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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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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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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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302
남북한 물고기 이름의 차이와 통일화
글 강언종 전북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남과 북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70년의 긴 기간을 왕래가 없이 지냈다. 북한의 방언이 남한과 다르기도 하지만 가끔 방송에서 듣는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의 이야기 속에서 일부 어휘들은 아예 알 수가 없다. 일상 어휘와 다른 전문 용어인 물고기 이름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한 점을 알아보았다. 민물고기는 육지를 건너갈 수 없으므로 오직 자기가 태어난 하천이나 강에서만 지낸다. 서로 분리되어 만나지 않는 수계에는 그곳에만 나는 종류만 있을 것 같지만 분리된 다른 수계에서 사는 것과 같은 종류의 민물고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같은 종류를 일컫는 각 지역의 이름은 일상 어휘와 마찬가지로 서로 비슷하기도 하지만, 사뭇 다르기도 하다. 종류는 다른데 생김새가 서로 비슷한 물고기들은 서식하는 지역이 다른데도 이름이 비슷한 경우가 있다. 해역 사이를 비교적 자유롭게 오가는 바닷물고기의 종류와 이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물고기 이름의 표준명
물고기 종류의 이름은 선사 시대에도 있었겠지만, 고려 시대에야 비로소 한자를 빌려 문자로 기록하였고,1)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는 한자어 이름을 우리 글로 표기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 종류가 근대 분류 체계에 따라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848년이다.2) 그러나 우리말 물고기 이름이 과학기록에 처음 나타난 것은 이보다 거의 100여 년이 지난 1934년으로 볼 수 있다. 삼위삼(森爲三)·내전혜태랑(內田惠太郞)3)은 우리나라 물고기 종류 522종을 기록하였다. 그중에 평북 지방의 우리말 물고기 이름 ‘열목어’와 ‘우레기’가 각각 영문자 ‘Yolmegi’와 ‘Uregi’로 표기되었다.
지역별로 다른 우리나라 물고기 이름의 표준명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34년으로, 정문기 박사는 물고기 159종의 ‘대표명’을 발표하였다.4) 1977년까지 정 박사가 수집한 방언 목록은 2,018개로 늘었고, 같은 종의 방언 중 대표하는 이름을 선정하고 이름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 872종의 물고기 이름으로 표준화하였다.5) 이 목록은 오늘날 남북한에서 사용하는 물고기 표준명의 기반이 되었다. 한편 북한에서는 지역별 기초 연구를 거쳐 김리태와 길재균6)이 우리나라 어종의 수를 866종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표준명을 제시하였다.7)
전문 용어는 일상 어휘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는 의미가 사전적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특수한 단어이다. 생물의 명칭은 전문 용어의 하나이므로 규정만 생각하면 단어의 의미나 형태가 변하지 않아야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이름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바뀌거나 사라질 수 있어 일반적인 전문 용어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물의 표준명은 ‘국명’이라 하며, 과학 분야에서는 ‘학명’을 사용한다. 이들 명칭은 모두 ‘종류’와 ‘속류’를 의미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종류는 하나의 속류 개념에 포함되는 생물들 사이에서 서로 구분되는 특징들을 공유하는 종이다. 속류는 일정 기준에서 몇몇 종류들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지식이 발전하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으로 정의되거나 혹은 이전의 다른 것에 병합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표기 형식이 엄격한 학명은 형태 자체가 달라진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국명은 형태가 바뀌지 않고 이전과 다른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8)
동종이명과 이종동명의 관계
남북한 물고기 이름의 차이는 종의 학명이 정리된 후 학명에 대응하는 남북한 표준명이 서로 다른 ‘동종이명’을 의미한다. 남북한 물고기 이름의 통일화는 방언의 표준명 선정 기준 통일화 과정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물의 종 구분에 대한 양측의 분류학적 입장과 연구 수준이 동일하다고 가정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달리 구분될 각 종에 해당하는 방언들의 표준화 기준이 설득력 있게 설정되어야 하므로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림을 보면, 남한에는 ‘참몰개’와 ‘몰개’의 2종이 있지만, 북한은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버들붕어’ 1종으로 보았다. 따라서 남한의 2종은 북한의 1종에 대한 명칭상 동종이명으로, 남한 입장에서는 북한의 ‘버들붕어’가 각 종의 이종동명이기도 하다. 한편 남한에서는 전혀 다른 물고기를 ‘버들붕어’로 부르므로 위의 ‘버들붕어’와 이종동명의 관계가 겹으로 얽힌다. 북한은 또 남한의 ‘버들붕어’에 해당하는 물고기를 ‘꽃붕어’라 부르므로 다시 한번 동종이명과 이종동명의 관계를 고려해서 정리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종들이 서로 동종이명이나 이종동명으로 얽혀있는 상태에서는 속류 개념의 통일화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이름을 표준화하는 게 쉽지 않다. 바닷물고기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남북한 물고기 이름의 특징과 통일화 방안
남한과 북한에서 사용하는 물고기 이름이 엄밀한 의미에서 같은 것은 137종뿐이어서 북한 물고기 이름 중 약 16%만이 바로 이해될 수 있다.9) 상호 소통을 위해서는 남북한 물고기 이름을 해설하는 사전이 필요할 정도이다. 다만, 남북한의 문법 차이에 따라 표기 방법이나 어미만 달라진 것들이 있어 쉽게 남한의 물고기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검붕장어’와 ‘검은 붕장어’, ‘모래무지’와 ‘모래무치’, ‘괭이상어’와 ‘고양이상어’, ‘둑중개’와 ‘뚝중개’ 등이 그렇다.
