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의 특징

한용운(편찬사업회 편찬실장)

그동안 남과 북에서 각각 편찬된 사전과 비교하여 《겨레말큰사전》이 갖는 특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올림말의 특징

ⓛ 남북의 어느 한쪽에서만 쓰이는 낱말(단, ‘《겨레말큰사전》 올림말 선정 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낱말)을 최대한 찾아 올림말로 수록한 사전

예)
ㆍ남측에서만 쓰이는 어휘:
노래방/편의점, 주민등록증, 싱크대 …
ㆍ북측에서만 쓰이는 어휘:
빨래집(세탁소), 손가락총(손가락질), 곽밥(도시락), 인차(곧), 날총각(건달), 손기척(노크)…

② 기존의 남북 사전에 수록되지 못했던 ‘지역어’ 및 ‘문헌어’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올림말로 수록한 사전

ㆍ지역어:
남측-망두떡(돌잔치 때 쓰는, 소를 넣지 않은 떡(경북)),
         곰지다(감기다(제주)) …
북측-새피(동풍(함경북도 온성군)), 빨찍하다(부족하다(함경북도 경원군)
ㆍ문헌어:
남측- 개보름, 다방구, 떡대, 떼부자, 막바로, 맨정신 …
북측- 가람가(강가), 공나이(하는 일 없이 공으로 먹은 나이)…

③ 현재 남북에서 널리 사용되는 신어(新語)를 조사하여 올림말로 수록한 사전

ㆍ남측-
댓글, 누리꾼, 고속전철 …
ㆍ북측-
열쇠어(검색어), 자료기지(데이터베이스), 꽃제비(잘 곳이 없어 떼지어 떠돌아다니면서 구걸하거나 소매치기를 하는 20세 이하의 청소년), 헤살꾼(해커) …

④ 기존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한자어/일본어투 낱말/외래어’ 가운데 현재 쓰임이 없는 낱말을 대폭 정리한 사전

예) 넥타, 벤또, 가국(佳局), 복지유체(伏地流涕), 첨앙(瞻仰)…
☞위의 낱말은 《겨레말큰사전》의 올림말로 수록하지 않는다.

2. 풀이의 특징

ⓛ 분단 이후 남북에서 ‘뜻이 달라진 낱말’의 뜻을 풀이에 적극 반영한 사전: ‘양반’, ‘소행’처럼 분단 이후 남북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된 낱말의 뜻을 제시함으로써 남북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고자 한 사전이다. 이 경우 남북의 ‘정치적 이념’을 반영한 뜻은 《겨레말큰사전》의 풀이에 반영하지 않는다.

가. 소행
ㄱ. 남:
이미 해 놓은 일이나 짓. ¶ 소행이 괘씸하다/어느 놈의 소행이냐./그는 자신이 저지른 소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범행 수법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이 틀림없다.<표준국어대사전>
ㄴ. 북:
해놓았거나 하는 일이나 행동. ¶ 학생들속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운 소행/옳바른 소행/생각할수록 금순이의 소행이 엉뚱하고 갸륵해보였다.《장편소설 ‘한 자위단원의 운명’》.<조선말대사전>

☞ 남측에서는 ‘소행’이 부적절한 행위를 나타낼 때 쓰이지만, 북측의 경우 위의 예에서처럼 좋은 의미로도 쓰이고 있음. 《겨레말큰사전》에서는 이러한 뜻을 아울러 뜻풀이하게 됨.

나. 동무
ㄱ. 남:
①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②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 《표준국어대사전》
ㄴ. 북:
①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
② 같이 어울리여 사귀는 사람. … 《조선말대사전》

☞ 북측의 ‘①’처럼 정치적 이념을 나타내는 뜻은 《겨레말큰사전》에 반영하지 않음.

② 남북의 어느 한쪽에서만 쓰이는 뜻을 한데 모아 정리한 사전: 같은 낱말이더라도 남이나 북의 어느 한쪽에만 실린 뜻갈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겨레말큰사전》은 이를 한데 모음으로써 해당 낱말의 뜻을 더욱 풍부하게 기술하는 사전이다.

예) 고기¹ [명]

① 사람이 먹으려고 죽은 짐승의 몸에서 떼어낸 살, 또는 그것을 먹기 좋게 요리한 것. ∥ {고기} 한근. {고기} 요리. {고기가} 연하다. {고기가} 질기다. {고기를} 다지다. {고기를} 삶다. {고기를} 씹다. | 말만 고깃국이지 {고기} 한점 보이지 않는다. / 식당 한 구석에 앉아 두일은 숯불에 {고기를} 구웠다.《한수산: 유민》

② =물고기. ∥ {고기} 세마리. {고기가} 퍼덕거리다. {고기가} 헤엄치다. {고기를} 낚다. {고기를} 잡다. {고기} 비늘을 벗기다. | 거기는 수심이 깊어서 큰 {고기가} 잡힌다는 것이다.《이기영: 신개지》 / 천렵군들은 {고기를} 잡아 어죽을 쒀먹으면서 해종일 흐드러지게 놀았다.《장편소설: 생명수》

③ <살1①>을 속되게 이르는 말. ∥ {고기가} 많은 몸집.

