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에 바란다 | |인쇄 |
《겨레말큰사전》에 부치는 글
박형익(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이 2005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 앞으로 5년 정도 뒤인 2013년 우리는 남북한의 협동으로 편찬되는 새로운 사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말 사전을 펴내는 일은 현재 우리의 분단 환경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사전학 전공자인 필자에게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는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작업에 관한 기본 사항들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사전 편찬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들을 간략하게 제안해보고자 한다.
사전은 어떤 형태로든 펴내기 어려운 작업의 결과물이다. 사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좋은 사전을 펴내는 일은 정말 힘이 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전은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전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수준이나 사전 편찬자의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탄생된다. 그래서 사전 편찬 작업에서 차지하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전 역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인적 자원을 선택해야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에 필요한 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양질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과 확보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온 정성과 힘을 늘 기울여야 한다.
우선 자문위원회, 편찬위원회 등의 각종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각종 회의에서 결의한 사항들을 사전 편찬 작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제기된 문제점들을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전 편찬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과 정리, 원고의 집필, 교열, 교정 작업과 사전 편찬에 필요한 일반 사무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사전 편찬 작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마련하여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집필, 교열, 교정 등의 작업에 관한 내용의 질과 분량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사전 편찬 작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실무자들의 연수 과정 등을 통해 작업의 능률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 등도 필요할 것이며,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한 실무자들의 이름도 사전의 머리말에 분명히 밝혀두는 방법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적 자원의 스카우트나 증감 등의 쇄신 절차도 사전 편찬 작업의 진척이나 환경에 따라 적절한 때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사전 편찬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사전 편찬 작업에 필요한 예비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전 편찬 작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항들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연찬회, 공동 연수, 세미나 등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반 언어 대중의 참여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자원 봉사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사전 편찬을 위한 자원 봉사자를 모집하여 사전 편찬 작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사전 편찬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원 봉사자들이 기존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어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 사전에 잘못 기술되어 있는 경우를 지적할 수 있도록 하여 그 내용을 바르게 고칠 수 있는 방법, 일반 언어 대중들의 사전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 출처를 밝힌 예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사전 원고의 교정 작업 등에도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런 방법들을 활용하여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과정에서 일반 언어 대중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게 될 것이며, 일반 언어 대중을 사전 편찬 작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겨레말큰사전》을 아끼는 마음과 사용 횟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또 사전이 편찬된 후에도 사전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되어 지속적으로 사전의 내용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며, 수정판이나 증보판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목적과 특징을 언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하여 《겨레말큰사전》의 탄생 과정이나 활용성 등에 관한 언어 대중과 사전 사용자의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혀야 할 몇몇 사항을 아주 간략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1) 《겨레말큰사전》은 우리 겨레를 위한 미래지향적이고도 상징적이며 통일을 지향하는 성격을 지닌 우리말 사전임을 밝혀야 한다.
(2) 《겨레말큰사전》의 활용성을 남북 통일 이전과 이후의 상황으로 구분하여 설명해야 할 것이다.
(3)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의 통일 언어 사전이 아니며 남북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 겨레말 사전인 점을 잘 드러내어야 할 것이다.
(4) 《겨레말큰사전》은 남북 언어의 차이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규범적인 사전이 아니라 남북 언어의 공통점을 더 드러내고자 우리 겨레가 과거에 함께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을 있는 그대로 조사하여 수집하였으며, 수집한 어휘 중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전의 올림말을 선정한 비규범적인 언어 사전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5)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 여러 분야의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의 자료들을 통해 우리 고유의 어휘를 수록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히 남북한의 음성 언어 자료를 수집하여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어휘를 찾아내어 수록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6) 《겨레말큰사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남북의 언어 차이는 줄어들게 되며 우리말의 민족적 특성을 높이 발양시키게 되는 점과 남북이 통일된 이후에도 《겨레말큰사전》이 우리 언어공동체에 기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7) 어문 규정의 단일화 문제와 사전 원고의 집필 과정에서 생기는 언어학적 문제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해결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특히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 어문 규정을 단일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문 규정에 관한 단일화된 내용들이 남북 어문 생활에는 실제로 적용되지 않고 오로지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임시적인 합의 사항이라는 점과 사전 편찬을 위해 남북한이 어문 규정을 단일화한 작업의 결과가 미치는 여러 가지 장점을 언어 대중과 사전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8) 《겨레말큰사전》에 적용한 올림말의 배열 방법과 표기법은 현행 남북한의 어문 규정과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서 채택한 올림말의 배열 방법의 근거와 철자가 어문 규정과는 다르게 표기된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
《겨레말큰사전》에서는 남북의 언어 대중과 우리 해외 교포들이 효율적으로 사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참고어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철자가 서로 다른 어휘의 경우 참고어를 통해 남북의 사용법을 제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사전 사용자를 고려하여 남북이 같이 사용하나 의미가 다른 어휘, 남한에서만 사용하는 어휘,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어휘 등을 구분하여 표시해주는 방법도 생각할 볼 일이다.
그리고 《겨레말큰사전》은 종이 사전은 물론 정보기술(IT) 시대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사전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종이 사전은 대사전의 경우 일반 사용자가 구입하거나 휴대하여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디지털 사전의 형태로 발행하여 컴퓨터, 전자수첩, 휴대전화, 엠피스리(MP3), 아이피티브이(IP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웹 사전도 만들어 누리꾼(네티즌)들이 잘못된 정보는 고치고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첨가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볼 일이다.
끝으로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는 데에 사용한 프로그램이나 말뭉치 등의 자료들도 공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앞으로 좋은 사전을 많이 편찬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박형익
파리 7대학 언어학 박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사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