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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물](/webzine/2018_08/images/plus_title.png)
_ 김영덕 / 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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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며 차갑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냉면, 아이스커피, 팥빙수 등 시원한 여름 음식을 찾는다.
최근 찻집에 가서 빙수 메뉴판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빙수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콩고물과 인절미가 가득 올라간 빙수였다. 우리 전통의 재료를 이용해 시원한 여름 메뉴를 개발한 경우인데, 콩고물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이 인절미와 잘 어울렸다. 고소한 콩고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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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한 콩고물 맛이 혀끝에서 금세 녹아났고 몇 번 씹지 않아 찰떡 덩어리가 목구멍으로 저절로 넘어갔다. 《김원일: 불의 제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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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끼는 아까 낮에 신시장에 가서 사온 인절미 콩고물 고소한 냄새가 아직 그대로 묻어 있는 떡을 생각했던 것이다.《최명희: 혼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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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고물을 담북 묻힌 찰떡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하였다.《리갑기: 사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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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무르게 쪄서 당분, 소금, 계피가루를 넣어 절구에 찧는다. 밤톨 크기로 둥글둥글하게 빚어서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힌다.《박승일: 전통적인 지방음식 몇 가지》(북)
위의 예들은 《겨레말큰사전》 용례검색기에서 콩고물이 사용된 문장을 뽑은 것이다. 문장을 보면 남, 북 모두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실제 국어사전에서는 어떻게 풀이되고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
콩고물 [명사]
콩가루로 만든 고물.
《조선말대사전》
콩고물 [명사]
=콩보숭이.
콩보숭이 [명사]
닦은 콩을 봏아서1) 낸 가루. 찰떡 같은 데 묻혀 먹는다. [=]콩고물.
위의 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웹사전)과 《조선말대사전》(1992)의 뜻이다. 《조선말대사전》은 콩고물을 콩보숭이와 같은말로 보고 기본 뜻풀이를 콩보숭이에서 하고 있다. 찰떡 같은 데 묻혀 먹는 콩가루를 의미하는데 이는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간혹 신문 기사나 소설을 읽다 보면 다른 의미의 콩고물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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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에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들을 중립이라고 하는데, 비겁한 사람들이다. 나서지 않고 있다가 당이 정상화되면 콩고물만 먹겠다는 속셈이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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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그렇게 살지 마. 마음을 그렇게 나쁘게 먹으면 못 쓰는 거야. 사촌이 땅 사면 왜 배가 아파, 같이 기뻐해야지. 그 속담 바꿔야 돼. 사촌이 땅 사면 콩고물이 떨어진다. 《천운영: 사촌이 땅을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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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공사 책임자라 그러니 사정 좀 봐주쇼. 잘돼야 그쪽도 콩고물이 떨어질 거 아니오? 《강지영: 프랑켄슈타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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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도 마찬가지야. 공부시키고, 결혼시켜 가정을 이루었으면, 그걸로 끝이지, 행여 부모한테 떨어질 콩고물 더 있나 기웃거리는 것도 꼴불견이야. 《이명인: 낙타》
위의 예들은 사전에 나와 있는 콩고물과는 차이가 있다. 문맥을 보면 크게 노력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이득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콩고물은 떡을 좀 더 맛있게 만든다. 콩고물 묻은 떡은 아무리 조심조심 먹어도 주변에 콩가루를 흘린다. 그러나 콩가루가 떨어져도 떡은 맛있다. 떨어진 콩가루가 떡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떨어진 콩고물이 떡에서 차지하는 딱 그 정도만큼의 이득이 아닐까 한다.
이 새로운 쓰임은 꽤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려대 한국어사전》(2009)에는 “어떤 일이나 남에게서 공짜로 생기는 조그마한 이득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등재되어 있다. 《겨레말큰사전》에서도 이러한 쓰임을 반영하여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뜻풀이를 하면 어떨까 한다.
2)
콩고물 [명]
① 콩가루로 만든 고물.
② 부수적으로 생기는 조그마한 이득.
- 1)
- ‘봏다’는 《조선말대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 (방아, 절구, 분쇄기 같은 것으로) 가루를 만들다.
- 2)
- 아래 풀이는 글쓴이의 견해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의견이 아님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