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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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오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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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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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418
프로폴리스와 벌풀
글 오현아 강원대학교 교수
“프로폴리스(propolis)가 뭡니까?”
2019년 8월 프라하에서 생애 처음 저와 같은 직업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이북 선생님들을 뵈었을 때 얼마나 설레고 신나던지요. 학술대회장과 숙소를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발표를 듣고, 저녁 자리에선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나누고, 그 모든 순간들이 다 좋았습니다. 며칠을 그리 뵈었더니 그 짧은 시간에도 선생님들에 대한 정이 저 혼자 깊어져 떠나시는 날 인사를 갔었더랬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오라비 같아서 하는 말인데….” 하시며 이야길 잘 건네시던 선생님이 기침하시던 모습이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요. ‘중국까지 긴 비행에, 다시 이북까지 그 먼 길에 기침으로 고생하실 텐데…. 근처에 약국이 있나? 며칠을 오가던 이 길에선 못 본 것 같은데 어쩌지?’ 고민하던 제 눈에 길거리 마켓에서 파는 프로폴리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와! 프로폴리스면 되겠다~!’ 얼른 사 들고 다시 돌아온 제게 선생님은 “오 선생, 왜 다시 왔어요?”라고 물으셨지요. “선생님 기침하시는 게 영 맘에 걸려서 프로폴리스를 사 왔습니다. 이거 드시면 기침이 가라앉으실 거예요. 저도 목이 안 좋으면 이걸 먹곤 합니다.”라는 제 대답에 선생님은 “아이고, 프로폴리스가 뭡니까?” 하셨습니다.
프로폴리스와 벌풀, 그 사이
아, 외래어인 이 ‘프로폴리스’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천연 항생제인데, 내성도 없고 염증 치료에 좋아서 평소에 한두 방울씩 드셔도 좋대요.” 알겠다시며 잘 챙겨 먹겠다고 환히 웃으시던 선생님, 무슨 일이냐며 같이 웃자시던 선생님들 모두 그립습니다.
그럼 ‘프로폴리스’는 이북에서 뭐라고 할까요? 이북에서는 ‘벌풀’1)이라고 한답니다. “벌풀은 천연항생제로서 강한 항균, 항염증, 진통, 세포의 재생촉진작용, 유기체의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는데, 간염, 돌림감기, 대장염, 위염, 인후염, 전위선염 등에 효과적이며 병원성 미생물들에 대한 억제작용으로 하여 화상, 상처, 여드름, 피부염, 습진, 무좀치료에 쓰인다”2)라고 합니다. 이러한 ‘벌풀’의 효용은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소장 자료 검색 결과3)에서도 나타납니다. 각종 의료 분야의 다양한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63건의 기사가 그것입니다. 발행 잡지에 따라 관련 질병이나 ‘벌풀’ 관련 의약품 등을 제시해 보면 다음4)과 같습니다.
잡지명 | 의약품 |
《발명공보》 | 벌풀주사약, 질염, 벌풀 포함 치료용붙임띠 |
《조선약학》 | 대장방출미세둥근알약제조, 벌풀명반이뿌리관소독연고, 벌풀레보눈 약, 벌풀무좀약, 키토산-벌풀화상크림, 황경피벌풀싸락약 |
《내과》 | 만성설사증, 위십이지장궤양, 습진, 만성위축성위염, 만성감염성세뇨 관간질성콩팥염, 만성기관지염, 류마토이드관절염, 만성담낭염 |
《소아, 산부인과》 | 만성자궁경관염, 지속성설사증 및 영양장애, 어린이천식성기관지염, 어린이페염, 만성자궁내막염 |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 급성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화농성귀바퀴연골막염, 재발성아 프타성입안염, 벌풀막제의 점막재생촉진작용, 이뿌리관소독약, 발 치창혈괴촉진 및 보존피복용액, 치수염, 급성치수염, 파라포름-벌풀파스타 |
《기초의학》 | 벌풀-피브로인연고, β-CD벌풀주사약, 비만세포탈과립, 아나필락시 쇼크 |
《예방의학》 | 벌풀음료의 항산화작용, 감염성창상, 항암활성 |
《조선의학=주체의학》 | 벌풀-피브로인연고, 비특이성질염, 어린이화상성창상, 급성토리체콩 팥염, 만성담낭염 |
《외과》 | 기관지루를 합병한 만성농흉, 창상치유, 급성유선염, 머리, 얼굴창상 |
일상에서도 의료 분야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프로폴리스-벌풀’, 사전에서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요?
