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상배 / 동화작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탐욕이라 한다. 탐욕스런 사람은 금을 얻어도 옥을 얻지 못함을 원망스러워한다. 지위를 이용하여 유세를 부리고, 시쳇말로 갑질을 한다. 채근담에서 이르기를 “족함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도 고깃국보다 맛있게 여긴다”고 하였다. 지위 높은 사람이 탐욕하는 것을 탐관오리라 하였다.
어느 고을에 한 사또가 있었다. 그는 소문난 탐관오리였다.
사또가 이방을 불렀다.
“이방, 바느질 잘하는 재봉사에게 관복 두 벌을 짓도록 하라.”
“사또나리. 또 관복 두 벌을 지으라 하십니까?”
이방이 비웃적거리듯이 되물었다. 사또는 며칠 전에 관복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네 말하는 꼴이 꼭 어깃장으로 들리느냐. 두 벌씩 열 번이라도 지으라면 지을 것이지.”
“알겠습니다, 사또나리.”
“한 벌은 임금님을 알현할 때 입을 것이고, 또 한 벌은 백성들을 만날 때 입을 옷이니 좋은 옷감으로 짓도록 하라, 알겠느냐?”
이방은 재봉사를 불렀다.
“사또의 관복 두 벌을 만들게.”
“예? 또 관복을 두 벌씩이나 만들어서 무엇 하려고 하십니까?”
“난들 알겠는가.”
“이번에는 삯을 주시는 거지요.”
재봉사는 여태까지 옷값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염려 말게. 이번엔 내가 꼭 받아주지. 그 대신….”
이방은 재봉사의 귀를 잡아당겨 무슨 말인가 소곤소곤 말했다.
“알았습니다, 이방나리. 주문하신 관복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이틀 후, 재봉사는 새로 지은 관복을 가져왔다. 이방은 새 옷을 가지고 사또에게 갔다.
“사또나리, 새로 지은 관복을 가져왔습니다. 임금님을 알현할 때 입는 것입니다.”
사또는 흡족해하며 관복을 입었다. 그런데 옷이 뒷자락은 길고 앞자락은 짧았다.
“이게 뭐냐. 앞자락이 짧지 않느냐.”
사또가 버럭 역정을 내었다.
“사또나리, 이제 보니 옷을 맞춤으로 아주 잘 지었습니다.”
“뭐라고, 잘 지었다고?”
“예. 이 관복을 입고 임금님께 예를 올리게 되면 앞은 짧고 뒤가 길어서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사또는 임금을 배알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후후, 듣고 보니 그렇구나.”
사또는 만족해하였다.
이방은 사또의 기분 좋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사또나리, 재봉사에게 이번 관복값은 주셔야지요.”
“옷값이라? 이방이 그놈하고 동무장사라도 하느냐, 삯을 걱정하게.”
“아닙니다. 여태 한 번도 옷값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허헛, 그런 일이라면 이방이 알아서 할 것을. 어디 뜬돈이라도 있으면 쳐주어라.”
다음 날, 재봉사는 나머지 관복을 가져왔다. 사또는 새로 지은 옷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자락이 길고 뒷자락은 짧았다.
“어제는 앞이 짧고 뒤가 길더니, 오늘은 뒤가 짧고 앞이 길다? 이 옷을 어떻게 입으란 말이냐.”
사또는 온 상을 찌푸리며 뿔따구를 냈다.
재봉사는 마음이 소마소마하여 덜덜 떨었다.
“사또나리, 고정하십시오. 이 옷도 맞춤으로 잘 지었습니다.”
“이방은 눈비음으로 말잔치를 늘어놓지 말라.”
“이 관복은 사또께서 백성들을 만날 때 입는 옷이지 않습니까. 사또께서 백성들을 만날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백성들을 만나실 때는 입은 꽉 다물고 눈은 허공을 쳐다보며 뒷짐을 지지 않습니까.”
이방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손시늉까지 해가며 시실거렸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나리, 보십시오. 이렇게 배를 쑥 내밀고 어깨를 쭉 펴면 긴 앞자락이 짧은 뒷자락과 아주 잘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으흠, 하긴 그렇구나.”
사또는 배를 쑥 내밀고 ‘어흠, 어흠’ 헛기침을 하며 어깨를 뒤로 젖혀보았다. 이방의 말대로 긴 앞자락이 올라가 앞뒤가 맞았다.
“어흠. 맞춤옷이 좋군 좋아.”
“나리의 위엄이 기가막힙니다!”
이방이 피새를 떨었다.
사또는 거들먹거리며 용춤을 추었다.
그 모양을 본 재봉사는 속웃음을 참느라 배가 아팠다. 그러나 사또를 지켜보는 이방의 모습은 조금 전 피새 떨던 모습과는 달리 아귀찬 모습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배뚱뚱이 사또는 과연 재봉사에게 옷값을 주었을까?
| 이상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