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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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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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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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913
디지털 시대,
《근현대 국어사전》 시범 개통의 의미
글 조은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1.
일반적으로 ‘국어사전’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과 그 말의 의미를 담는다. 새로 만들어진 말이나 미처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을 새롭게 사전에 올릴 때는 물론이고, 이미 등재된 말도 그 의미가 달라졌다면 오늘날의 쓰임을 우선 고려하여 사전에 싣는다. 어휘의 쓰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한 어휘의 지금, 현재는 역사성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고 어휘의 과거를 사전에서 어떻게 다룰지가 사전 편찬자에게 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사전을 전문적으로 편찬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이용자들 역시 과거와 현재의 쓰임 사이에서 어떤 것이 국어사전에서 ‘우선’하여야 하는지를 줄다리기하는 듯하다. 국립국어원에는 사전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가 빗발치는데 사전 정보가 지금의 쓰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정을 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 반면, 원래 쓰인 말의 뜻은 이러한데 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바뀐 의미를 사전에 담아서 잘못된 쓰임을 확산시키느냐는 민원이 공존한다는 점이 그렇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어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하지만 이용자가 어떤 마음으로 국어사전에서 ‘원래 쓰인 말’을 기대한 것인지는 공감할 수 있다. 어쩌면 국립국어원 《근현대 국어사전》(https://opendict.korean.go.kr/modern/main)이 이 양면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
2024년 2월, 국립국어원에서는 《수정 증보 조선어사전(문세영, 1940, 약 9만 5천 항목)》과 《큰사전(한글학회, 1947~1957, 약 14만 2천 항목)》을 묶어 《근현대 국어사전》을 시범 개통하였다.

《근현대 국어사전》은 주로 20세기 초에 간행된 사전들로 당시의 언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의 국어사전에 어떤 말이 표제어로 수록되고 어떻게 풀이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의 쓰임을 《표준국어대사전》에 기대어 살펴본다면 과거의 쓰임은 《근현대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근현대 시기 우리말과 국어사전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전은 편찬자, 간행 시기가 다른 만큼 사전의 구조도 다르다. 그래서 두 사전을 하나의 웹 사전으로 구현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근현대 국어사전》은 종이사전을 웹 사전으로 ‘변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과 구조가 전혀 다른 두 사전이 하나의 사전처럼 오해되어서도 안 되고 ‘편찬자의 의도’를, ‘원본 그대로’를 충실히 보여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개별 사전에서 채택한 품사 체계, 명칭 등을 서로 다른 것대로 보여 주기로 하였고, 쪽별로 스캔한 '원문 이미지’를 함께 제공하여 원본 자료의 모습과 정보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종이사전은 내가 원하는 말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그 말의 앞뒤에 어떤 다른 말이 실려 있는지를 보게 된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말과 그 의미를 더불어 얻기도 한다. 그런데 웹 사전에서는 정확한 검색어(어휘)를 스스로 입력하지 않는 한 덤으로 얻는 건 없다. 웹 사전 검색 서비스의 기본이자 중요한 방침은 ‘완전 일치 검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날 사전에는 지금 사전에 비하면 수록되지 않은 표제어도 많고, 어떤 표제어가 있을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표기법도 지금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서 ‘일치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표제어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근현대 국어사전》에서는 종이사전의 이점을 살릴 수 있게 검색어의 주변 단어들까지 볼 수 있는 ‘포함 검색’을 검색 서비스의 기본 조건으로 삼았다. 즉, 내가 찾는 말의 형태를 포함하고 있는 다른 어휘들을 함께 보여 주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전체 사전 정보를 문서(엑셀) 형식으로 제공하여 전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근현대 국어사전》 이용자는 두 사전에 어떤 말이 담겨 있는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원문 이미지도 내려받거나 살펴볼 수 있어서 일반 사전 이용자나 연구자 모두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3.
디지털 사전으로의 전환은 언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는 기대를 실현해 주었다. 사전은 ‘느린 매체’의 대명사로서, 큰 규모의 종이사전을 편찬하는 데 적어도 10년 이상 걸렸던 점을 보면 디지털 환경이 얼마나 혁신적인 사전 편찬 환경이 되어 주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집필과 수정의 용이성 이면에는 기록과 보전의 한계가 공존한다.
