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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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권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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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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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133
부흥부흥 우는 부엉이
권혜진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우~~~ 우~~~. 우~~ 아~~, 우~ 아, 우~ 아,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퀴즈, 퀴즈, 퀴즈 탐험. 지구는 숨을 쉰다. 그 모든 생명이 살아있다…….
위의 글을 읽는 도중에 저절로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0년 넘게 방송된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라는 TV 프로그램 오프닝 곡의 가사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과 음악은 나와 동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듯하다. 진행자의 맛깔스러운 목소리 연기와 동물과 자연의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푸는 진행 방식이 인상적인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얼마 전 우리 집에서도 때아닌 동물 퀴즈 바람이 불었다. 아이가 동물 백과를 보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알려도 주는 시간이 한참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추억의 방송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가 순간적으로 떠오를 법한 아리송한 문제가 출제됐다.
“엄마, 부엉이하고 올빼미하고 비슷하게 생겼잖아.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는지 알아?”
문제를 낸 아이가 큰 발견을 한 듯 신나 하며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정보가 없었던 나는 아이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잘 봐. 부엉이는 머리에 귀 모양의 깃털이 양쪽에 있는데, 올빼미는 없어. 이걸로 알아보는 거야.”
책 속의 사진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해 준 아이 덕에 이제는 나도 부엉이와 올빼미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부엉이는 사나운 성질을 가진 맹금(猛禽)의 하나인데, 눈이 크고 청각이 발달돼 있으며 날개가 크고 깃이 부드러워 소리가 나지 않게 날 수 있다. 주로 야행성으로 해 질 무렵부터 부엉부엉 울며 밤에 활동하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습성은 부엉이와 관련된 이야기와 말들에도 잘 반영돼 있다.
서양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는 항상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이 부엉이를 통해 지혜와 명철함을 얻었다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고 말했는데, 이는 모든 일이 끝난 저녁에야 오랜 시행착오 끝에 지혜로운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부엉이는 어떤 상징성이 있을까? 다음의 예문을 살펴보자.
(1) 형보는 그 이튿날 당장 시세가 그처럼 이십 정이나 올라서 우선 이백 원 가까운 이익을 보았다는 것이며, 그 뒤로도 {부엉이살림같이} 차차로 늘어 간다는 것을 꽉 숨겨 버렸었다.
《채만식: 탁류》
(2) 부엉이가 아주 부지런한 새인것 같소. 삼라만상이 잠든 밤에도 먹이감을 구하러 쉴새없이 다닌다고 하오. 둥지엔 먹을것이 그득한데도 말입니다. 아마 그놈의 버릇이겠지……. 그래서 옛사람들이 먹을것을 여러가지로 많이 저축해둔 창고를 두고 {부엉이고간이라는} 성구를 만들어냈다질 않소.
《병사들을 위한 날》(북)
(3) “요새 웅보 살판났어. … 외방자식이 느닷없이 떠억 나타나서는 아부지 호강시켜 중께로 불겁혀(부러워).” 입 달린 사람들을 웅보에게 한 마디씩 하는 것이었는데 웅보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그려, 늙마에 {부엉이 집을 얻었구만}. 내가 불겁히먼 젊어서들 나같이 외방자식 하나씩 맹글지 않고 무신 헛지랄들 했던감.”
《문순태: 타오르는 강》
(4) 애초부터 이해관계에 어두운 사람이 꼬여 비틀린 것을 펴보겠다고 {부엉이셈을} 해서는 안된다.
《김별아: 논개》
첫 번째로 부엉이는 ‘재물’과 ‘부유함’을 상징한다. 부엉이가 먹이를 둥지에 모아두는 습성이 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부(富), 흥(興)’이라고 묘사하며 곳간과 집안을 지켜준다고 생각한다는 점 때문이다. (1)의 ‘부엉이살림’은 자기도 모르게 부쩍부쩍 느는 살림이라는 뜻이고, (2)의 ‘부엉이 곳간’은 없는 것 없이 이런저런 것이 다 들어 있는 창고와 같이 무엇이나 다 갖추어져 있는 경우라는 뜻이다. (3)의 ‘부엉이 집을 얻었다’는 닥치는 대로 먹을거리를 물어다 오는 부엉이의 습성 때문에 부엉이 집은 ‘없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특히, 부엉이의 집(둥지)에는 번식기에 꿩이나 토끼 같은 먹이가 가득한데,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잡아 둔다고 한다. 그래서 ‘부엉이 집’은 먹을 복이 있는 집을 말하고, 그것을 얻었다는 것은 ‘횡재를 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두 번째로 부엉이는 ‘어리석음’을 상징한다. 부엉이는 주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는데,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4)의 ‘부엉이셈’은 어리석어서 이익과 손해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의 셈이나 그런 셈을 하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부엉이는 수를 둘씩 짝으로만 헤아리기 때문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알아도 짝을 맞추어 없어지면 모른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집안에 장식해 두면 부자가 됩니다. 이번 기회에 사세요!
(1) 부엉이를 귀깃(우각)의 차이로 올빼미와 구분한다고도 하지만 솔부엉이와 쇠부엉이는 귀깃이 없기 때문에 이는 정확한 구분법이 아닐 수도 있다.(참조: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2) ‘곳간(庫間)’의 남측 표기는 ‘곳간’이며, 북측 표기는 ‘고간’이다.
(3)‘부엉이눈’은 북의 《조선말대사전》에 수록된 단어이다. ‘①부엉이의 눈. ②‘밤에 잘 보는 사람의 눈’을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는데, 부엉이의 눈처럼 크고 동그랗게 뜬 눈이나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주변을 잘 보는 눈을 이를 때 쓰는 것으로 보인다.
(예) 금석이는 참지 못해 사이문을 빠금히 열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부엉이눈이} 되었어요.《쌍둥이 맏아들》(북)
(예) 저놈들이 {부엉이눈이라고} 얼굴을 일일이 알아보겠습니까?《근거지의 봄》(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