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 재개봉: 이미 상영하였던 영화를 다른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하는 것.
⁃ 개봉관: 새로 만들었거나 새로 들여온 영화만을 상영하는 영화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개봉’의 원뜻이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개별 한자어의 뜻을 봐도 그렇고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의 뜻풀이를 봐도 그렇다.
개봉(開封)
⁃ 한자어 뜻: 開 [개] 열다, 封 [봉] 봉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① 봉하여 두었던 것을 떼거나 엶.
⁃ 조선말대사전: 봉해놓은 것을 떼는 것.
예전에 제작사에서 완성된 영화 필름을 각 영화관에 보낼 때 그 필름을 봉투나 필름통에 넣고 봉인하였다. 영화관에서는 봉한 것을 열고 필름을 꺼내어 영사기에 걸고 영화를 상영했다. 즉 영화관에서 봉한 필름을 여는 행위는 곧 ‘새 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 의미는 지금도 왕성하게 사용되고 있다.
⁃ 영화 광해 일본 개봉 확정, 내년 일본 전역서 개봉 <대전일보>
⁃ 스티브잡스 영화, 10월 10일 국내 개봉 <헤럴드생생뉴스>
⁃ <비 내리는 밤의 기적>이란 영화 보셨어요? 전 개봉 때 놓쳤다가 지금 명동극장에서 보구 오는 길예요.《황순원: 일월》
남측에서 발간한 모든 사전에서 개봉의 두 번째 뜻풀이로 인정한 이 의미는 《조선말대사전》에 없다. 또한 북측 용례에서도 쓰임이 발견되지 않는데, 이는 곧 ‘개봉’의 두 번째 뜻풀이는 남측에서만 쓰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