종이사전은 간행 연도나 증보, 개정 등의 판본 구분으로 ‘그때’의 언어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웹 사전은 내용을 고쳐서 저장해 버리면 새 정보가 이전의 기록을 덮어쓰게 된다. 어제까지는 그 어휘에 대한 과거의 쓰임을 담고 있다가도 오늘, 달라진 지금의 쓰임으로 내용이 교체되면 ‘그때 그날’의 쓰임을 살펴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예전 국어사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은 일부러 큰 도서관에 가서 옛날의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과거의 정보를 들추어 볼 기회도 없었다.
이번에 개통한 국립국어원 《근현대 국어사전》은 종이사전을 디지털화한 것이므로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다면 자료를 살펴보는 데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이 사전이 다소간 답답했던 우리의 마음을, 잊힌 우리말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근현대 국어사전》에 과거에 간행된 주요 국어사전을 더하며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앞서 소개한 두 사전인 것이다.
4.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오랜 과거의 국어사전을 전산화하여 제공한다는 것은 그때의 어휘와 그 어휘를 모은 사전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방증한다. 디지털 시대, 디지털 사전의 발전 덕분에 이런 기회를 꾀할 수도 있었다. 이번 작업은 사실상 과거의 종이사전을 웹 사전으로 온전히 옮기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었지만, 간행된 지 오래된 과거의 사전에도 디지털 사전의 이점을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내용과 구조의 측면에서는 종이사전의 모습을 갖추되, ‘검색’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조건으로 사전 정보를 추출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종이사전에서는 특정 어휘를 선별하는 작업이 어려웠는데 디지털 사전으로 만드니 한 번의 손쉬운 검색만으로 어휘 추출이 가능해졌다. 두 사전을 합하면 23만 개가 넘는 방대한 어휘를 다양한 조건에 따라 목록화하여 따로 모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가공할 수도 있다. 과거의 우리말에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당시의 언어에 대한 더욱 정밀한 관찰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번 작업은 민간에서 주도하기 어려운 대규모 언어 자원을 구축한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 사전으로의 변환 작업은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던 본질적인 사전의 기능을 확장하여 대규모의, 다양한 종류의 언어 자료로서 그 가치를 더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근현대 국어사전》은 수록 자료의 특성과 서비스 목적상 《표준국어대사전》 과 같이 그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완, 정비를 해 나갈 것도 아니고, 사전 편찬의 대중화를 꾀한 《우리말샘》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디지털 사전으로 운영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느 웹 사전과 마찬가지로 민간에서는 얼마든지 이 자료를 해체하고 정보를 융합하여 새로운 산출물을 재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립국어원은 국가 사전을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소임을 다하였고 제한과 제약이 많았던 종이사전을 디지털 사전으로 탈바꿈하여 자료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5.
지금은 ‘시범 개통’ 상태인 《근현대 국어사전》은 향후 몇 년 사이에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내용이나 형식에서 모두 다소 거칠게 구현된 부분을 면밀하게 다듬고 검색 결과 배열 등을 미세하게 조정하여 지금보다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가령, 검색 편의를 위해 몇몇 항목에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한다거나, 단순히 표기 형태를 기준으로 묶은 어휘를 유의어별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정이 되면 좋겠다.
이 두 개의 국어사전이 전산화되고 웹 사전으로 구현 되기까지는 함께 협력한 ㈜네이버, 한글학회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수고가 있었다.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온라인 공간에 마련하는 일은 단지 국립국어원의 바람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립국어원 《근현대 국어사전》을 활발히 이용하는 이용자가 있고, 더 나은 국어사전을 위한 요구가 있다면 국립국어원에서는 여력이 닿는 데까지 ‘어제’ 의 우리말과 국어사전을 보전하고, ‘오늘’의 우리말을 수집하고, 새로이 생기고 변화할 ‘내일’의 우리말을 모으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민족어 보전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꿈에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은
국립국어원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어문연구과 사전팀에서 2022년부터 사전 업무를 담당하며 《근현대 국어사전》 개통 업무를 맡았다. 성균관 대학교에서 국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