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현재 중국 연길인민방송국 아리랑 방송에서 <바로 쓰는 우리말>을 제작하고 직접 진행까지 하고 계신데요. 우선 라디오 방송국인 ‘연길인민방송국 아리랑 방송’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길인민방송국과 아리랑방송을 두 개의 방송사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연길인민방송국 아리랑방송’입니다. 2001년에 첫 전파를 발사한 아리랑방송은 중국내 우리말 방송에서 하루 방송 시간이 가장 긴 방송국으로 매일 20시간씩 방송을 송출하고 있으며 연길을 비롯한 용정, 도문 등이 가청지역입니다.
지난 3월부터 방송된 <바로 쓰는 우리말>이 연변지역 우리 동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요?
<바로 쓰는 우리말>은 매주 주말에 2회 방송이 나가고 있습니다. 토요일 프로는 ‘우리말 겨루기’로 총 3단계로 나눠 저와 홍상은씨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우리말 OX퀴즈, 2단계는 우리말 낱말퀴즈, 마지막 3단계는 우리말 속담 퀴즈로 도전자 두 분이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우리말 배우기’로 총 4개의 코너로 구성됩니다. ‘바로 쓰자! 생활 속 우리말’, ‘이야기로 만나보는 우리말 속담’, ‘사전 속에 자고 있는 우리말’, ‘아름다운 우리문학’의 코너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코너 중에 ‘아름다운 우리문학’이 눈에 띄는데요. 언뜻 보기에 ‘바로 쓰는 우리말’의 다른 코너와 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문학’ 취지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퍼즐도 완성해야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듯이 아무리 훌륭한 우리말이라 할지라도 낱말 하나로는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문학’은 우리말을 모범적으로 사용한 문학작품을 소개하여 작가들의 문학적 정서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소박한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우리말 배우기’ 코너인 ‘바로 쓰자! 생활 속 우리말’, ‘사전 속에 자고 있는 우리말’ 등에 소개되었던 ‘우리말’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그램에서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을 소개한 것 중에 몇 개의 예를 들어 보면 우선 무엇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본따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확한 표현은 ‘본따다’가 아니라 ‘본뜨다’입니다.
어떤 물건을 액체에 담가 맛이나 빛깔 따위의 성질이 액체 속으로 빠져나오게 할 때 타동사 ‘우리다’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타동사 ‘우리다’와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자동사 ‘우리다’가 있는데요.
“짙은 구름 속에서 달빛이 우려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자동사 ‘우리다’는 ‘더운 볕이 들거나
달빛이나 햇빛 따위가 희미하게 비치다’는 뜻입니다.
또한 어떤 문제의 답을 정확하게 얘기했을 때, ‘정답을 맞추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맞추다’가 아니라 ‘정답을 맞히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흡연을 삼가해주세요.”처럼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바로 쓰는 우리말>은 이런 말들을 찾아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사전 속에 자고 있는 우리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나브로’인 것 같습니다. 일본어라고 오인하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어휘가 ‘께끼다’인데요. ‘노래나 말 따위를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함’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마음에 차지 않아 시들하게 생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사용하는 ‘시쁘다’도 평소에 자주 사용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바로 쓰는 우리말> 프로그램은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을 정확한 표현으로 바로잡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소에 늘 사용하는 우리말이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넘쳐나는 외래어와 은어, 비속어들이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니 비속어나 은어 확산이 예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중ㆍ고등학생들이 가장 심한 것 같네요. 은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합니다.
또한 외래어 사용을 보면 연변의 가게이름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아마도 외래어를 사용하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선입견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낙 연변은 남과 북의 언어가 뒤섞여있는 곳이라 사투리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바로 쓰는 우리말>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 잡는데 자그마한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연변지역은 남과 북의 언어가 뒤섞여 있는 곳이라 사투리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하셨는데요.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사투리나 연변에서만 사용하는 어휘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연변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투리에 대해 소개하면 “어제 가시집에 다녀왔습니다.” 여기에서 ‘가시집’은 서울말로 ‘처가집’이라는 뜻입니다.
