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내 처음으로 한글박물관을 개관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계신데요. 우선 우리한글박물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09년도에 개관한 우리한글박물관은 한글에 관한 전반적인 유물을 수집·연구하고 전시, 체험할 수 있는 한글 전문 박물관입니다. 우리한글박물관에는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이 녹아있는 다양한 한글생활사 자료 5,000여 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중 300여 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200여 점은 특별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한글박물관은 기존 국·공립 박물관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박물관 규모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유물의 가치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앞선다고 자부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하기 전부터 한글박물관을 운영하셨기에 의미가 특별할 것 같습니다. 우리한글박물관을 개관한 취지와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초의 한글박물관이라는 목표로 30여 년 전부터 한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동전이나 우표 등 여러 가지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두고 있었습니다. 문득 그러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왜 가장 중요한 한글박물관이 없을까에 대한 물음과 안타까움이 생겼습니다. 국가에서 만들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한글의 중요성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수집해온 한글자료를 모아 충주에서 한글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우리한글박물관은 충주 고미술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박물관에 오면 관람객들이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글박물관에는 총 5,000여 점의 유물이 있습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한 번에 300여 점을 전시하고, 1년에 한두 번씩 계속 교체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주 공간 양쪽에는 근대 한글 간판, 일제 강점기 법랑 간판, 아이스케키통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전시실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75평 규모의 넓지 않은 공간에 전시물들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어수선해 보이지만 일일이 한글 유물을 찾아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한글 관련 고서와 생활용품, 도자기, 옹기 등 다양한 자료들이 있으며, 특히 우리한글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본들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한글박물관에 오시면 우리 생활 속에서의 한글의 중요성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평소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한글을 박물관이라는 틀 속에서 다시 보시면 더욱 즐겁고 흥미롭고 새로운 발견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이 얼마나 알기 쉽게 잘 만들어진 문자라는 것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전시실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우리한글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매를 주제로 한 한글가사집인 ‘응조가’와 필사본 여성영웅소설인 ‘부장양문록’ 5책 완질본, 계녀서의 일종의 책을 찍던 한글 목판, 거지이야기를 다룬 ‘광문자승현록’, 기근이 매우 심하여 어쩔 수 없이 딸을 방매할 수밖에 없었던 일을 보여주는 ‘한글방매문서’ 등이 있습니다. 또 한글을 배우라는 취지의 ‘언문하시요.’라는 글귀가 들어간 도자기 등 한글이 쓰여 있는 토기, 도자기, 옹기, 민속품과 궁중윷놀이판, 한글 수선전도 등 우리한글박물관에서만 유일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자체로 모두 귀중하지만, 수집 과정에서 모두 사연을 갖고 있는 유물들이라 저에게는 더욱 소중합니다. 국내 유일본인 ‘부장양문록’의 경우 지금은 5책 완질본을 전시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4책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1년이 지난 후에 나머지 1권이 수집되어 5책 완질본을 전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람도 크고 더욱 소중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글 자료 전시뿐만 아니라 한글 관련 체험 활동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한글날을 기념하여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5년 '조선후기 언간'을 시작으로 대학 등 학술단체와 연계해 매년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구한말 일본공사를 지낸 인동식의 일기 29권을 공개하였으며, 2011년에는 한글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한글수기(手記)문서'가 언론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2013년에는 새로 발굴된 조선말기의 음식조리서 '음식방문' 필사본을 중심으로 '한글음식 방문전'을 개최하여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하던 명문접시와 주칠명문소반, 한글이 들어간 음식과 관련된 생활사 자료 약 200여 점을 전시하였습니다. 2014년에는 '한글 고소설 뎐(傳), 충주에서 만나다'라는 특별기획전을 열었으며, 2015년에는 ‘해주도자기 한글을 노래하다.'를 진행하였습니다.
2016년 5월에는 ‘선비, 한글로 꿈을 꾸다’라는 주제로 영주 해우당 고택에서 찾아가는 전시를 진행했으며, 10월부터는 한글창제 573돌(세종25년,1443년)을 맞이하여 ‘한글, 런던 국제 고서전을 가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12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영국 런던 국제 고서전에서 전시한 유물을 우리한글박물관 한글날기념 특별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전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한글박물관에 오시면 전시 관람 이외에도, ‘한글명문 떡살 건탁 체험’과 <훈민정음>과 노비문서를 인출할 수 있는 ‘한글 목판 인쇄 체험’을 비롯하여, 궁중 윷놀이판 인쇄본을 통한 ‘채색 체험’, ‘세종대왕 필통 만들기’ 등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즐길 수 있는 여러 체험 활동을 하실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2015 런던 국제 고서전’에도 참여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행사였는지 소개해주시고, 그 행사에 참여하신 소감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5년 5월 ‘영국 런던 국제 고서전’은 전 세계 고서관련 종사자들이 모여서 열었던 행사로 국제 고서전에는 국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한글박물관에서는 1590년 중세국어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방점본인 ‘중용언해’를 비롯하여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등 유물 41건, 48점을 선별하여 전시를 하였습니다.
국제행사를 참여한 경험이 없어 고민을 많이 하였으나,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신념을 갖고 참여하였습니다.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사람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고, 외국인들도 한글의 우수성을 배우고 갔습니다.
아쉬운 점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정부의 해외 반출 규제 강도가 크고, 모든 비용을 개인이 마련해야하므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국가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한글을 알리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장님께서는 30여 년 동안 한글 관련 자료를 수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한글 자료들을 수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우표, 옛날 돈 등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었고 고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글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한글자료를 우선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글을 수집할 때부터 주제를 10가지 정도 구상하고 수집했습니다. 한글고소설인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심청전 등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자료들부터 수집을 시작하여, 한글로 쓰인 고문서와, 도자기, 옹기 속에 한글이 들어가 있다면 수집을 하였고, 한글이 민속품들에 표현되어 있다면 수집하기 시작하여 각 분야별로 많은 양의 자료를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한글이 들어간 도자기, 고추장 단지, 약탕관, 꿀단지, 수저통, 떡살, 다식판, 베게 등 생활 속 한글 자료들을 수집했습니다.
개인이 오랜 기간 동안 자료 수집부터 박물관 운영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거라고 예상되는데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운영을 하는 박물관이다 보니 전시공간이 좁은 것이 힘듭니다. 전시할 유물은 많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많은 유물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익이 크게 생기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당연히 따라옵니다. 하지만 독립운동한다는 마음으로, 한글독립운동가라는 자부심으로 우리한글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입장료 없이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커져 2016년부터는 입장료를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들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찾아주시는 모든 분께 매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시골 한 쪽에 박물관이 있다 보니 오시는 길이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매번 감사할 뿐입니다.
특히 부모님들께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주시는데 아이들이 간단한 해설에도 귀 기울여 주고 질문도 합니다. 그럴 땐 아이들이 한글에 대해 더 배우고, 또 아름답게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답을 합니다. 이런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보람된 시간입니다.
끝으로 우리한글박물관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은 매년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글을 찾아서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한글 교과서 전시와 고문서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별전을 진행하여 한글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박물관들에 비해 공간이 매우 작습니다. 많은 분들이 박물관의 규모만 보시고 실망하시면서 돌아가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관으로만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안쪽의 전시실은 알차고 재미있는 주제로 꾸며져 있습니다. 박물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 충주 우리한글박물관 안내
-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