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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겨레]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글쓴이 겨레말 작성일 2007.06.07

[말겨레]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어느 말겨레에 들지 못하고 두 언어가 뒤섞여 이루어진 말이 있다. 이를 튀기말이라 한다. 튀기말의 대표적인 형태가 피진이다. 피진은 주로 바다를 건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용되던 말이다. 대개는 영어나 프랑스말, 스페인말, 포르투갈말에 바탕을 두고 현지 토박이말을 섞어 형성되는데, 낱말의 수도 한정되고 문법도 매우 단순화되어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낱말과 문법으로만 이루어진 게 튀기말이다.
피진 중에는 중국의 피진영어가 대표적이다. 피진이란 말 자체가 비즈니스(business)의 중국 발음을 딴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 밖에도 아프리카나 태평양에 여러 토박이말과 서양말 사이에서 생겨난 피진들이 여럿 있다. 대개 낱말은 영어를 비롯한 서양말에서 왔고 문법은 토박이말에서 따왔다.

피진은 친밀하지 않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느라 생긴 것으로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한 계속 유지된다. 집단 사이 관계가 매우 긴밀해져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언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게 되면 피진은 더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상대방 언어를 온전히 배울 마음이 없는 한 피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삼백년 동안이나 유지된 중국의 피진영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피진이 한 족속의 모국어로 뿌리내리게 되어 어린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를 정식으로 습득하는 말이 될 때 이를 ‘크레올’이라 한다. 임시변통이던 튀기말이 정식 언어로 태어나는 셈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겨레말큰사전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장


** 위의 글은 <한겨레신문> 우리말칼럼에 연재하는 '말겨레'를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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