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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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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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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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328
갱갈할매숟가락
이길재 겨레말큰사전 수석편찬원
갱 가는디 뭔 숟구락을 갖구 가겄슈. 갱갈할매숟가락 그눔 한쪽얼 숟구락처룸 썼이유.
강에 가는데 숟가락을 가지고 가지 않아 숟가락 대신 ‘갱갈할매숟가락’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갱갈할매숟가락’이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숟가락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갱갈할매숟가락’은 당연히 진짜 숟가락은 아니다. 아래의 용례를 보면 ‘갱갈할매숟가락’이 무엇인지 조금 짐작해볼 수 있다.
지금은 치조개라고 부른디, 옛날에는 갱갈할매숟가락이라고 그랬어유.
지금은 ‘갱갈할매숟가락’을 ‘치조개’라고 부른다. ‘치조개’는 ‘치’와 ‘조개’가 결합한 말로, ‘키조개’의 방언형이다. 그리고 ‘치’는 주로 곡식에 섞여 있는 쭉정이나 검불, 티끌 등을 골라내는 데 쓰는 ‘키’의 방언형이다. ‘키’가 ‘치’가 된 것은 ‘기둥>지둥, 기름>지름, 길>질, 킷다리>칫다리’ 등과 같은 소리의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키조개’는 조개의 모양새가 ‘키’를 닮은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비해 ‘갱갈할매숟가락’은 조개의 모양이 아닌 용도에 따라 붙여진 이름으로 볼 수 있다. ‘키조개’의 방언형은 지역에 따라 꽤 다양하게 나타난다.
<'키조개'의 지역별 방언형>
방언형 | 지역 |
가리조개 | 충남 |
갱갈할매숟가락 | 충남 |
개닥, 개당, 개덕, 개두 개지, 개적 | 전남 |
게이지 | 경남, 전남 |
귀머거리 | 전남 |
도끼조개 | 충남 |
도치조개 | 경남 |
도치뿔 | 전남 |
쳉이조개 | 경남 |
체이 | 전남 |
치조개 | 충남, 전북 |
‘가리조개’와 ‘갱갈할매숟가락’은 충남 지역에서 쓰는 방언형으로, ‘가리조개’의 ‘가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모양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갱갈할매숟가락’은 단어의 구성으로만 본다면 ‘갯것을 하러 나간 할머니가 숟가락으로 쓸만한 조개’를 뜻하는 말로 볼 수 있다.
‘개닥, 개당, 개덕, 개두, 개지, 개적’은 모두 전남 지역의 방언형으로 모두 그 말뿌리가 같은 것으로 보이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귀머거리’ 또한 전남 방언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귀가 먹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서 연유한 것인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키조개’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귀머거리’가 ‘키조개’의 방언형이 되었는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 개당언 흑산에서는 여간 귀헤라우. 잘 안나.
- 요거는 저 안에 꼭대기가 큰 거이 있거든, 크기 땜이 {개지는} 비싼 거이라.
‘도끼조개, 도치조개, 도치뿔’은 ‘키조개’의 모양을 형상화한 방언형들이다. ‘도끼’, ‘도치’의 모양새를 닮은 조개가 곧 ‘키조개’인 것이다. ‘도끼’의 이전 형태는 ‘돗귀’(『월인석보』)이고, ‘도치’의 이전 형태는 ‘도최’(『능엄경언해』)이다. ‘돗귀’는 ‘돗귀>도뀌>도끼’와 같은 소리의 변화를 거쳐 표준어로 자리 잡았고 ‘도최’는 ‘도최>도취>도치’와 같은 소리의 변화를 겪었지만, 지역어로만 남게 되었다.
- 아따 도치뿔 그거 큰 것은 겁나게 크제라. 혼차 다 못 묵제.
- 도치조개 그그는 구우무우도 맛있고, 날거로 무우도 맛있제.
- 어마, 아적두 도끼조개를 안 먹어 봤슈? 아따 이 양반 큰일날 양반이구먼.
‘쳉이조개, 쳉이, 치조개’도 ‘도끼조개, 도치조개, 도치뿔’과 마찬가지로 패각의 모양을 형상화한 방언형들이다. ‘쳉이’ 역시 ‘치’와 마찬가지로 ‘키’를 나타내는 방언형이다. ‘치’와 접사 ‘-앙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졌으며 ‘쳉이조개’는 경상남도 지역에서 ‘체지조개, 칭이조개’라고 부르기도 한다.
- 아따 그거 치 안있단가? 그거 비스롬허게 생깄응개 치조개여.
- 쳉이 그거 한 마리 까갖고 쓸어놓으민 참 푸짐허고 만나제.
1)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나는 물건’을 뜻하는 말로 조개, 해초 같은 생물을 가리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