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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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권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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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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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740
[뜻풀이 깁고 더하기]
'마술사'와 '요술사'
글 권혜진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저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사전을 집필, 교열하는 사전편찬원입니다.” 이렇게 나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북한에 가 본 적이 있는지, 북한 사람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있는지, 호기심을 담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북한 사람들과 함께 사전을 어떻게 만드는지,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은지 등 꽤나 진지한 질문들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방송이나 언론에서 접한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남북의 언어 차이가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한지, 만약 그렇다면 차이 나는 유형들을 《겨레말큰사전》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묻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남북의 언어 차이를 《겨레말큰사전》에 어떠한 내용과 형식으로 담아낼 것인가에 관한 사전편찬가의 끊임없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우선 일반 언중들이 생각하는 남북의 언어 차이에 대한 문제 상황부터 살펴보자.
[상황1] 남측 사람이 북측 사람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셨나요? 맞벌이인가요?”
[상황2] 북측 사람이 남측 사람에게 부탁했다. “너무 덥네요. 차가운 에스키모를 좀 사다 주세요.”
[상황1]의 경우. 북측 사람이 상대측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상황2]의 경우. 남측 사람이 상대측 요청에 적절히 응할 수 있을까? 문제 상황이 해결되려면 북측 사람은 남녘말 ‘맞벌이’를, 남측 사람은 북녘말 ‘에스키모’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남북의 언어에서 ‘맞벌이’와 ‘에스키모’는 1:1 대응쌍을 갖는 어휘 유형에 속하는 올림말인데 다행스럽게도 사전 편찬 집필 과정에서는 ‘맞벌이’에 대응되는 북녘말에는 ‘직장세대’를, ‘에스키모’에 대응되는 남녘말에는 ‘아이스크림’을 비교적 단순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다.1) 문제는 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상대측의 대응되는 말을 찾아낼 수 있는 어휘 유형이다. 예를 들어 남과 북의 국어사전에 모두 실린 말인데도 실제로 어느 한쪽의 언중들에게는 낯설거나 어색한 말. 남북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의해 의미나 쓰임의 차이가 생긴 말들일 것이다.
2018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함께 방북했던 특별수행원 가운데 마술사 최현우 씨가 자신을 “저는 마술사, 북측에서는 요술사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하자 북의 리설주 여사가 “그럼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물어 좌중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남에서 쓰이는 ‘마술사’가 북에서는 ‘요술사’로 쓰이는 것을 알고 있던 남측 마술사의 재치 있는 입담이 그 당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사전에서 ‘마술사’와 ‘요술사’를 살펴보면 이 말들이 ‘맞벌이’나 ‘에스키모’와는 달리 아주 복잡한 양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술사’와 ‘요술사’는 남북의 두 사전에 모두 실려 있다. 그런데 남북의 사전에 제시된 뜻풀이만으로는 남에서 쓰는 ‘마술사’와 북에서 쓰는 ‘요술사’의 차이를 잘 알기 어렵다. ‘-사(師)’는 그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말인데 북에서는 ‘마술사’와 ‘요술사’를 모두 ‘~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풀이한 반면 남에서는 ‘마술사’만 ‘~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북에서는 ‘요술사’가 직업의 한 종류라는 것을 짐작할 뿐인데 명확하게 차이점을 알기 위해 남북 사전의 ‘마술’과 ‘요술’의 뜻풀이를 살펴보자.2)

‘마술’은 남과 북의 뜻풀이, 즉 ‘마술’의 개념이 각각 다르고, ‘요술’은 《표대》는 단의어로, 《조대》는 다의어로 뜻풀이하여 그 형식과 내용이 각각 다르다. 현실적인 직업과 관련된 《표대》의 ‘마술’은 《조대》의 ‘요술①’의 뜻갈래와 같은 의미이고, 초자연적인 능력과 관련된 《표대》의 ‘요술’은 《조대》의 ‘마술’과 같은 의미이다. ‘마술사’와 ‘요술사’의 뜻풀이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남북의 의미 차이를 ‘마술’과 ‘요술’의 뜻풀이에서는 알 수 있으며, 두 사전의 뜻풀이 비교를 통해 남에서 쓰는 ‘마술’과 ‘마술사’를 북에서는 ‘요술’과 ‘요술사’로 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말뭉치의 용례를 통해서 마술(요술) 공연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장치나 속임수를 써서 사람의 눈을 속여 신기하고 재미있는 묘기를 부리는 사람’을 남측은 ‘마술사’로 북측은 ‘요술사’로 부른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마술사’와 ‘요술사’의 뜻풀이를 어떻게 깁고 더할 수 있을까? 첫째, 남북의 정확한 의미 차이를 기술하기 위해 남북의 기존 사전 풀이 내용을 포괄하되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의미별로 세분화하여 다의어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말뭉치 용례를 통해 찾은 새로운 뜻을 뜻갈래로 추가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비겨 이를 때에는 남과 북이 모두 ‘마술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마술사’와 ‘요술사’는 남북의 두 사전에 모두 실려 있지만 남과 북에서의 실제 쓰임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남북의 쓰임 차이와 관련된 언어 정보는 《겨레말큰사전》의 속구조 정보 가운데 ‘붙임’3) 정보에 그 내용을 기술할 수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점들을 고려하여 ‘마술사’와 ‘요술사’의 뜻풀이를 깁고 더하면 아래와 같다.4)
《겨레말큰사전》 원고의 뜻풀이를 깁고 더하는 일은 뜻풀이의 개념적 오류나 표현을 수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남북의 사전과 말뭉치, 북한 자료를 살펴보며 남북의 언어 차이를 찾고 실제 쓰임 등을 확인하여 보다 풍부한 남북의 언어 정보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수집한 자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끙끙대는 날이면 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북측의 편찬원들을 떠올리게 된다. 공동회의가 재개되면 북측 편찬원들과 함께 그동안 쌓아 두기만 한 여러 궁금증들을 속히 해소하고 싶다. 오늘도 ‘사전 편찬실’에서 묵묵히 사전 원고와 씨름하고 있을 남과 북의 ‘사전의 마술사들’과의 빠른 만남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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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세대’와 ‘에스키모’는 《조선말대사전》(2017)에서 발췌한 것이다.
· 직장세대(職場世帶) [명] 부부가 다 직장에 다니는 세대.
· 에스키모(Eskimo(영)) [명] 소젖, 닭알, 사탕가루, 향료 같은것을 섞어 일정한 형태로 얼군 고체모양의 차고 단 음식. 판모양, 막대기모양, 고깔모양을 가진다.
2) 본문에서 《표준국어대사전》(웹)은 이하 《표대》로, 《조선말대사전》(2017)은 이하 《조대》로 기술한다,
3) 《겨레말큰사전》에서는 같은 올림말에 대하여 남과 북의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의 특별한 쓰임이나 화용적 용의 차이를 뜻풀이 문장에서 설명하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붙임’ 정보에서 기술한다.
4) 《겨레말큰사전》에서는 의미는 같되 형태가 다른 여러 올림말들이 있을 경우에는 그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여 ‘기본올림말’로 선정한다. 기본올림말을 정하는 원칙에 따르면 ‘마술사’와 ‘요술사’ 중 자모순에서 앞서는 ‘마술사’가 기본올림말이 되며 ‘요술사’는 ‘마술사’와 같은말로 처리한다.

권혜진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사업회에 입사해 현재 편찬1부 선임편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