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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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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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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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2,121
남과 북의 말, 얼마나 다른가
최준호 겨레말큰사전 편찬부장
지역이 다르면 말이 다른 것이 당연한 얘기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부산이나 경주, 전주, 광주로 여행을 가면 버스나 길거리에서 들리는 대화를 통해 ‘아, 내가 서울을 떠나 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물며 남과 북의 언어는 광복 이후 70년 넘게 다른 길을 걸어왔으니 오죽하랴. 이 글에서는 남북 언어의 다른 점 중에서도 아주 일부를 말해 보려고 한다.
컴퓨터가 널리 사용되면서 언어학자들은 ‘말뭉치’라는 것을 만들었다. 말뭉치는 간단하게 말해 언어 연구를 위해 대규모 텍스트를 전산적으로 구축해 놓은 것을 말한다. 이를 이용한 언어학을 말뭉치 언어학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말뭉치에서 남북 각각 10만 어절을 임의대로 뽑아보았다. 참고로 10만 어절은 말뭉치의 아주 일부이고, 모든 한국어의 전체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이다. 하지만 남과 북에서 쓰는 어휘의 초성 빈도를 비교하는 작업에서는 그리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 남북 어휘의 초성 빈도(10만 어절 대상)
초성 | 빈도(남) | 비율(남) | 순위(남) | 빈도(북) | 비율(북) | 순위(북) |
ㄱ | 38,008 | 13.08% | 2 | 43,886 | 12,87% | 2 |
ㄴ | 21,701 | 7.47% | 6 | 23,922 | 7.02% | 7 |
ㄷ | 27,732 | 9.54% | 3 | 32,761 | 9.61% | 3 |
ㄹ | 21,120 | 7.27% | 7 | 24,996 | 7.33% | 6 |
ㅁ | 15,736 | 5.42% | 9 | 17,739 | 5.20% | 9 |
ㅂ | 11,533 | 3.97% | 10 | 13,027 | 3.82% | 10 |
ㅅ | 23,405 | 8.05% | 4 | 29,704 | 8.71% | 4 |
ㅇ | 70,543 | 24.28% | 1 | 81,639 | 23.94% | 1 |
ㅈ | 22,107 | 7.61% | 5 | 27,047 | 7.93% | 5 |
ㅊ | 6,121 | 2.11% | 11 | 7,650 | 2.24% | 11 |
ㅋ | 1,535 | 0.47% | 16 | 1,372 | 0.40% | 16 |
ㅌ | 2,920 | 1.00% | 12 | 2,956 | 0.87% | 14 |
ㅍ | 2,774 | 0.95% | 13 | 2,813 | 0.82% | 15 |
ㅎ | 17,885 | 6.16% | 8 | 22,303 | 6.54% | 8 |
ㄲ | 2,613 | 0.90% | 14 | 3,145 | 0.92% | 12 |
ㄸ | 2,408 | 0.83% | 15 | 3,136 | 0.92% | 13 |
ㅃ | 687 | 0.24% | 19 | 687 | 0.20% | 19 |
ㅆ | 1,067 | 0.37% | 17 | 1,352 | 0.40% | 17 |
ㅉ | 856 | 0.29% | 18 | 860 | 0.25% | 18 |
계 | 290,569 | 100% |
| 340,995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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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초성 ‘ㄱ’을 보면, 10만 어절의 말뭉치에서 초성이 ‘ㄱ’인 글자는 남측 말뭉치에서는 38,008개, 북측 말뭉치에서는 43,886개이다. 이는 초성 전체에서 각각 13.08%(남), 12.87%(북)을 차지하며 순위로는, 남북 모두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똑같이 10만 어절을 뽑았는데 같은 초성을 가진 남북의 글자 수가 다른 이유는 남측과 북측의 띄어쓰기 규정이 달라서 붙여쓰기를 많이 하는 북측의 경우 한 어절당 평균 글자 수가 남측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원고의 주제로 남북 말뭉치의 초성 빈도를 다루기로 한 이유는 남북 언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 나는 문법적 특징이 두음법칙 적용 여부이고, 그렇다면 남북 말뭉치에서 초성이 ‘ㄴ’과 ‘ㄹ’인 결과의 빈도 순위가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를 보면 ‘ㄴ’과 ‘ㄹ’의 순위 순서가 6위와 7위, 7위와 6위로 남측과 다를 뿐 북측에서 5위를 차지한 ‘ㅈ’보다 많이 쓰인다거나 할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1)
남과 북의 언어는 얼마나 다른가. 이는 분명 간단히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자소뿐 아니라 어휘, 의미, 빈도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소 단위의 문제에서는 생각보다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뭉치는 보여준다. 단지 ‘연세/년세’, ‘낙원/락원’, ‘노인/로인’ 등 남측과 다르게 표기된 북측의 단어들이 강하게 남아 ‘차이가 많다’는 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통일이 되기 전부터 우리말 대사전 편찬을 통해 남북 언어를 함께 연구하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의 성과가 통일 이후에도 이어져 남북의 언중들이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국어를 만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1)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빈도가 낮은 자소들의 순위가 살짝 다른 것인데, 이것은 샘플의 수가 적어서 그런 것인지, 외래어 표기 규범 등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