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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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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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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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37
우리는 같은 새를 보고 있다
글 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수석연구원
2017년 8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진행한 산림 관련 회의에서 처음 북한 대표단을 만났다. 그리고 그해 12월에는 베트남과 중국에서 그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영어로 인사를 나누고 회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몇 차례 만남이 이어지고 회의 기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언어로 일상적인 이야기도 오가게 되었다. 가족, 출장, 건강 이야기처럼 특별할 것 없는 대화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평범한 대화 속에서 남과 북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남편’을 부르는 표현이었다. 북한 참가자 한 분과 서로의 남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남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그는 ‘세대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국제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게 될 때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세대주’ 안부도 함께 오갔다.
정보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남북 명칭 차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사회와 환경 속에서 살아오면서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조차 달라질 수 있구나! 돌이켜 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남과 북은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사회제도에서 다른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다. 언어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사업회에서 발행하는 《겨레말》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러한 차이는 일상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전문용어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환경 분야에서 일하면서 철새와 습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다양한 새 이름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남북한은 같은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연구 자료를 비교하거나 공동 조사를 진행할 때는 생각보다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북이 각각 조사한 자료를 비교할 때 같은 종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면 자료를 연결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공동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장기 모니터링 자료를 통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름의 차이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자료 관리와 연구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 관련 자료를 공유할 때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름의 차이는 생물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
최근 북한은 철새와 습지 보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EAAF)의 중심 지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해마다 수많은 철새가 한 반도를 경유해 이동한다. 서해안과 동해안의 습지는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문덕, 신도, 강령, 금야, 라선(나선) 등 여러 지역에 철새보호구와 습지보호구를 지정하고 국가적인 철새 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문덕 철새보호구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람사르(Ramsar) 습지이자 EAAF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올해 초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되었다. 매년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문덕 철새보호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1)를 보면 북한 국가과학원 생물다양성 연구소는 동·서해안과 내륙 습지를 대상으로 겨울철과 봄철 철새 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계절별·연도별 철새 분포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희귀하거나 위기에 처한 철새들이 북한 습지를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부터는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 인식 증진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표] 남북의 ‘세계 철새의 날’ 공식 슬로건 비교2)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남과 북이 같은 철새를 조사하고 보호하고 있다면, 과연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래서 나는 북한에서 발간한 『도요류 소도감』3)과 남한의 『도요·물떼새 소도감』4)을 비교하여 도요·물떼새류 49종을 대상으로 남북한 명칭을 비교해 보았다.5)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종은 23종(46.9%)이었고,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종은 26종(53.1%)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종에서 명칭 차이가 확인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름만 다를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이름을 붙이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남한에서는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붉은가슴도요’처럼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외형적 특징을 이름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의 크기나 깃털 색깔, 몸의 특징을 중심으로 이름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북한에서는 같은 계통의 새들을 하나의 범주 안에서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남한에서 ‘꼬마물떼새’, ‘흰죽지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로 구분하는 종들을 북한에서는 ‘알도요’, ‘중알도요’, ‘큰알도요’와 같이 하나의 명명 체계 안에서 배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같은 새를 보더라도 남북 간에 어떤 특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름의 차이는 생물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철새 이름을 이해하는 일
물론 남북이 모든 종에 대해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어깨도요’처럼 남북이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종도 역시 절반 가까이 된다. 특히 ‘알락꼬리마도요’는 북한이 최근 철새보호사업 자료에서 주요 보호 대상 철새로 언급한 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종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남북한은 같은 철새를 관찰하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 체계 속에서 이름을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처음 북한 참가자에게서 들었던 ‘세대주’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표현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 같은 철새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는지가 담겨 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생물 이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름 하나에도 사회와 학문 전통,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철새는 국경을 알지 못한다. 한 마리의 새가 북한의 습지에서 쉬었다가 남한을 거쳐 중국과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이동한다. 따라서 철새 보전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다. 앞으로 남북이 ‘따로, 또 같이’ 수행하는 생태조사와 국제 협력이 확대된다면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작업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같은 철새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러온 이유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한 언어 연구를 넘어선다. 그것은 남과 북이 축적해 온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는 작업이며, 더 나아가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함께 보전하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2017년 몽골에서 처음 만났던 북한 참가자들과의 대화는 이제 오래전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세대주’라는 한마디는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새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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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중앙통신》 ‘주요철새보호구들에 대한 조사 진행’, 2024년 5월 29일; 《내나라》 ‘생태환경보호를 위한 과학연구성과 달성’, 2025년 9월 19일
2)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웹사이트(https://eaaflyway.org/world-migratory-bird-day/)
3) 국토환경보호성, 『도요류 소도감』 (평양: 외국문출판사, 2019)
4) EAAFP and BirdLife Australia, 『한국의 도요·물떼새 소도감』 (인천: EAAFP, 2017)
5) 최현아, 『남북 물새류 전문용어의 구조적 비교 분석: 도요·물떼새류를 중심으로』, 통일정책연구, 2026. 35(1): 307-326. http://doi.org/10.33728/ups.2026.35.1.011
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수석연구원.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에서 환경보전과 초국경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 통일부장관 표창, 2020년 강원도지사 표창,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