그런가 하면 처갓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시집’이라는 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장인ㆍ장모보다는 가시아버지ㆍ가시어머니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가시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북한에서 발간한 어휘관련 출판물에도 가시할아버지ㆍ가시아버지라는 말이 정식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이 말의 공적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저씨라는 말도 남한의 형부에 해당하는 말이다. 언니의 남편을 지칭하거나 호칭을 붙일 때 북한에서는 아저씨라고 한다. 친인척만 면회가 된다고 전제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와 면회를 하겠다고 하니 남한 출신들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자, 신청자인 ‘나’와 면회자인 ‘큰아버지’의 성이 다른 것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족의 재구성으로 아버지 혹은 큰아버지의 성이 달라진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가족의 재구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큰아버지의 성이 다를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남한에서는 아버지의 형님내외에게 사용하고 있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라는 호칭을 북한에서는 아버지의 누나와 어머니의 언니를 일컫는 고모와 이모에 준하는 호칭으로 주로 사용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여동생에게는 고모와 이모라고 하지만 부모의 손윗분들에게는 큰어머니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그녀의 남편은 물론 큰아버지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가족관계를 확인하면서 너무나 조심스럽게 부모의 이혼과 재혼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는데, 그 차이를 확인하고 나면 허탈해 진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지 않아도 되는 남북한 언어의 차이인 것을…….
 
* 이 글은 <겨레말 누리판> 2012년 8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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