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겨레말큰사전》 | |인쇄 |
2009년도 《겨레말큰사전》 사업 전망
정도상(편찬사업회 상임이사)
![정도상](images/jung.jpg)
2009년도 《겨레말큰사전》의 사업의 핵심은 집필이다. 지난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 도착하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했던 때로부터 지난 4년간 우리는 집필을 위해 올림말을 선정했고 새어휘를 조사했었다. 물론 아직도 새어휘 조사와 함께 새로운 올림말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종을 위해 종자를 고르고 키워왔던 시간은 이제 지나갔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파종하고, 그것을 길러내 수확하는 일이 남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9년도 《겨레말큰사전》사업의 핵심은 ‘언어를 쟁기질’하는 것이고 편찬위원을 비롯한 모든 성원들은 겨레말의 밭에서 ‘언어를 쟁기길하는 농부’들이 되는 것이다.
지난 16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서 2009년부터 ‘매년 8만 단어씩 뜻풀이 집필을 해 2013년까지 모두 32만 단어를 집필을 끝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측편찬위원회는 1년에 4만개의 어휘를 집필해야 하는 것이다. 100여일의 법정 휴일을 제외한다면, 하루에 150여개의 단어를 집필하여 차곡차곡 채워두어야만 겨우 이뤄낼 수 있는 목표치인 것이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분기별로 1만개의 집필된 어휘를 갖고 북측과 만나 완벽한 합의에 도달하도록 검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별도로 가져야만 한다. 남측에서 1만개, 북측에서 1만개씩 집필하여 그것을 서로 교환하고 검토하고 토론해야만 하는 것이니 아마도 그 시간만 하더라도 분기당 한 달씩은 소요되지 않을
까 생각한다.
150여개의 단어를 날마다 집필하는 것과는 별도로 북측편찬위원회와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하니, 1년에 4만개의 목표는 실로 어마어마한 양과 질을 확보해야만 하는 목표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009년도의 사업목표는 사실상 8만개의 어휘를 집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불꽃같은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나 불꽃의 열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풀무의 바람이 불꽃을 일으켜 쇠를 녹이고 달구지만, 모루와 망치와 사람의 땀이 없으면 쇠를 두들겨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세상사의 일인 것이다. 불꽃같은 열정은 노동을 추동하는 근원이지만 그것이 결실을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노동인 것은 아니다. 반복적이어서 매우 지루한, 그러나 수고로운 노동 없이 지상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09년도에 우리는 언어를 쟁기질하는 농부가 되어야 하고, 언어를 불에 녹이고 달궈 모루 위에 놓고 망치질하는 언어의 대장장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사소한 차이와 감정들을 잠시 접어두고 공동체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들이 되어야만 할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