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소설 ‘꿈’과 고은의 시 ‘송만옥 영감’, 제주방언의 말마디에서 보이는 ‘매바치’와 ‘경바치’, ‘꿩바치’는 모두 ‘-바치’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매바치’는 ‘매사냥꾼’이고, ‘경바치’는 ‘경쟁이’ 즉 무속신앙에서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경을 읽어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며, ‘꿩바치’는 ‘주로 꿩을 사냥하는 사람’이다. ‘-바치’는 다른 말과 결합하여 ‘어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어떤 것을 잘하는 사람’의 의미를 더하는 말이다. ‘-바치’가 결합된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여럿 올라 있다. ‘갖바치, 노릇바치, 동산마치, 매석바치, 장인바치, 점바치, 총바치, 침바치’ 등이다. ‘갖바치’는 ‘가죽신을 만드는 사람’이고, ‘장인바치’는 ‘장인’, ‘점바치’는 ‘점쟁이’, ‘총바치’는 ‘사냥꾼’, ‘침바치’는 ‘침쟁이’이다.
경바치, 꿩바치, 매바치’와 더불어 ‘바느질바치’나 ‘질바치’, ‘활바치’는 아직 어느 사전에도 올라있지 않은 겨레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바느질바치’는 ‘옷을 깁거나 짓는 사람’임을, ‘질바치’는 ‘질그릇을 만들거나 굽는 사람’임을 ‘활바치’는 ‘활을 만드는 사람’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쟁이바치’는 앞서 말한 ‘장인바치’를 뜻하며, ‘할림바치’는 ‘눈을 잘 흘기는 사람’이다.
‘-바치’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또 다른 말은 ‘바시’이다.
‘걸바시’는 ‘거지’를 나타내는 제주도 방언이며, ‘게글바시’나 ‘껠바시’는 ‘게으름쟁이’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걸바시’는 ‘걸인’의 ‘걸(乞’)과 ‘-바시’가 결합된 말이며, ‘게글바시’와 ‘껠바시’는 ‘게으르다’의 경상도 방언인 ‘게글다’의 ‘게글-’과 ‘께을다’의 ‘께을-’이 줄어든 말 ‘껠-’과 ‘-바시’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걸바시, 경바치, 매바치…’ 등은 아직은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말이지만 《겨레말큰사전》을 통하여 새 생명을 부여받게 될 소중한 우리 겨레의 자산이다.
※ 이 글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화해지(7-8월호)에도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