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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은 겨레얼 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누리판 2013.08

남녘말 북녘말

한자음에서의 남북의 차이

_ 고대영 / 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우리말 어휘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는 비단 남에서만의 특징이라고 하기 어렵다. 언어순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쳤던 북에서도 한자어의 비중은 남에 못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남북에도 모두 사용하고 있는 한자어지만 그 음과 표기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알다시피 한자는 표의문자이기에 하나의 글자가 두 개 이상의 소리로 읽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남북의 이러한 차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간략하게나마 남과 북에서 동일한 한자어가 달리 읽히는 경우를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을 통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한자음에서의 남북의 차이

원어 《표준국어대사전》 《조선말대사전》 비고
改悛 개전 개준.
개전 =개준.
悛 :고칠 전, 공손한 모양 순.
준개(悛改) =개준. 남에서는 안 쓰임.
開剃 개체 개제 剃: 머리 깎을 체.
醵出 갹출 거출 醵: 추렴할 갹, 추렴할 거
煅淬 단쉬 딘쇄 淬: 담금질할 쉬, 흐를 줄
滿喫 만끽 만긱 喫: 먹을 끽
軋轢 알력 알륵 轢: 칠 역
誤謬 오류 오유 謬: 그르칠 류(유)
歪曲 왜곡 외곡 曲: 기울 왜, 기울 외
怨讐 원수 원쑤 讐: 원수 수
-重 -쭝 -중 重: 무거울 중
浚渫 준설 준첩 渫: 파낼 설, 물결 일렁이는 모양 접, 데칠 잡
推敲 퇴고 추고 推: 밀 추, 밀 퇴
萃卦 췌괘 수괘 萃: 모일 췌(줄), 풀이 성한 모양 죄, 곁들일 채
瓣: 외씨 판
標識 표지 표식 識: 적을 지, 알 식
肛門 항문 홍문.
홍문 =항문.
肛: 항문 항, 항문 홍
戶樞 호추 호취 樞: 지도리 추, 나무 이름 우
休憩 휴게 휴계 憩: 쉴 게
閉門 폐문 페문 閉: 닫을 폐
廢車 폐차 페차 廢: 폐할 폐, 버릴 폐

   위의 표에서 동일한 한자어를 남과 북에서 각각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를 보였다. 그리고 비고란에는 남의 자전을 기준으로 하여 문제가 되는 한자의 음 등을 보였다. 이 표를 통해 살펴보면 남북 한자어의 표기 차이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자어 표기의 차이가 한자의 속성 때문에 발생한 경우로 이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표에서 음영으로 표시한 '醵出, 歪曲, 推敲, 標識, 肛門'인데 '醵, 歪, 推, 識, 肛'은 각각 두 개의 음으로 읽을 수 있다. 남과 북에서 이 한자들을 각기 다른 음으로 읽고 있어서 한자어의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둘째, 표기 차이가 나는 한자가 대체로 하나의 음으로만 읽히는 경우이거나 두 개 이상의 음으로 읽히더라도 북의 음으로는 읽히지 않는 경우이다. 앞서의 경우와 달리 남과 북에서 한자의 독음이 차이가 나게 된 이유를 쉽게 알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는 특정 한자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과 북에서 각기 다른 변화의 과정을 겪은 탓으로 보인다.
   다만 '閉門, 廢車' 등은 <조선말규범집(1986)>에서 그 표기를 아래와 같이 제한하였다.
제26항
한자말에서 모음 <ㅖ>가 들어 있는 소리마디로는 <계>, <례>, <혜>, <예>만을 인정한다.
  예: 계산, 계획, 례의, 실례, 세계, 혜택, 연예, 은혜, 예술, 예지, 예약
그러나 그 본래소리가 <게>인 한자는 그대로 적는다.
  예: 게시판, 게재, 게양대
   이에 따라 한자어에서 '계, 례, 혜, 예'를 제외하고는 'ㅖ'가 이중모음으로 소리 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에 '페문, 페차'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