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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에 바란다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
《겨레말큰사전》은 (1) 사전의 성격, (2) 사전의 편찬 원칙, (3) 사전의 올림말과 뜻풀이, (4) 작업 방식과 제품의 완성 형식 등으로 되어 있어 ‘사전의 성격’을 밝히는 데 아주 꼼꼼하게 자세히 잘 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그러므로 다음에서는 글쓴이가 《겨레말큰사전》에 대하여 바라는 바를 조목별로 밝히어 말하고자 한다.
(1) 사전의 성격: 남과 북의 현재 쓰이고 있는 말은 물론 우리의 고유한 토박이말을 많이 수록하도록 애써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사전이 전자사전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도록 여러 언어 정보를 주는 현대적 사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야 과학시대에 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사전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2) 사전의 편찬 원칙: 이 항의 ②에 보면, “남과 북의 언어적 차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단계를 설정해 놓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사전을 완성하되, 이를 지속적으로 보충하도록 한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겠으나 그 약속처럼 남북의 언어 차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여 훌륭한 사전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3) 사전의 올림말과 뜻풀이: ‘가’ 항목의 ②에 보면, “《조선말대사전》과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올림말에서 《겨레말큰사전》에 올릴 어휘를 우선 합의 확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우리가 쓰지도 않는 일본 한자말과 행정용어, 기타 전문용어가 많이 들어 있다. 그러한 낱말들은 제외하면 좋으리라 여겨진다.
예를 들면, 소월의 시에 나오는 “아름따다”라는 말과 같이 문인들이 만든 말이라도 아름다운 말은 사전에 거두어 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방언 중에서도 “지무리다”라는 말은 일본말 “이지메”에 해당하는 충청도 지방 말인데, 이런 좋은 우리말들을 꼼꼼히 찾아서 사전에 올려야 한다. 또 경상도 사투리에서 몇 낱말을 예로 들면, “톰박이”, “가운데 톰박이”, “꼬갱이”, “바람올리다”, “용왕먹이다” 등은 물론이고, 옛날의 “큰말”, “작은말”, “가사멸다”, “느지”(微兆) 등도 사전에 실어서 살려 썼으면 한다. 한자말 대신에 고유한 우리말을 많이 살려 써야 문화민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③에서 “방언, 민속 어휘 등도 자세히 조사한다.”고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전의 올림말을 문학 작품에서도 가려 뽑는다 하였는데, 이와 관련한 개인의 조사·연구서들이 여럿 나와 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특히 김유정의 소설을 읽어 보면 낯선 우리말들이 많이 나온다. 그밖에도 잊혀 가고 있는 우리말을 잘 살려 쓰고 있는 작가들이 많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작품을 조사하여 우리 토박이말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또 ‘나’ 항목의 올림말 뜻풀이에서 보면, ③에서 올림말의 어원이나 유래를 밝힌다 하였는데, 이러한 작업은 아주 훌륭한 일로 높이 칭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법 정보는 우리말 토씨의 어원이나 용법 등을 자세히 연구한 책들이 많이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또 씨끝에 관한 연구 서적 역시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책들을 참고하고 이를 사전에 자세히 밝힘은 마땅한 일로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나온 사전들은 그러한 정보를 자세히 밝혀 놓지 못하였다.
그리고 문법 용어도 우리말 용어를 많이 실어야 할 것이다. “갈(학문),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 때매김, 씨끝바꿈” 등과 같은 용어는 주시경 선생 때부터 써오던 것이고 일부는 후대에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매인이름씨, 매인풀이말, 힘줌매인움직씨, ……” 등이다.
끝으로,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한자말은 될 수 있는 대로 제외시키고 요즘 시대에 새롭게 쓰이는 일반 학술용어나 시사용어는 물론, 생명력 있는 생활용어, 특히 인터넷에서 쓰이고 있는 말들을 우리말로 순화하여 널리 퍼진 말들도 사전에 거두어 실어야 할 것이다. “누리꾼”, “누리집”, “댓글” 등과 같은 말들이 그러한 예들이다. 그리고 순 우리말인데도 음이 비슷한 한자를 괄호 안에 넣어 한자말로 둔갑시켜 놓은 것들은 물론이고, 우리말 ‘가루’를 “粉末”, ‘찬물’을 “冷水”, ‘큰돈’을 “巨金”으로 적는 따위도 사전에서는 빼내어야 할 것이다. 또 “뼛골”을 “뼛骨”로 적는 따위와 같은 일은 이번《겨레말큰사전》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우리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