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최근 내신 책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 에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 발굴 자료를 봤습니다. 현재까지 발굴한 자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책에 실리지 않은 자료가 더 있는지요.
고려인들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구소련 붕괴 등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발굴된 문학작품 자료에는 고려인들의 역사와 삶이 표현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작품을 보시고 느끼신 소회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소개한 강태수(1909~2001)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에서 고려인 문단을 형성했던 대표적 문인 중 한명으로 38년 ‘밭갈이하는 처녀에게’라는 시 때문에 시베리아 원시림으로 끌려가 22년간 격리된 채 지냈습니다. 그의 단편소설 ‘그날과 그날밤’은 80대의 작가가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한 작품입니다.
이번에 발굴된 중앙아시아 문학 작품들은 고려인들의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닌 독립운동과 강제 노역 등 현지 고려인의 애환과 이주 민족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값진 기록들입니다.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중에서도 작가들이 꽤 있을 텐데 앞으로는 그들의 작품도 면밀하게 연구해볼 작정입니다. 아마 그 작품들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우리 문학에 담지 못했던 사실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선생님은 국문학자이시면서 민화협 정책위원 활동 등 남북관계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남북문제와 언어문제가 결합된 사업입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우리 민족사 또는 언어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진행에 조언 한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쓰인 고려인 문학이 사라질 위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사라질 위기에 있는 고려인 문학을 보존,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현재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다수를 이루는 5세대, 6세대는 더이상 한국어를 쓰지 않고 러시아어나 현지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우리말로 쓴 문학작품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은 민족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려인들을 비롯한 재외동포 중에서 탁월한 작가들이 나올 텐데, 굳이 우리말로 창작을 하지 않아도 한민족문학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면 범주에 포함시켜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소련 지역 고려인들의 문학에 대한 연구가 이제 시작되었는데 연구 대상은 곧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길을 열자, 여행이 끝나버린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에서 재외동포의 문화에 대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갈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