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은 사전적인 의미로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으로 풀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경제적인 동물이고, 그런 만큼 돈을 벌어야 하고, 써야 하고, 돈 때문에 웃고 울고, 돈에 주인이 되기도 하고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천한 사람도 돈만 있으면 남들이 귀하게 대접해 줌을 이르는 말입니다.
성경에는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뿌리’라고 하였습니다. 돈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며, 동화에서 돈에 관련한 우리말을 살펴봅니다.
한 가난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주머니는 늘
무일푼이었습니다.
젊은이는 돈을 벌어보려고 이런 일 저런 일을 해보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바빴습니다.
“왜 나는 돈이 붙지 않을까?”
젊은이는 돈이 많은 부자를 부러워하며 만날
헛꿈을 꾸었습니다.
돈벼락을 맞아
돈더미에 앉아 뒹구는 꿈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좋은 수가 없을까?”
젊은이는 일은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궁리만 했습니다. 사실 젊은이는 여태껏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끈기 있게 해낸 적이 없었습니다. 젊은이답지 않은
허튼뱅이었습니다.
어느 곳에 큰 부자로 소문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예, 부자 어른. 기술을 배우러 왔습니다.”
“기술이라고? 나는 기술자가 아니네.”
“부자 어른은 돈을 버는 기술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젊은이는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허허. 재산을
까올리기라도 했는가?”
“아닙니다. 재산이라곤 늘
잔돈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주머니밑천도 없단 말인가?”
“예, 지금은
단돈 한 닢도 없습니다.”
“흠. 젊은이가 꼭 원한다면 가르쳐 주겠네.”
부자는 젊은이를 데리고 넓은 연못가로 갔습니다.
“저기 버드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게.”
버드나무는 비탈진 연못 언덕에 있었습니다.
“연못 쪽으로 벋은 가지로 올라가게.”
“예, 어르신. 돈을 버는 비결을 이렇게 배우게 되는군요.”
젊은이는 호기 있게 버드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가지에 매달리게.”
젊은이는 부자의 말대로 연못 쪽으로 벋은 가지에 두 팔을 벌려 매달렸습니다.
“내가 젊은이에게 가르쳐줄 것은 두 가지네.”
“예, 그게 어떤 기술입니까?”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네.”
젊은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부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젊은이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는 동안 젊은이의 팔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부자 어른, 빨리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제 한 손을 놓게.”
“예? 그러면 더 힘들 텐데요.”
젊은이는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물이 깊어 보였습니다. 한 손을 놓으면 금방 물속으로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기술을 배울 욕심으로 한쪽 손을 놓았습니다.
“내 말을 잘 들어보게. 돈을 벌려면
돈재미도 알고
돈맛도 알아야하지.
군돈질 하지 말고, 모름지기
여투어 두는 것이 부자가 되는 걸세. 내 말
새겨듣고 있는가?”
“예?”
젊은이의 매달린 한 손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금방이라도 나무 가지를 놓칠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힘이 빠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무사히 나무에서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나무 가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지금 젊은이 처지가 어떠한가. 견딜만한가?”
젊은이는 얼굴은
죽을상이 되어 대답을 못했습니다.
“첫 번째 기술을 가르쳐 주겠네. 돈을 버는 일은 그렇게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걸세. 이제 마저 한 손도 놓게.”
“…….”
“두 번째 기술을 가르쳐 주겠네. 바로 놓지 않는 걸세. 돈을 벌면 손에서 놓으면 안 되네. 지금처럼 말이야. 이 두 가지가 부자가 되는 기술일세.”
*동화에 나오는 우리말 뜻
무일푼: 돈이 한 푼도 없음.
풀칠: 겨우 끼니를 이어 가는 일.
헛꿈: 실현할 수 없는 것을 이루어 보려고 꾀하거나 희망을 거는 생각.
돈벼락: 갑자기 한꺼번에 생긴 많은 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돈더미: 돈을 쌓아 놓은 더미라는 뜻으로, 매우 많은 돈을 이르는 말.
허튼뱅이: 허랑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까올리다: 재산이나 돈 따위를 모조리 써 없애다.
잔돈푼: 얼마 안 되는 돈.
주머니밑천: 주머니에 늘 넣어 두고, 좀처럼 쓰지 아니하는 약간의 돈.
단돈: 돈의 액수 앞에 붙어 아주 적은 돈임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돈재미: 돈을 벌거나 쓰는 데서 느끼는 재미.
돈맛: 돈을 쓰거나 벌거나 모으는 재미.
군돈질: 안 써도 좋을 데에 쓸데없이 돈을 쓰는 짓.
여투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
새겨듣다: 말하고자 하는 본뜻을 잘 헤아려 듣다.
죽을상: 거의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는 표정.
| 이상배 |
동화작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도서출판 좋은꿈 대표이다. 대한민국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저서로는『책읽는 도깨비』,『책귀신 세종대왕』,『부엌새 아저씨』,『우리말 동화』,『우리말 바루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