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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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오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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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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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306
티미하다
오창윤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출근길 통일로에 있다 보면 다른 차들은 전부 출발해서 앞으로 달리는데 바로 앞차 혼자 멈춰있거나, 차들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어 옆 차선 차들이 끼어들기를 하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울컥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아유! 저 앞차 운전하는 사람은 ‘띠미~해가’ 와 저렇노?”
매일 차로 같이 출근하는 아내가 옆에서 물어본다.
“띠미~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그거 모르나? 부산에서 ‘띠미하다’하면 ‘어리석고 둔하다’ 그런 말이다. 통영에서는 안 쓰는갑네?”
“띠미하다는 모르겠고 통영에선 ‘띠죽하다’라고 썼는데?”
“띠죽하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같은 경상도라도 모르겠네.”
출근하자마자 기존 사전에서 나와 아내가 발음한 소리 그대로 ‘띠미하다’, ‘띠죽하다’를 찾아 봤다.

‘티미하다’는 국립국어원의 개방형사전 《우리말샘》에 ‘투미하다’의 강원, 전남 방언으로 올라 있었다. ‘튀미허다’, ‘퇴미하다’와 같은 전남, 함북 지역 방언도 함께 제시돼 있었다. 경남 지역에서도 해당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 지역 정보를 추가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 이에 반해 경북 방언으로 올라 있는 '투미하다'는 내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투미하다’와 비슷한 우리말로 ‘트릿하다’도 있는데 지역에서는 ‘트리하다’, ‘데리허다’, ‘멀쿠랑하다’, ‘트지하다’와 같은 방언들이 쓰인다고 한다. 모두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투미하다 「형용사」 「001」어리석고 둔하다. 그는 남들이 말을 붙여 보아도 돌미륵같이 투미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중략) 지역어(방언) 티미-하다(강원, 전남),튀미-허다(전남),퇴미-하다(함북) |
투미하다 「형용사」「방언」 「004」'흐리멍덩하다'의 방언(경북). 잠을 몬 자서 머리가 투미하다. 번역: 잠을 못 자서 머리가 흐리멍덩하다. |
트릿하다 「형용사」 「002」맺고 끊는 데가 없이 흐리터분하고 똑똑하지 않다. 트릿하게일을 했다가는 곤장 맞을 줄 알아라.≪송기숙, 녹두 장군≫ 트릿한놈 아니니까 나중에 제가 크면 제 일 저 알아서 다 처리할 것입니다.≪한승원, 해일≫ 지역어(방언) 트리-하다(강원),데리-허다(전남),멀쿠랑-하다(제주),뭉크락-하다(제주),뭉크랑-하다(제주),트립-허다(충청),트벽-하다(평북),트지-하다(평북) |
자넨 학교에 남아서 후배를 가르치던 교수가 왜 기렇게 티미하냐 말야. 동업까지 해주니깐 버젓이 행세할라구 기러디 않갔나.
《황석영: 한씨 연대기》
사람이 너무 티미하여 맴에 앤 든다. / 사람은 여수가 발거야지 티미하머 몬 씬다.
《정석호: 경북동남부 방언사전》
아내가 통영 지역에서 자주 썼다던 ‘띠죽하다’ 또는 ‘티죽하다’도 찾아봤으나 충분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아내가 살던 고향 지역 일부에서만 사용하는 말인지 혹은 아내가 잘못 기억하는 것인지, 아직 캐내어지지 않은 지역어인지 아쉽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 지역 말을 간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대규모 언어 자료인 말뭉치에서는 나타나지만 사전에서는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어. 남과 북, 그리고 재외동포의 말들을 풍부하게 담아 편찬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에서는 내가 기억하는 단어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차들로 가득 찬 출근길 통일로. 바로 앞차는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옆 차선에서는 끼어들기 할 틈만 노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운전석에 앉아 거칠지만 말맛 나는 사투리로 소리친다.
“아유! 저 차는 띠미~해가 와 저렇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