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영덕 / 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일에 대한 유형의 대가를 받는다.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월급을 받지만 주급이나 일급 등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
일정한 급여를 정기적으로 받고 고용과 정년이 보장되고 해마다 급여 인상과 승급이 가능하다는 겁니까? 《편혜영: 서쪽 숲에 갔다》
한집안의 장남으로, 한가정의 가장으로 책임져야 할 몫으로 한 달 급여는 턱없이 모자랐다. 《윤진철: 꿈꾸는 인생》
위의 용례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급여’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풀이해 놓은 ‘급여’는 흔히 쓰이는 의미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① 돈이나 물품 따위를 줌. 또는 그 돈이나 물품.
¶낮은 급여/급여가 적다/급여를 지급하다/회사 사정으로 이번 달 급여가 이틀이 늦어졌다./우리 회사는 일 처리 능력에 따라 급여에 차이가 있다.
② 『북한어』동물에게 사료를 줌.
위의 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웹사전)에 제시된 것이다. 첫 번째 ‘돈이나 물품을 주는’ 풀이는 《조선말대사전》(1992)나 《우리말큰사전》(1991) 모두 대동소이하다. 용례를 보면 흔히 사용하는 ‘급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풀이는 한 일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개념을 충분히 반영한 풀이로 보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후 나온 《고려대 한국어대사전》(2009)에는 뜻풀이가 좀 더 정교하게 되어 있다. 아래의 풀이가 그것이다.
① 관공서나 회사 따위에서, 근무자에게 일의 대가로 주는 급료나 수당.
② 물품이나 돈을 내어 줌.
기존의 풀이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풀이를 추가하였다. 그렇다면 기존의 풀이는 그대로 두는 게 맞는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쓰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빼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아래 인용문을 보면 ‘돈이나 물품을 주는’ 또는 ‘그 돈이나 물품’의 의미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여진에 대하여 왜와 같이 교린정책으로 일관했다. … 때로는 그들을 회유하였고, 때로는 군사력으로 정벌하여 굴복시키기에 노력하였다. 경제적 회유책으로는 식량이나 토지의 급여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사특강편찬위원회: 한국사특강》
첨단기기에 의한 의료검사가 고가인데도 의료보험 급여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아 병의원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이 검사를 남발, 과잉진료라는 말을 듣고 있다. 《조선일보, 단층촬영 뇌파검사 - 첨단의료장비 장삿속 운영, 1993.10.25.》
여성들의 출산 육아 및 가사노동의 경험이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급과정에서 충분히 인정받도록 함으로써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해 줘야 한다. 《동아일보, [발언대]박영란-빈곤에 시달리는 할머니들, 1999.08.03.》
《표준국어대사전》의 두 번째 풀이 ‘동물에게 사료를 줌’은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1) 북한에서만 쓰인다는 단서가 붙은 이 풀이는 정말 우리는 안 쓰고 북에서만 쓰는 것일까?
새끼 사슴이 이유하면 약간 발육이 저하되므로 영양 사료 급여에 신경을 써야 해. 《정현웅: 사랑은 사슴처럼》
진흥원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조피볼락에 적합한 사료의 물성 또는 형태와 사료 급여 체계에 대해서도 연구를 계속 추진 중에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사: 조피볼락 대체 사료 개발, 1996.03.
21.》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평균수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수의학발전 외에도 사람과 음식을 구분해 먹이는 반려동물의 급여 문화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스포츠경향,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개와 고양이, 이거 먹으면 죽을 수 있어, 2016.11.09.》
위의 인용은 소설과 신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외에도 블로그나 카페 같은 곳에 보면 ‘심장 사상충 약 급여’, ‘피부병 약 급여’ 등과 같이 약을 먹이는 경우에도 쓰고 있다. 전문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던 어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쓰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두 번째 풀이는 이렇게 남북 공히 쓰고 있으므로 북에서만 쓰인다는 표지는 없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토대로 《겨레말큰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급여’를 풀이하면 어떨까 한다.
2)
① 돈이나 물품 등을 주는 것, 또는 그 돈이나 물품.
② 기관이나 회사 등에서, 일정 기간 일한 대가로 근로자에게 주는 돈.
③ 동물에게 먹이나 먹는 약 등을 주는 것.
1) 《연세 현대 한국어사전》(1998)에는 없었는데 웹사전에는 ‘(동물에게) 사료를 주는 것’의 의미가 등재되어 있다.
2) 아래 풀이는 글쓴이의 견해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 김영덕 |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