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남북의 언어 차이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로인, 려행’과 갈은 발음 표기상의 차이에서 시작해 ‘아버지, 동무’와 같은 남북이 기반한 정치 체계의 차이에서 생겨난 말뜻의 차이, ‘얼음보숭이’와 같은 다듬은 말의 차이 등을 쉽게 떠올린다. 이런 일반어에서의 언어 차이와 더불어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으나 분단 후 전문용어에서의 언어 차이도 상당하다. 더욱이 전문용어는 일반어에 비해 언어 차이가 큰데 반하여 그 차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일의 준비는 기계적으로 차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이해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문법형태>와 <언어학용어>의 집필에서는 남북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보다는 가급적 그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주안점을 삼았다.
먼저 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법형태>와 <언어학용어>의 의미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문법형태 : ‘막-, 짓-, -님, -꾼’ 등의 접사류, ‘-가, -를, -는, -도’ 등의 조사류, ‘-어, -시-, -었-’ 등의 어미류를
아울러 이르는 용어이다.
- 언어학용어 : 국어학과 언어학 일반에서 쓰고 있는 개념어로서 ‘명사, 합성어, 관형사형어미’ 등이 그것이다.
<문법형태>의 경우 남북의 견해 차이로 품사 구분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북쪽은 접사로, 남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선말대사전》 | 《표준국어대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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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남북의 합의가 필요하다. <별>의 경우는 남측안인 <관형사>로만 보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선말대사전》의 ‘접두사’로서의 쓰임과 풀이가 ‘관형사’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선말대사전》에서도 <별>을 관형사와 접사로 구분하여 별개의 올림말로 다루지 않고 한 올림말 속에 넣고 괄호 안에 ‘앞붙이로 쓰이여’라는 풀이를 덧붙였다는 점 때문이다.
<언어학용어>는 동일한 대상을 남과 북이 달리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남쪽에서는 학교문법의 용어와 한글학회 용어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 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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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법 용어 | 한글학회 용어 | |
관형사형어미 | 매김꼴씨끝 | 규정토 |
부사형 | 어찌꼴 | 꾸밈형 |
공동격 | 함께자리 | 누가토 |
이런 경우 동의어 관계에 있는 말 중 어느 것을 기본올림말로 보아 뜻풀이를 줄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겨레말큰사전》에서는 남측 독자들에게 익숙한 학교문법 용어를 기본올림말로 삼아 집필한 후 같은말 정보로 한글학회 용어와 북측의 용어를 제공할 것이다. 한자어 올림말은 고유어계 언어학용어에 비해 남북 모두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기본올림말로 삼아 집필을 하게 되면 한눈에 남남 차이와 남북 차이를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문법형태 집필팀>과 <언어학용어 집필팀>은 본격적인 집필에 앞서 기초 조사를 진행하였다. <문법형태 집필팀>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겨레말큰사전》에 올리지 않을 올림말 목록과 추가해야 할 올림말 목록을 확정하였다. <언어학용어 집필팀>은 북측에서 발간한 10권의 책을 정밀히 조사하여 최근 북측에서 새롭게 사용하는 언어학용어를 발굴하였다.
《겨레말큰사전》에서 선정한 <문법형태>와 <언어학용어> 그리고 각 팀에서 기초 조사를 통하여 추가한 올림말 개수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문법형태 | 언어학용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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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선정 | 추가 | 합계 | 《겨레말큰사전》 선정 | 추가 | 합계 |
2,190 | 575 | 2,765 | 2,796 | 533 | 3,329 |
현재 약 80% 정도 집필이 진행되었으며 올해 안에 집필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집필이 끝나게 되면 남북의 연구 성과를 응축한 <문법형태>와 <언어학용어>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하여 그 결과를 겨레 앞에 내놓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의 언어 차이를 자세히 알고 이해가 필요한 것은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그 차이를 남북이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