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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하게 노력한다

_ 권화옥 / 수원시청 근무

  중국 체류 당시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들이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도착해 교육을 받을 당시 선생님들로부터 “사회에 진출하면 언어 장벽이 제일 크다.”라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나는 아마도 ‘외래어’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뿐 정작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이 서로 소통이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적잖이 당황하였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나름대로 ‘우리말’에 대해선 자신이 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한민족이지만 60여 년이라는 분단의 장벽은 세종대왕의 한글도 서로 다른 뜻으로 표현되게 만든 것일까? 한국에 정착한 지 어느덧 3년째 접어든 나는 남북한 언어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새터민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던 분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남북의 언어 차이 중에 제일 헛갈리는 것은 ‘오징어’와 ‘낙지’ 같은 어떤 한 대상을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남쪽의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른다. 한창 여름철 바닷가 쪽에 사는 사람들은 낙지(남: 오징어)철이 되면 한해 양식거리를 마련하느라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전쟁’을 한다. '낙지잡이가 사람 잡이', '낙지 말리기가 피 말리기' 라고 말할 정도로 여름 한철은 낙지와의 전쟁이다. 하지만 수많은 낙지를 자기 손으로 잡고 말리고 하면서도 정작 변변히 먹어보지 못한 이유에서인지 새터민들이 정착 초기에 가장 좋아하고 많이 찾는 것이 마른 오징어가 아닐까 싶다.

  또한 숫자를 부르는 데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한번은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세키로 주세요.” 라고 주문했더니 정육점 주인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 알아들었는지 주문대로 고기를 내주긴 했지만 의문의 눈길은 거두지 못하였다. 훗날 많은 대화를 통해서 북한에서 ‘한키로’, ‘두키로’, ‘세키로’ 라고 하는 것을 남한에서는 ‘일키로’, ‘이키로’, ‘삼키로’ 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밖에 남북 언어 표현이 다른 것으로는 텔레비전 채널을 북한에서는 통로, 터널을 ‘동굴’, 처갓집을 ‘가시집’, 한약을 ‘동약’, 상대하다를 ‘대상하다’, 상호간을 ‘호상간’ 등으로 쓰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이악하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 뜻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이악하게 노력한다.”, “이악하게 산다.”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이악하다’를 “달라붙는 기세가 굳세고 끈덕지다.”, “이익을 위하여 지나치게 아득바득하는 태도가 있다.” 라는 뜻으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고 있다.

  이렇듯 나는 남한에 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언어표현의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표준어는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쓰는 말들, 예를 든다면 ‘다르다’를 ‘틀리다’, ‘날아다니다’를 ‘날라다니다’로 표현하는 것은 틀린 표현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의 틀린 표현대로 따라서 쓰게 되는 경우는 종종 있기도 하다. 아울러 서로 다르게 표현하거나, 같은 단어를 다르게 해석하는 등 남북한 ‘언어의 차이’ 때문에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끔 가지게 된다.

  끝으로 남과 북의 언어적 차이를 줄여 나가기 위해 하루 빨리 《겨레말큰사전》이 편찬되어, 통일을 만들어 가는데 한발 한발 다가서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