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
- 글쓴이
- 김미경
-
- 작성일
- 2022.05.16
-
- 조회수
- 1,039
꽃숭어리와 돌꼇잠
김미경 겨레말큰사전 연구기획팀장
〈우리말 겨루기〉라는 프로그램은 우리 가족이 평소 즐겨 보는 방송이다. 아이들은 제 엄마가 사전을 만드는 곳에 다니는 걸 의식하고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나를 쳐다보며 잔뜩 기대하곤 한다. 나는 방송을 보는 내내 시험지를 푸는 사람처럼 긴장하며 시청한다. 물론 아이들은 온전히 오락으로 즐기지만 말이다.
방송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어휘 등 우리말에 관한 정보를 퀴즈 형식으로 전달해 준다. 퀴즈 형식이라 그런지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방송에 나온 우리말 어휘 몇 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꽃숭어리
요즘 어딜 가나 봄꽃이 가득하다. 장미나 백합은 커다란 꽃이 한 송이씩 피지만 라일락이나 아카시아 같은 꽃들은 작은 꽃들이 뭉쳐서 핀다. 이렇게 ‘많은 꽃송이가 뭉쳐 달려 있는 덩어리’를 꽃숭어리라고 한다.
꽃숭어리에서 숭어리는 ‘꽃이나 열매 같은 것이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라는 뜻으로 꽃숭어리 대신 숭어리만 쓰기도 한다. 또 숭어리는 ‘포도 세 숭어리’처럼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서 꽃이나 열매 같은 것이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를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진자줏빛 꽃숭어리가 보름달 빛에 흔들렸다.
《김선우: 나는 춤이다》
명옥씨는 숭어리가 빽빽한 수국 옆에서 한참동안 지칫거린다.
《강미: 밤바다 건너기》
돌꼇잠
잠을 잘 때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유달리 험하게 자는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한자리에 누워 자지 않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잠’을 돌꼇잠이라고 한다.

▲돌꼇1)
돌꼇잠에서 돌꼇은 실을 감거나 푸는 데 쓰는 기구로 굴대의 꼭대기에 ‘십자(+)’ 모양의 나무를 대고 그 네 끝에 짧은 기둥을 박아 만든다. 굴대가 돌아감에 따라 이 기둥에 실이 감기거나 풀리는데 빙빙 돌아가는 돌꼇과 같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자는 잠’이라고 해서 돌꼇잠이다. 북에서는 돌꼇을 돌겻으로 써서 돌겻잠이라고 부른다.
한씨는 돌겻잠을 자는 명순이 잠자리를 바로잡아주고 도로 정지간으로 내려왔다.
《뜨거운 심장》(북)
아람
가을이 깊어 가면 사과, 배, 감을 비롯한 온갖 과일들이 탐스럽게 익는다. 산을 오르다 보면 밤송이가 활짝 벌어져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람은 ‘밤이나 상수리 등의 열매가 완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를 말한다. 그렇다면 ‘아람이 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는 ‘아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떨어질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흔들지도 않은 밤나무 가지에서 남은 밤송이가 저 혼자 아람이 벌어져 떨어져 내렸다.
《황순원: 학》
넉넉한 볕에 수수는 알알이 오롯해지고 삽상한 바람이 스칠 때마다 아람이 불어 떼구르르 구른다.
《이도흠: 이사부》
꽃과 나무가 푸르른 계절이다. 이번 주 나들잇길에는 어떤 꽃숭어리가 한창일까? 아이들과 꽃그늘에 앉아 어떤 꽃이 예쁜지 이야기해 봐야겠다. 봄꽃들이 만발하는 것처럼 우리말 꽃송이도 만발하기 기대한다.![]()
1 네이버 지식백과(박호석 외(2001), 『한국의 농기구』, 어문각,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20207&cid=42961&categoryId=42961, 접속일: 2022.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