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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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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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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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250
시쳇말
글 이형주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역사적으로 세대 차이랄 것이 없었던 시대는 없다고 한다. 요즘도 기성세대는 ‘라떼’, 그 아래 세대는 ‘엠제트(MZ)’라 부르고 서로를 구별한다.1) 엠제트든 라떼든 신세대든 쉰세대든 세대를 가르는 말은 언제나 유행처럼 돌았다. 이렇게 한때 유행처럼 도는 말들을 ‘시쳇말’이라고 한다.
이 말에 포함된 ‘시체’가 “죽은 사람의 몸”을 연상하게 한다고도 하지만, 사실은 “그 시대의 풍습, 유행을 따르거나 지식 따위를 받는 일”이라는 뜻의 한자어 ‘시체(時體)’와 관련된 말이다.2) 조사 ‘로’와 함께 쓰여 ‘시쳇말로’와 같은 꼴로 나타나며 그 앞의 표현이나 상황을 다른 표현으로 풀고자 할 때 쓴다.
여러 사전에서 ‘시쳇말’은 대부분 비슷하게 풀이되고 있다.3) 북의 사전인 《현대조선말사전》과 《조선말대사전》에서도 대동소이하다.4)
사전 | 뜻풀이 | |
남 | 《표준국어대사전》 | (주로 ‘시쳇말로’ 꼴로 쓰여) 그 시대에 유행하는 말. |
《고려대한국어대사전》 | (주로 ‘시쳇말로’의 꼴로 쓰여) 그 시대에 널리 유행하는 말. | |
《동아새국어사전》 | 그 시대에 널리 유행하는 말. 시대의 유행어.(주로, ‘시쳇말로’의 꼴로 쓰임) | |
북 | 《현대조선말사전》 | 《그 시기에 새로 류행하는 말》을 이르던 말. |
《조선말대사전》 | 그 시대에 류행되는 말. |
“그 시대에 유행하는 말”이라는 풀이에 걸맞게, 용례 중에도 당시에 널리 퍼지고 있거나 쓰임이 증가하게 된 표현들이 ‘시쳇말’ 뒤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새로 도입된 개념이나 사물, 사상 등의 이름이기 때문에 유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원래 있던 말을 비유 등으로 사용하여 신선하다거나 인상 깊다는 느낌을 주어 유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 유행하는 말은 반드시 단어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구나 문장과 같이 더 긴 표현도 올 수 있는 듯하다.
⊙ 용례 • 며칠 전에 의뢰받은 물건이 시쳇말로 엽기라서 그래. 의뢰인 나이도 심란하지만 맡은 물건의 나이도 만만찮거든. 《유애숙: 노루잠에 개꿈》(2005) • 시쳇말로 싸움 짱이라는 아이였다. 자기 말로는 2년을 꿇어 친구들은 다 고등학생이라고 했는데 얼핏 봐도 거뭇한 수염에 늙수그레한 외모가 도저히 우리 또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이였다.《천명관: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 만일 그렇지 않다면 권가와 서가와의 결합이랄까 혹은 시쳇말로 콤비랄까, 어쨌든 두 사람의 협력은 아예 이루어지지부터 않았다.《김남천: 이리》(1939) • 일이 이 정도의 건강을 버텨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건 그렇고 네 기분은 어떠냐? 시쳇말로 쇼크 받지 않았나 모르겠다.《박완서: 오만과 몽상》(1985) |
그런데 아래의 용례들에서는 ‘시쳇말’에 뒤따르는 것들이 일시적으로 유행을 탄 말이라기보다는 비하하는 느낌을 주거나 속된 느낌의 말, 비전문적이거나 관용적인 표현에 가깝다. 이들은 뒤따라오는 말의 인기나 유행과 관계없이 나쁘고 적나라한 표현, 일반 대중이 쉽게 아는 표현으로 대체하려고 할 때 사용되는 듯하다. 그래서 ‘속어’나 ‘막말’과 뜻이 통하기도 하고 ‘속된 말로’, ‘쉬운 말로’와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여도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 용례 • 이렇게 되면 가정은 가정이 아니라 시쳇말로 하숙집과 다름이 없다.《김형국: 사람 의 도시》(1985) • 글쎄요, 몇 번 기절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졸도요. 시쳇말로 풍을 맞았다고나 할까요.《김연경: 고양이의 이중생활》(2009) • 현재로서는 백중지세, 어느 쪽의 우세도 점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자칫 줄을 잘못 골랐다가는, 시쳇말로 썩은 동아줄을 붙들었다가는 주교 자리는 고사하고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 테니까요.《김경욱: 황금 사과》(2002) |
물론 이 둘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용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시쳇말’의 의미가 그 기원의 한자어 ‘시체(時體)’에서 조금 더 나아가 오랜 기간 통속적으로 쓰이고 있는 말에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언어 현실을 반영하여 ‘시쳇말’의 뜻풀이를 아래와 같이 더해 보았다.
시쳇말 (時體–) [명] 《주로 ‘시쳇말로’로 쓰여》 ① 그 시대에 유행하고 있는 말. ② 통속적으로 쓰여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 비하하는 느낌이나 속된 느낌을 주고자 할 때 쓰는 말을 가리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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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Z’를 ‘엠제트’로 부르느냐, ‘엠지’로 부르느냐에 따라서도 세대가 나뉜다고는 하나, 여기서는 규범에 맞게 ‘엠제트’로
부르고 적었다.
2) 지금은 자주 쓰지 않지만 ‘시체(時體)’는 ‘시톄’ 꼴로 쓰인 예를 이미 17세기부터 확인할 수 있다.

3) 한글학회에서 발간한 《큰사전》(1957)에는 ‘시쳇말’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4) 북녘에서는 사이시옷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시쳇말’을 ‘시체말’로 적는다.
이형주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에 사업회에 입사해 현재 편찬3부 선임편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