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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녘말] 여우잠
글쓴이 겨레말 작성일 2007.06.07
[북녘말] 여우잠


  ‘깊이 들지 않은 잠’을 ‘여우잠’이라 한다. 여우잠은 남녘 국어사전에 오르지 않았으나 일상생활에서 간혹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두루 쓰는 ‘노루잠·토끼잠·괭이잠·개잠’이 있다. 이들 말은 ‘깊이 들지 않아서 자꾸 놀라 깨는 잠’을 뜻하므로 ‘자꾸 놀라 깬다’는 뜻이 더 있다. 노루와 토끼는 힘센 육식 동물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니 깊은 잠을 안 자는 습성이 있다. 괭이(고양이)는 기원전 15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길들였다는 기록이 있고, 개는 적어도 1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사람보다 청각이 발달해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잠에서 깨기에 깊은 잠을 안 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우잠은 왜 ‘깊이 들지 못한 잠’을 뜻하게 되었을까? ‘노루·토끼’나 ‘괭이·개’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남북이 같이 쓰는 ‘여우볕’은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나왔다가 숨어버리는 볕’이고, 남녁말 ‘여우비’는 ‘볕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이다. 여우볕과 여우비는 ‘잠깐 지속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여우잠’을 이해할 수 있겠다.

‘겉잠’과 관련 지어서도 해석할 수 있다. 겉잠은 ‘겉으로만 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것’ 혹은 ‘깊이 들지 않은 잠’이다. 앞의 뜻은 여우잠과 관련 지을 수 있다. 여우는 영리하고 교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곧, ‘잠자는 체하지만 사실 안 자는 것’을 이르는 말로 시작해서 뒤의 뜻으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 위의 글은 <한겨레신문> 우리말칼럼에 연재하는 '북녘말'을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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