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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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성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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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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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674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육
글 박성춘 (주)키인컨설팅 대표
평화·통일 교육의 현재
통일교육은 국민의 통일의식을 높임으로써 남북 관계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육이다. 그러나 분단 이후 약 8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통일교육을 실시해 왔음에도 남북한 사이의 대립과 갈등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으며 국민들의 통일 무관심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통일교육은 반공, 안보, 민족, 평화의 개념을 중심으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강조점이 변화하였지만, 우리 사회에서 남북 관계와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경합하면서도 병존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육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미래의 통일한국을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평화·통일 교육은 사회적 상황 변화라는 외적 환경의 영향도 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분단과 다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 회복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한편,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민족 담론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제는 통일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맞춰 평화와 통일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 경계의 대상이자 통일의 동반자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균형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바로 평화·통일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협력과 통합의 경험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추구
평화·통일 교육은 남과 북의 협력과 통합 경험에 기초하여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한 협력과 통합의 경험 중 대표적 사례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을 통한 남북 협력의 경험과 개성공단에서의 남북 통합 경험이다.
《겨레말큰사전》은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최초로 남과 북이 공동 편찬하는 우리말 사전이다. 추상적인 거대 담론으로서 남북한 통일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말과 글이라는 영역에서 상호 협력하여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였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에 따르면 그 목적은 “남과 북이 각각 사용하는 말과 글의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요강(2005. 7.)”에서는 《겨레말큰사전》이 “사전 편찬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합의 해결한 통일 지향적 사전”임을 밝힘으로써 남북 언어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25차례 공동회의가 진행되었으며, 지난 2015년 12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25차 공동회의를 마지막으로 현재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교류마저 끊어진 상황이지만 남북 협력의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이다.
개성공단에서는 통일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상호 존중에서 출발하여 공존과 공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 조성 및 운영 과정에서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동등한 합의의 대상으로 여기지 못하였다면 개성공단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개성공단의 조성과 발전 과정에서 남북한은 차이와 갈등을 경험하였지만 여러 합의서를 채택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56,000여 명이 함께 생활한 개성공단에서의 삶의 모습은 다양하였으며 남북이 함께 해결해 나갈 문제들이 많았다. 차이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통해 남북이 공존해 나가며 개성공단의 발전이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비록 현재는 폐쇄된 개성공단의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개성공단의 사례는 남북 통합의 중요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평화·통일 교육이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를 추상적으로 바라본다면 실제 통일의 과정과 통일 이후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룰 수 없다. 남북한 협력과 통합의 가치를 중심으로 그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다루면서 평화·통일 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북 협력과 통합의 경험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통하여 남북한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통일 이전, 통일 과정, 통일 이후에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원칙을 제시한다. 평화·통일 교육의 내용이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구성될 때 남북한 민족 공동체 구성원, 남한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교육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통일교육은 분단 시대의 통일교육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은 통일한국의 미래 설계를 위하여 현재부터 적용이 가능한 개념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공리주의적 측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와 전 지구 공동체에 대한 책임 역시 내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한다. 이는 분단된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통일한국을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통합, 공존, 상생을 추구하는 평화·통일 교육의 목표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문제는 빈곤 퇴치, 사회·경제적 정의, 문화 다양성 및 문화 간 대화, 민주주의, 인권, 소비 및 생산, 세계화, 생물 다양성, 재해 위험 감소, 환경의 질적 저하 및 기후 변화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일 이전인 현재 남한과 북한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남북한이 상호 의존적이며 상호 연계적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는 또한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조하여야 하는 평화· 통일 교육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경쟁적으로 남북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남북한의 이익에 따라서 통일 논의를 펼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평화·통일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 통합을 위한 평화·통일 교육
우리 사회에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존재하는 동시에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남북한 사회 통합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공존하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분단의 상황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분단 평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향유할 수 있는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평화·통일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통일교육이 남북 협력과 통합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남북 경쟁과 대결 구도에 따른 통일 정책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둘째, 장기화된 분단에 이미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교육에서 구체적인 남북 협력과 통합의 경험을 다루지 않고 국가적 거시 담론의 차원에서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평화와 통일 개념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평화·통일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예비 교사와 현장 교사들의 통일교육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통일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남북 협력과 통합의 가치를 이해하고 남북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평화와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면화하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통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통합은 통일 이전과 통일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필요조건인 동시에 통일 이후 우리 사회의 충분조건이 되어야 하는 궁극적 목표이다. 평화·통일 교육의 패러다임은 과거와 현재의 분단 사실이 아니라 미래의 평화와 통일 가치를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평화·통일 교육은 남북 협력과 통합의 경험을 통하여 통일한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박성춘
서울대학교 통일교육연구센터장,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미국 아칸소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키인컨설팅 대표이며, 사업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문화 시대의 통일교육』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