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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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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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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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3,024
후투티와 후투디
이형주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유년기만큼은 어느 집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하다. 나는 공룡과 동물에 ‘환장하는’ 어린이였고, 사육할 공룡이 없는 탓에 동물 사육사가 되기로 선언하고 한동안 종(種)에 관계없이 동물들의 이름을 외워 댔다고 한다.
그때 외운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후투티’라는 새의 이름은 들을 때마다 이국적이고 화사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화려한 머리 장식이나 오렌지색 깃털, 흑백 줄무늬를 보면 사육사가 될 뻔했던 나로서는 확신할 수밖에 없다.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만 사는 희귀 조류일 거라는 확신.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후투티의 소식은 의외로 희귀하지 않다. 여의도공원에서 봤다는 일화부터 어느 대학 건물에서 새끼가 크고 있다는 소식까지. 도감의 ‘흔한 여름새’1)라는 표현을 확인하고서야 근거 없는 확신이 부끄러워진다. 이제는 심지어 기온 상승 탓에 한겨울의 대구, 안동, 철원에서도 발견되는 텃새가 되고 있단다.2)
사실 후투티는 이미 옛날부터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대륙에서 자주 발견되었다고 한다. 《새 문화사전》(2014)에 따르면 중국 위나라 양왕(기원전 318~296) 묘의 죽간(竹簡) 기록부터 다양한 한시, 그림에서 발견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함께해 왔다. 또 잘 알려진 박인로의 ‘누항사’에서 발견될 만큼 후투티는 우리 역사에서도 널리 알려진 존재였다.3) 나아가 성경이나 코란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서식 분포가 아주 넓은 새였던 듯하다.
북에서는 이 후투티를 ‘후투디’라고 부른다.
머리에 부채살같은 관을 쓰고 역시 부채살무늬의 화려한 옷차림을 한 {후투디가} 점잖게 목쉰 소리를 내는가 하면…
《좋은 형님》(북)
독수리는 순식간에 {후투디와} 부엉이를 물어메치였습니다.
《불타버린 제왕》(북)
한 음절 차이지만 북측 표기인 ‘후투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분단 이후 남측 단독으로 편찬한 초기 국어사전인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는 ‘후투지’가 ‘후투티’와 함께 ‘오디새’의 비표준어(방언)로 등재되어 있다. ‘후투지’는 아마도 이 ‘후투디’에 구개음화(口蓋音化)가 적용된 남측 방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표준어 제정 이전 남북에서는 ‘후투티, 후투지, 후투디’가 지역에 따라 두루 사용되었던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이국적이고 생소한 느낌과 달리 어쩌면 우리 토박이말일지도 모른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아주 매력적인데, 이에 대한 남북의 표현도 매우 흥미롭다. 아래 북측 용례에서 알 수 있듯, 이 새는 날아오를 때 ‘쏵’하는 소리를 내기에 ‘쏵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4)
[남]
‘{후투티는} 어떻게 우니?’ ‘뽀뽀뽀뽀, 뽀뽀, 뽕, 뿡, 뽕,’ ‘피, 그렇게 우는 새가 어딨니.’
《김원일: 아우라지로 가는 길》
[북]
머리에 칠보족두리단장을 한듯한 {후투디새들이} “궁궁—궁궁—”하고 지저귀다가 발걸음을 옮길적마다 놀란듯이 “쏵—쏵—”하고 울며 좌우로 곧추 날아옌다.
《향토》(북)
그렇다면 ‘후투티’와 ‘후투디’는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민간에는 ‘개굴’하고 우는 동물이 ‘개구리’인 것처럼, ‘훗훗’하고 우는 새라고 붙인 이름 ‘훗훗이’가 변했다는 설, 울음소리 ‘훗’과 ‘오디(새)’가 붙은 ‘훗오디’에서 변했다는 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한국어의 계통과 관련해서는 튀르키예어(터키어) ‘휘튀트(hüthüt)’와의 관계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5)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어원을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최초의 기록 정도는 민족 최초의 조류학자인 원홍구 선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원홍구 선생은 1888년 평북 삭주 출생으로, 일제강점기부터 국내 생물학, 특히 조류학 연구에 힘써 온 연구자이며, 재작년 작고한 남의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 선생의 아버지이다. 원홍구 선생의 1932년 논문, ‘내가 수집한 조선 조류 목록’에서 이미 후투티·후투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6) 다만 일제강점기에 나온 논문이라, 출판 원고에서 우리말 표기를 확인할 순 없으며 그 후 1941년까지 발표한 논문과 자료는 북에 있어 남에서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7)
1) 원병오(1993), 《원색도감 한국의 조류》, 교학사, p.247.
2) 손대성, 겨울 대구서 발견된 여름 철새 후투티... 텃새가 됐나!, <연합뉴스>, 2021.12.05. (대구) ; 여름철새 ‘후투티’ 철원 최북단에서 월동 <강원도민일보>, 2022.02.10. (철원) 등
3) 다만 근대 이전의 기록들은 대부분 한자명인 ‘대승(戴勝)’을 사용하고 있다.
4) 이 밖에도 뽕나무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어 붙여진 ‘오디새’,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자와 장식이 비슷해 붙여진 ‘(인디언)추장새’, 한자명 ‘대승(戴勝)’, ‘대임(戴鵀)’ 등의 이름이 쓰인다.
5) 넓은 지역에 걸쳐 서식했던 만큼 각 언어마다 이 새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여 발음을 적어 나열하면, ‘다이성(戴胜), 후보보(呼哱哱)’[중국], ‘야쓰가시라(八頭)’[일본], ‘오월지(өвөөлж)’[몽골], ‘더우리우(đầu rìu)’[베트남], ‘훗훗(هدهد)’[아랍어], ‘우도트(Удод)’[러시아], ‘후포우(hoopoe)’[영미], ‘위프(huppe)’[프랑스], ‘아부빌리아(abubilla)’[스페인] 등을 들 수 있다.
6) 元洪九(1932), 餘の蒐集したる朝鮮産鳥類目次(내가 수집한 조선 조류 목록), 《朝鮮總督府 水原高等農林學校 創立二十五周年記念論文集(조선총독부 수원고등농림학교 창립25주년 기념논문집)》, 水原高等農林学校, 77-118.
7) 이 때문에 남에서는 서울대 남태경 교수가 발간한 《한국조류명휘》(1950)이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자서(自序)에서도 원홍구 선생의 논문 등에 대한 언급이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