“너무 군숙한네 하지 마세요.”에서 ‘군숙하다’는 처음 들어보는 표현일겁니다. 연변에서 ‘군숙하다’는 ‘복잡하다’는 뜻으로 주위환경이 너무 떠들썩할 때 사용하는 어휘입니다.
“오늘 비가 와늘 많이 왔다.”에서 ‘와늘’은 서울말로 ‘완전히’라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연변 말에서는 호주머니를 ‘거르마이’, 거위를 ‘게사이’, ‘힘에 겹다’를 ‘아름차다’, 뚱뚱하다를 ‘실하다’, 성냥을 ‘비시깨’라 부르는 등 수많은 연변사투리가 있습니다.
우리말을 지키고 바로 쓰기 위해서 하고 있는 다른 활동이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와 관련해 남측이나 북측과 직간접적인 교류나 협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말을 지키고 바로 쓰는데 자그마한 도움을 주고자 ‘방송&감독 교육단체’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우리말 방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아나운서와 PD 등 방송미디어지식을 가르치는 사회교육기관입니다.
아직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이 없지만 이제 곧 추진할 계획입니다. 좋은 방송을 제작하려면 우리말에 관한 연구 자료가 많이 필요한데,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한국의 국립국어원, KBS한국어연구회, 그리고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와 같은 기관과 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로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어생활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그러한 변화를 연길의 우리 동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전파되면서 연변사람들의 언어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개그콘서트’에서 재미있는 ‘신조어’가 생겨나면 이곳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츰
따라하는 붐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고자 애쓰는 분들도 많이 생겨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의 반응 또한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우리말 사용에 끼치는 한류의 영향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반대로 연변에서 우리 동포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고유의 말(사투리, 토속어 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사투리와 토속어가 어느 한 특정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 온 연변 고유의 말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썩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들을 마냥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유의 사투리와 토속어를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언어,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말을 지키는 초석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연변 지역에 우리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아리랑방송 외에도 우리말 방송국, 우리말 언론사(신문사)나 출판사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연변 지역에 우리말 방송국, 언론사, 출판사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변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우리말 방송은 제가 예전에 몸을 담았던 <연변인민방송국>과 <연변TV>입니다. 그 외에도 연변일보, 길림일보, 연변교육출판사, 연변인민출판사 등 수많은 우리말 미디어들이 있습니다. 그 중 길림신문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 행정에 나타난 제반 최신 성과와 뉴스, 정보, 지식을 적시적으로 담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과학, 관광, 스포츠 등 독자들의 관심사를 폭넓게 다루면서 특히 200만 중국 조선족들의 생활현상과 관련 뉴스를 주제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족 언론계에서 최초로 인터넷 신문을 개척하고 중국 전 지역과 한국, 조선, 일본, 미국, 등 아시아주, 구라파주, 북아메리카주의 민족사회에서 중국 조선족의 대변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변교육출판사는 1947년 설립된 곳으로 중국 조선족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독점 출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만종, 4억여 권을 출판했고, 직원도 130명에 달해 중국 전체 출판사 규모로도 50위 안에 듭니다. 중국내 조선족 학교의 모든 교과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조선어문 교과서는 직접 편찬하고, 수학ㆍ과학ㆍ물리 등 나머지 과목 교과서는 중국 교과서를 조선어로 번역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끝으로 <바로 쓰는 우리말> 프로그램이 언제 어떻게 방송되고 있으며, 연길 이외의 지역에서도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바로 쓰는 우리말>은 매주 토, 일요일 저녁 10시 30분에 방송되고 있으며, 연변지역에서는 FM88.0에서 청취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바로 쓰는 우리말> 팟캐스트, 중국내 조선족 젊은이들을 위한 스마트라디오 ‘CBS파워라디오’ 앱을 통해 해외에서도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겨레말큰사전》이 남과 북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더 좋은 길라잡이가 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평화와 대립을 반복하는 긴장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겨레말큰사전》이 승승장구하시고 우리말 대표사전으로 자리매김하시길 소원합니다.
* ‘이내’의 함경남도 방언(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