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겨레말큰사전 편찬과 고려말’ 국제학술회의
잊혀가는 겨레말을 거두어 담는 것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잊혀가는 겨레말 가운데는 중앙아시아 고려사람이 쓰는 고려말이 있다. 고려사람은 1937년 구 소련의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우즈벡,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에 내던져진 수십만의 조선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낯선 땅에서 억척같이 목숨을 이어가며 어렵게 전승되어온 고려말은 140여 년 전, 한반도 북부 지방의 말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소중한 겨레의 문화 유산이다.
2008년 7월 2일~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겨레말큰사전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그랜드미르호텔 회의장에서 진행된 국제학술회의에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을 포함한 국내학자 15명, 고려인 학자 10명과 참관인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국내에서 참가한 학자들은 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 현황을 소개했고 현지에서는 브로니슬라브 리 국립타슈켄트사범대학교수의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어의 의미’라는 주제의 기조연설과 넬리 박 교수의 ‘고려말의 규범’, 울리아나 김의 ‘고려 사람들이 쓰는 물질 문화 용어’ 등 고려인 학자들의 연구발표가 이어졌다. 회의는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우즈벡어 4개 국어가 섞이면서 진행되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흩어진 모국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려말을 눈 앞에서 확인하고 우리 겨레의 언어 유산을 두루 거두고자 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의미를 고려말의 현장에서 공유하고자 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우리는 고려말을 직접 쓰는 동포를 만났고, 그 고려말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잊혀가는 낱말 하나하나를 찾아 기록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이들과 만나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깊은 뜻을 서로 나누고, 고려말을 보존/기록할 방안을 서로 논의한 것은 이번 학술회의의 가장 큰 성과이다.
아울러 현지 학자들이 지금까지 찾아 정리한 고려말 자료를 편찬사업회가 제공받기로 약속한 것도 큰 의의라 생각한다. 이는 고려말의 보존을 위해서도, 겨레말큰사전의 성공적인 편찬을 위해서도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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