☞ ‘③’은 북측의 <조선말대사전>에만 실린 뜻갈래이다.

③ 그동안 발굴되지 않은 ‘뜻갈래’를 보충한 사전: 《겨레말큰사전》은 기존 사전에서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였던 뜻갈래를 남과 북의 문학작품을 검색하여 새롭게 추가함으로써 우리말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사전이다.

④ 남북 및 해외동포의 문학작품에서 직접 ‘용례’를 뽑은 사전: 《겨레말큰사전》은 살아있는 우리 겨레말의 쓰임새를 직접 보이기 위해 남북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해외동포의 문학작품에 나온 용례도 싣는 최초의 사전이다.

⑤ 어감의 차이, 남북의 용법의 차이 등을 자세히 설명한, ‘붙임 정보’가 강화된 사전: 기존 사전은 해당 낱말의 뜻풀이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나, 《겨레말큰사전》은 해당 낱말과 형태적, 의미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다른 낱말들 간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하여 ‘붙임 정보’를 강화한 사전이다.

예) 틀리다
[틀리어/틀리여(틀려), 틀리니] [동](자. 타) ① 셈이나 사실이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 {틀린} 답. 계산이 {틀리다}. 대사를 {틀리지} 않고 줄줄 외다.

[붙임] <틀리다>는 <맞다> 또는 <옳다>에 상대되는 말이고, <다르다>는 <같다>에 상대되는 말이다. 따라서 <지역마다 문화가 틀리다>나 <나는 너와 생각이 틀리다>는 각각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 <나는 너와 생각이 다르다>로 고쳐야 한다.

-쟁이
[뒤]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말. ∥ 겁{쟁이}. 멋{쟁이}. 미{쟁이}. 석수{쟁이}.

[붙임] 남에서는 <어떤 기술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할 때에는 <-장이>를 쓰고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할 때에는 <-쟁이>를 쓴다. 북에서는 <-쟁이>만 쓰는데, 《겨레말큰사전》에서는 <-쟁이>로 통일하였다.

⑥ 계열을 이루는 어휘들을 한데 모은 ‘갈래말 정보’가 추가된 사전: 《겨레말큰사전》은 겨레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계열을 이루고 있는 어휘들을 갈래별로 묶어 보임으로써 국어 어휘를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전이다.

예) 떡 [명] ~.
[갈래말]
○ 흰떡, 찰떡, 메떡, 조찰떡
○ 설기, 송편, 절편, 버무리, 흰무리, 경단, 단자, 보꾸미
땔나무 [땔라무] [명] ~.
[갈래말]
가래기, 솔가리, 삭정이, 소새, 동나무, 뭇나무, 푸나무, 나무지저귀, 지저깨비, 희나리, 쭉데기

⑦ 지역어를 표준어에 단순 대응시키지 않고 자세하게 뜻풀이한 사전: 그동안 남북의 기존 사전에서는 지역어를 규범어에 단순 대응시키는 차별적인 대우를 해 왔지만, 《겨레말큰사전》은 지역어의 위상을 높여 그에 걸맞게 상세하게 뜻풀이하고, 그 쓰이는 지역도 밝혀주는 사전이다.

예) 가투[명]
벌레 먹은 콩이나 팥.(전라) ∥엣날에는(옛날에는) 밥상 우그다가(위에다가) 콩 부사(부어) 놓고 {가투럴}(가투를) 골라내코(골라내고) 그맀제(그랬어).

⑧ ‘형태분석 정보’가 자세하게 실린 사전: 해당 올림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올림말을 자세하게 분석한 사전이다. 이를 통하여 독자들은 올림말의 구성 성분과 조어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

갓난아이 [간나나이] [명] ~.
[갓+나-+-ㄴ+아이]

잗다랗다 [잗따라타] [잗다래, 잗다라니] [명] ~.
[잗-(<잘-)+-다랗-+-다]

⑨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함께 ‘단일어문규범’을 작성하여 편찬한 사전: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이질화된 남북 규범에 대한 단일안을 만들어 편찬하는 첫 사전이다. 이 단일안은 통일 이후 남북 어문 규범 작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⑩ 남북의 어휘를 집대성한 ‘최초의 한국어 전자대사전’의 기반이 되는 사전: 《겨레말큰사전》은 그동안 남과 북에서 구축한 말뭉치와 어휘 자료를 총집대성하여 편찬하고 있으며, 이 사전은 향후 개발될 ‘한국어 전자대사전’ 편찬의 기반이 될 것이다.

⑪ 분단 이후 ‘남북이 함께 편찬하는 첫 사전’: 《겨레말큰사전》은 분단 이후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함께 편찬하는 첫 사전이면서, 남북의 겨레가 함께 볼 최초의 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