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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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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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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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516
국민과 통하는 봄
- 겨레말큰사전, 남북의 말을 잇다
글 윤석정 겨레말큰사전 기획홍보부장
사진 이효영 사진작가

5월 26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겨레말큰사전 전시·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부스 입구에는 ‘겨레말큰사전, 남북의 말을 잇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스 뒤편에 위엄 있게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이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겨레말큰사전 부스로 들어섰다. 공동회의가 중단된 이후 사업회에서 제작한 《겨레말큰사전》 가제본과 편찬성과를 담은 출판물들을 전시용 탁자에 비치하고 뒷벽으로는 사업회의 해살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용 현수막도 부착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스물다섯 차례 열린 공동회의 사진들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대여해 설치했다. 이틀간 통일부가 주최하는 통일문화 공감행사 〈광화문에서 통하나봄〉, 코로나19가 대유행한 뒤로 오랜만에 다시 참여하게 된 이번 행사를 무사히, 잘 마치길 바라며,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국민과 통하는 봄
지난 4월, 사업회가 2023 통일문화 공감행사에 참여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자연스레 2019년 11월, 서울시민청에 설치·운영했던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이 떠올랐다. 당시 사업회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널리 알리고 국민에게 편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홍보관을 개관했다. 하루에 수십 명의 관람객이 홍보관을 찾아 전시를 감상했고 남북의 언어 차이를 주제로 설치한 낱말 돌림판, 겨레말 농구시합, 십자말풀이 게임 등을 체험했다.

홍보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의 의미와 가치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공감했다. 무엇보다 공동회의가 멈춘 시간을 무척 안타까워했고 남북이 다시 만나 사전을 완성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한편으로 겨우내 홍보관을 운영하는 동안, 18년간 추진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아직 모르거나, 이미 완료된 사업으로 알고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시민과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를 더 자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사업회는 〈겨레말큰사전 온라인(3D) 홍보관〉 개관, 〈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언어 시리즈〉 도서 발간, 〈남녘말 북녘말〉 애플리케이션 개발,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 편찬, 겨레말문화학교 운영 등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확대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편찬 성과를 환원하기 위한 대국민 서비스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등 안팎의 사정으로 2020년 2월 서울시민청 홍보관 문을 닫은 후 대면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3년 만에 다시 찾게 된 〈광화문에서 통하나봄〉 현장은 더 벅찬 기대를 갖게 했다.
통일, 문화로 통하다
통일부는 2014년 ‘통일문화주간’ 운영을 시작으로 매년 통일, 북한 관련 각종 전시, 공연 등으로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2020년부터 행사명을 ‘통일박람회’에서 ‘통일문화 공감행사 〈통하나봄〉’으로 바꾸면서 통일문화적 접근을 통해 국민이 문화를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통일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업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통일부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사전 편찬과정을 소개하고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며 많은 시민들을 만나왔다. 통일부는 〈광화문에서 통하나봄〉의 주제를 ‘광장에서 자유, 인권, 그리고 통일을 노래하다’로 내걸고 ‘자유’를 불러봄(공연), ‘인권’을 바라봄(전시), ‘통일’ 을 놀아봄(체험)으로 나눠 국민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다. 사업회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부스를 운영하기로 하고, ‘겨레말’을 주제로 ‘통일을 놀아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겨레말큰사전 부스는 크게 전시관인 ‘겨레말 톺아보기’와 홍보관인 ‘겨레말 즐기기’로 구성했다. 먼저 전시관에는 사업회의 주요 해살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편찬과정 등을 소개했고 《겨레말큰사전》 가제본과 《조선말대사전》, 사업회가 발간한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 〈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언어 시리즈〉 도서 등을 전시했다. 홍보관에서는 관람객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스 입구에는 관람객들이 《겨레말큰사전》에 꼭 수록되기를 바라는 ‘겨레말’을 적어 붙이도록 패널을 설치했는데, 이날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고른 단어는 ‘사랑’, ‘통일’, ‘가족’, 그리고 ‘평화’였다. 또한 낱말 카드를 엽서 형식으로 제작해 남북이 다르게 쓰는 어휘와 표현들을 퀴즈 형태로 맞혀 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쉽게 설명하고자 축하하다, 팔짱, 무지개, 어흥, 곱등어, 날짜, 햇빛, 가위바위보, 카스텔라, 국어사전의 올림말 순서 등을 주제로 각각 카드를 제작하고 앞면에는 질문을, 뒷면에서는 질문과 관련된 활동을 하도록 디자인했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카드는 ‘카스텔라’로, 간식과 관련된 북녘말과 그림을 연결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카드인데 어린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즐겁게 참여했다. 관람객 대부분이 ‘고등어’의 북녘말이라고 대답했던 ‘곱등어’(‘돌고래’의 북녘말) 카드와 함께, 쉽게 맞히지 못한 ‘어흥’의 북녘말 ‘따웅’ 카드까지 동물과 관련된 낱말 카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축하하다’, ‘국어사전의 올림말 순서’와 같은 카드를 통해 남북의 언어문화를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남북 언어 관련 질문들을 해소하고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필요성과 의미를 되새겼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알고 있던 북녘말이 진짜 북녘의 국어사전에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비 온 뒤 맑음
지난 5월 26일과 27일의 날씨는 극적(劇的)이었다. 하루는 맑고 볕이 뜨거웠고 하루는 흐리고 빗줄기가 매섭게 떨어졌다. 그간의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날씨도 그러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2005년 12월에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결성되고 2015년까지 총 25차례 공동회의를 열었다. 남북은 공동회의를 통해 《겨레말큰사전》에 담을 30만 7천 개 올림말을 선정했고 그중 12만 5천 개 원고를 합의했다. 앞으로 합의해야 할 18만여 개 원고를 남겨둔 채, 2015년 이후 공동회의가 중단되면서 아직 사전을 완성하지 못했다. 사업회가 2021년 3월, 《겨레말큰사전》 가제본을 제작한 데에는 공동회의 재개 시 빠르게 북측과 협의해 사전을 완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5월 27일 빗줄기가 굵어지던 오후 6시, 이틀간의 통일문화 공감행사가 끝났다. 해와 구름이, 겨레말큰사전과 국민이 통했던 행사 끝에 시민들과 또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겨레말큰사전 부스를 정리하다가 생각했다. 극적인 날씨처럼 극적으로 공동회의가 열리고 《겨레말큰사전》을 발간할 수 있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찬 봄비 뒤에 다시 봄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도 오지 않을까. 부스를 닫고 나오며 나는 양일간 겨레말큰사전 부스 뒤편에서 우리를 지켜봤을 세종대왕을 지나 사업회로 향했다.![]()

윤석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