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깡소주가 정확히 무슨 뜻이지요?”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후배가 물었던 질문이다.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들이 하나둘 말을 거들었다.
“깡으로 마시는 소주라는 말 아니야?”
“강소주를 그렇게 말하는 거야. 강한 소주라는 말이지.”
먼저 위 질문의 답을 말하자면 깡소주는 강소주의 잘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강소주를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강소주 「명사」 안주 없이 먹는 소주.
그렇다면 강한 소주라는 추측을 한 친구는 어떤 유추과정을 통해서 저런 답을 하게 된 것일까? 아무래도 강이라는 접사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접사 강
20과 강
21(强)의 뜻풀이이다.
강-20 「접사」
「1」((몇몇 명사 앞에 붙어))‘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몇몇 명사 앞에 붙어))‘마른’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몇몇 명사 앞에 붙어))‘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강-21 (强) 「접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또는 ‘호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니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강추위도 주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강추위는 접사 강
20과 강
21(强)이 결합한 것으로 보고 동형어로 뜻풀이 하고 있다.
강-추위01 「명사」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
강-추위02(强--) 「명사」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
위의 뜻풀이를 보며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추위1과 강추위2 모두 매운 추위, 심한 추위라고 뜻풀이 하고 있고 두 올림말의 차이는 눈과 바람의 유무이다. 만약 강추위
1이 접사 강
20의 뜻만 그대로 따른다면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추위’ 정도의 뜻풀이가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강추위2가 접사 강21의 뜻을 따른다면 ‘매우 심한 추위‘ 정도의 뜻풀이가 옳을 것이다. 단순히 두 올림말의 차이를 두기 위하여 강추위
2에 눈과 바람이 부는 이라는 단서를 달은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만 해도 '때 이른 한파'라든가 '27년 만의 {강추위}' '예고 없이 떨어진 기온' 등이 기상 뉴스에 등장하고 있지요.《중앙일보: 지구 뜨거워진다는데 강추위 왜 계속되나요, 2013.2.20》
새해 첫 주 내내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근처인 {강추위가} 이어지겠으며 1월 1일에는 일부 지방에 눈이 내리겠다.《경향신문: 올해 마지막 날, 내년 첫날 강추위와 눈, 2012.12.30》
위의 용례를 통하여 살펴봤을 때 첫 번째 용례의 강추위는 강추위
1인 것일까? 강추위
2인 것일까? 두 번째 용례를 보면 강추위와 눈이 오는 것을 구별하여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눈이 오는 강추위를 말하는 것일까? 아래의 글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눈이 내리는데도 몹시 추운 날이 있다. 이런 날의 추위를 강추위라고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물론 이런 추위도 강추위이다. 강추위가 진행되는 동안에 간혹 눈보라가 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강추위가 잠깐 누그러진다면 강추위가 물러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강추위라고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강추위가 언제나 먼저 있고, 간혹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을 뿐, 눈이 내리면서 갑자기 이전보다 더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치는 경우는 없다.1)
글쓴이의 견해도 위와 같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올림말 강더위를 보더라도 강추위
2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강-더위 「명사」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아니하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
따라서 강추위를 동형어로 보고 강추위
1과 강추위
2로 나누는 것은 위에서 말한 강소주를 강한 소주로 오해하는 것과 같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강추위
1만 인정하고 그 뜻풀이는 아래와 같이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2)
강추위 [명]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
날이 점점 더 포근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의 강추위를 강소주로 달랬던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봄기운이 어서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