한편 북한의 물고기 이름은 특히 색깔이 종 구분의 특징일 때 한자어 음독 대신 우리말로 변환하거나 어감의 차이를 반영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황-’과 ‘노랑-’, ‘백-’과 ‘흰-’ 등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이전에 없었던 미기록 종에 새롭게 이름을 붙일 경우에는 학명의 뜻을 번역하여 반영한 점도 두드러졌다. Niphon속(屬)은 ‘왜농어속’, Sacura속은 ‘벗농어속’, ‘꼬마민어 Sciena goma’는 종소명으로 사용된 일본어 goma를 해석하여 ‘깨알무늬민어’, Takifugu vermicularis는 ‘벌레복’으로 번역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북한의 표준명 중에는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을 때 방언에서 선정하기보다는 기존 명칭을 속류 요소로 하여 복합명칭어로 확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한은 칠성장어속 어종 이름을 ‘칠성장어’, ‘다묵장어’, ‘칠성말배꼽’ 등으로 방언 중 표준명을 선정한 반면, 북한은 각각 ‘칠성장어’, ‘모래칠성장어’, ‘보천칠성장어’로 하여 속류 개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말 방언 중에서 선정된 물고기 표준명에는 남북한에서 각기 해당 물고기가 사는 지역문화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표준명칭의 통일화 작업에는 이러한 특성이 포함되도록 하는 기준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편 1990년대부터 남한에서는 기존에 미기록 종이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동해 북부 바다에 출현하는 물고기 종류 중에는 남한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하여 새롭게 발견한 종으로 기록하였지만, 북한에서는 그 물고기가 이미 기록된 경우가 많다.10) 이러한 경우에는 분류학적 ‘선취권’의 개념을 적용하여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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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경, 「조선시대 물고기관계문헌에 대한 연구」, 서지학연구 44집, 2009, 237-269쪽.
2) Richardson J. 1848. Fishes. Pp. 1-28, Pls. 1-10. In: A. Adams (ed.). The zoology of the voyage of H. M. S. Samarang; under the command of Captain Sir Edward Belcher, during the years 1843-1846. Reeve & Benham, London.
3) 森爲三, 內田惠太郞, 『補訂朝鮮産魚類目錄』, 朝鮮博物學雜誌 19, 1934, 12-33쪽.
4) 정문기, 「조선어명보」, 조선수산회, 1934, 45쪽.
5) 정문기, 『韓國魚圖譜(1판)』, 一志社, 1977, 727쪽.
6) 김리태, 길재균, 『조선동물지(어류편 1)』, 과학기술출판사, 2006, 258쪽. 김리태, 길재균, 『조선동물지(어류편 2)』, 과학기술출판사, 2007, 287쪽. 김리태, 길재균, 『조선동물지(어류편 3)』, 과학기술출판사, 2008, 293쪽.
7) 우리나라 물고기 종류(이름)의 수는 정문기(1977) 이후 새로운 종들이 많이 발견되어 2011년에는 1,159종이 기록되었고(김익수, 최윤, 이충렬, 이용주, 김병직, 김지현, 『원색한국어류대도감(2판)』. 교학사, 2011, 615쪽.) 지금도 증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물고기에 대한 개정 내용이 불확실하다.
8) 단일명칭 형태의 국명은 유사한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그에 대한 복합 명칭 형태의 국명으로 확장되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단일명칭 ‘붕어’에 ‘버들잎처럼 얇은’의 의미가 덧붙여져 ‘버들붕어’가, ‘겉모양이 화려한’의 의미가 덧붙여져 ‘각시붕어’가 지어지는 식이다. 이들 복합명칭어 국명에서 오른쪽 요소는 넓은 의미의 속류를 지정해 주는 ‘상위구별표지’이며, 왼쪽의 요소는 속류 중 특정한 의미의 생물을 지칭해 주는 ‘하위구별표지’이다(여찬영, 「우리말 물고기 명칭어 연구」, 효성여대 한국전통문화연구 9집, 1994, 1-26쪽.). ‘학명’은 복합명칭어 형태의 구조로만 존재하는데, 국제공통어로 ‘라틴어’를 이용하며, 반드시 이탤릭체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국명 ‘붕어’의 학명은 “Carassius auratus(Linnaeus 1758)”이며, 마지막 부분은 부가적으로 기록된 명명자와 명명 연도이다. 학명의 구조는 우리말과 달리 왼쪽 요소가 속류, 오른쪽 요소가 종류이다. 이 학명에서 명명자와 연도가 괄호 안에 표시된 것은 속류 개념에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종은 최초 Cyprinus에 해당하였으나 나중에 Carassius라는 속류 개념이 생기면서 옮겨졌다. 그러나 국명의 경우는 내포하는 사전적 의미만 달라졌을 뿐 형태는 그대로이다.
9) 철자가 완전히 같을 때를 의미하지만, 북한의 여러 학자들이 달리 정한 표준명에 같은 철자의 이름이 있는 경우와 학술적 동종이명의 종에 같은 철자의 국명이 있을 경우도 포함시켰다. 외국인이 어명을 검색할 경우 철자가 다르면 다른 이름으로 파악할 것이므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며, 남북한 철자법의 차이와 의미상 같은 단어 등을 같은 이름으로 처리할 경우 결국 방언 중 표준어를 선정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10) 박종영, 강언종, 『남북한 어명사전』,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2022, 456쪽.
강언종
전북대학교 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물고기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서로는 『원색한국어류도감』, 『남북한 어명사전』 등이 있다. 현재 전북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