먼저 이남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프로폴리스’와 ‘벌풀’ 모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말샘》5)에는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의 《북한용어 사전》6), 《남북한 언어비교》7)에서도 ‘벌풀’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일상어 차원에서도, 전문어 차원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벌풀’과 같은 단어들이 남북 언어 비교 논의에서 충분히 다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벌풀은 효과 있으셨어요?”
‘2019. 8. 18. ~ 23. 영혼에 새겨진 기억’, 제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입니다. 누군가는 무슨 기억이길래 그러냐, 로맨틱한 내용이냐 물으시더군요. 글쎄요, 로맨틱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라고, 그 시간 이후 제 인생이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북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그 의미가 알고 지낸 시간과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언제 만날 줄 알고….’ 하신 말씀처럼 시간이 어느새 이리 지났습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고 싶은데 못 뵙는 인연은 처음이라 더 많이 그립고 뵙고 싶습니다. 다시 뵙게 되면 그때는 이리 여쭈어야겠습니다. “선생님, 뵙고 싶었습니다. 그때 그 감기는 잘 나으셨었나요? 벌풀은 효과 있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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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벌풀(프로폴리스)은 꿀벌들이 자체방어를 위하여 식물체에서 내보내는 식물성 수지물질들을 수집하여 가공한 물질이다.’ (「금강산의 천연원료로 만든 건강식품.. 벌풀꿀·인삼꿀 등」, 통일뉴스 2020년 6월 8일 기사,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371, 2023년 5월 30일 검색)
2) 위와 동일
3)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벌풀’ 검색 결과(2023년 5월 30일), 66건 중 3건(「식료품보존에서 벌풀의 응용」(식료품 분야), 「치약생산에서 벌풀의 리용」(일상품 분야),「벌풀을 누에고치생산에 리용」(기술 분야))은 분야가 달라 제외. (https://unibook.unikorea.go.kr/material/list?materialScope=TOT&configCodes=TOT&pageSiz e=30&sortField=publishYear&sortDirection=DESCENDING&method=KEYWORD&fields=ALL&keywords=%EB%B2%8C% ED%92%80&format=list)
4) 이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 분야 관련해 <남북 질병 용어에 대한 비교 연구>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립암센터에서는 『남북한 암용어사전』(2022)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의료 분야 전반으로 확대되어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5) https://opendic.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B%B2%8C%ED%92%80
6) https://nkinfo.unikorea.go.kr/nkp/term/termDicaryList.do(2023년 5월 30일 검색)
7) https://nkinfo.unikorea.go.kr/nkp/term/skNkLangCompare.do(2023년 5월 30일 검색)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육학 박사. 숙명여자대학교를 거쳐 현재 강원대학교 국어 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업회 자문위원, 국립암센터 평화의료센터 자문위원 을 맡고 있으며, 모어교육사 차원에서 재외동포, 이북의 모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공 부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이북 규범문법과 학교문법의 상관관계 분석(1)-<문화어문 법규범초고>(1972), <조선문화어문법규범>(1976/2011), <조선문화어문법>(1979), <조선 문화어1, 2>(2003)의 문장론을 중심으로」, 「통일 대비 남북 교과 전문 용어 비교 분석 연구에 대한 시론-고등학교 문법 교과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