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저자 경희대 김종회 교수 인터뷰 2011.04.26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저자

경희대 김종회 교수 인터뷰

 

겨레말큰사전은 2006년부터 국내와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우리말 새어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한글 문학 작품을 소개한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저자인 김종회 교수(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지난 4월 20일에 만나 중앙아시아 문학 자료 발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진행 : 겨레말큰사전 정도상 상임이사 

■ 우선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에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 발굴 자료를 봤습니다. 현재까지 발굴한 자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책에 실리지 않은 자료가 더 있는지요.

저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 있는 한민족의 문학까지 포함한 통합 한국문학사를 저술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문학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해외에 있는 한민족문학까지 범위를 넓히게 되었지요. 그동안 후학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자료의 부족을 통감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국제한인문학회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등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현지 문인과 연구자들을 통해 문학자료를 발굴하게 되었습니다. 고려인 문학인 8명의 시 46편, 수필 2편, 희곡 5편 등 총 57편이 모두 책에 실려 있으며, 더 발굴한 자료는 없습니다.

올 8월에는 연변에 가서 연변조선족 문학에 대해 세미나도 하고, 자료도 발굴할 생각합니다. 겨레말큰사전 측에 도움을 바랍니다.

 

■ 선생님이 지난해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자료를 발굴한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발굴하셨는지요?

지난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고려문학센타, 고려신문사 등의 도움을 얻어 현지의 문인, 연구자들을 통해 자료를 발굴했습니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우리말로 작품 창작을 하는 마지막 세대의 유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앞으로 이런 자료의 발굴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노트에 적혀 있는 친필원고를 수집했다는 것은 매우 뜻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귀한 자료를 한 개인이 소장하는 것은 옳지 않고, 앞으로 문학박물관 등이 생기면 기증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그 원고를 있는 그대로 책에 자료로 실었습니다.

 

■ 고려인들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구소련 붕괴 등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발굴된 문학작품 자료에는 고려인들의 역사와 삶이 표현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작품을 보시고 느끼신 소회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에 소개된 작가 중 강태수(1909~2001)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에서 고려인 문단을 형성했던 대표적 문인 중 한명으로 38년 ‘밭갈이하는 처녀에게’라는 시 때문에 시베리아 원시림으로 끌려가 22년간 격리된 채 지냈습니다. 그의 단편소설 ‘그날과 그날밤’은 80대의 작가가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한 작품입니다.

이렇듯 이번에 발굴된 중앙아시아 문학 작품을 살펴보면 문학작품의 수준이 월등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려인들의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닌 독립운동과 강제 노역 등 현지 고려인의 애환과 이주 민족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값진 기록들입니다.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중에서도 작가들이 꽤 있을 텐데 앞으로는 그들의 작품도 면밀하게 연구해볼 작정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우리 문학에 담지 못했던 사실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 선생님은 국문학자이시면서 민화협 정책위원 활동 등 남북관계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남북문제와 언어문제가 결합된 사업입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우리 민족사 또는 언어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진행에 조언 한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북한문학을 공부하면서 남북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학자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남북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평소에도 늘 생각했습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과정에서 구축되는 데이터베이스가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우리 민족의 큰 재산이며 자산입니다. 그런 면에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언어학자가 아니라 사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무슨 조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민족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니만큼 꼭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쓰인 고려인 문학이 사라질 위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사라질 위기에 있는 고려인 문학을 보존,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현재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다수를 이루는 5세대, 6세대는 더이상 한국어를 쓰지 않고 러시아어나 현지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우리말로 쓴 문학작품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은 민족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려인들을 비롯한 재외동포 중에서 탁월한 작가들이 나올 텐데, 굳이 우리말로 창작을 하지 않아도 한민족문학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면 범주에 포함시켜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소련 지역 고려인들의 문학에 대한 연구가 이제 시작되었는데 연구 대상은 곧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길을 열자, 여행이 끝나버린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에서 재외동포의 문화에 대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갈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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