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조재수 /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
긴장
*그는 얼이 빠진 사람처럼 (중략) 마치 취한이나 광인이 스스러운 사람과 대할 때에 특별한 주의와 긴장을 갖는 거와 같이 뿌연 눈을 똑바로 뜨고 서서 한 마디 한 마디씩 애를 써 분명한 어조로, …….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동아출판사. 1995/1921)긴장되다
*금방 주먹이 왔다갔다할 살풍경이 일어날 듯 날 듯한 긴장된 분위기에 싸였다. <송영: 늘어가는 무리>(동아출판사. 1995/1925)긴장하다
*평화와 안락과 춘정이 무르녹았던 방에는 긴장한 공포의 침묵이 흘렀다. <최서해: 큰물진 뒤>(어문각. 1996/1925)
② 마음을 늦추지 않고 정신이나 힘을 바싹 가다듬는것. ∥ ~을 견지하다. ~이 풀리다. | 성과에 자만하여 긴장을 늦출 것이 아니라 계속 앞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
③ 일을 순조롭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듯하게 되는것 또는 그러한 상태. ∥로력의 ~을 풀다.
④ 정세나 분위기가 무슨 일이 터질듯이 평온하지 않은것. ∥정세의 ~상태.
긴장하다 [동](자) 긴장되다 [동](자)
‘긴장(緊張)’의 쓰임새와 의미
① [용례] *근육의 긴장. 몸의 긴장을 풀다. 몸의 긴장이 풀리다.‘긴장하다’의 쓰임새와 의미
말뭉치의 인용문 자료를 검토한 결과 ‘긴장하다’는 자동사와 형용사 두 가지로 쓰였다. 자동사보다 오히려 형용사의 쓰임이 더 많았다(아래). 여기서 <큰사전>이 ‘긴장하다’를 형용사로 매긴 근거를 찾아 볼 수 있었다.
① [용례] *사람을 때리는 막대기는 활처럼 긴장하며 떨었다. <최인호: 지구인>
*온몸이 나사로 조이듯 긴장하는 건 빼도 박을 수 없는 위험의 한가운데 처해 있다는 긴장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완서: 미망>
*두일은 치마 밑 초희의 허벅지가 긴장하는 걸 느낀다. 그는 슬며시 손을 옮기며 물었다. <한수산: 유민>
*사지의 근육은 긴장해 언제 이 자식이 덤비든지 단번에 떠다박질러 버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유진오: 여직공>
----- [의미] 물체가 켕기다. 팽팽해지거나 뻣뻣해지거나 탄탄해지다.
② [용례] *긴장한 목소리, 태도, 표정.
*신부가 도대체 긴장하거나 떠는 법이 없었다. <최래옥: 맏딸과 함께 춤을>
*여럿은 먹기를 멈추고, 긴장하여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채만식: 민족의 죄인>
*입시란 역시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독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허춘희: 사춘기 고민>(연변. 2004)
*보통으로 생각하고 발성한 말이 아닐 것이란 짐작은 나를 긴장하게 했다. <이병주: 행복어 사전>
----- [의미] 마음을 조이거나 신경을 쓰다.
① [용례] *특수 공구를 늦추는 순간에 제 몸이 재가루(잿가루)가 될 이 위험한 위치에 선 림성백은 힘을 깡그리 모아 긴장하게 당기였기(당기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맥이 진하여졌다. <로종익: 영원한 흐름>(북. 1978)
*별안간 종 소리를 듣는 국군과 백성들은 모두들 허리끈을 바짝 졸라매고 활과 창이며 대완구 채를 긴장하게 잡아서 제각기 제 임무를 맡은 제 자리에 들어선다. <박종화: 임진왜란>
*갑자기 쇠바줄(쇠밧줄)이 한껏 긴장해지고 양망기(揚網機)가 신음하는 듯 몸체를 들썩이더니 멈춰서 버렸다. <김은옥: 바다사람들>(북. 1996)
----- [의미] (물체가) 팽팽하거나 탄탄하다.
② [용례] *요시라는 말을 마치자 김응서의 귀에다 입을 바싹 대고 무어라 소근소근거린다. 김응서의 얼굴빛이 별안간 긴장하게 변한다. <박종화: 임진왜란>
*현실은 너무도 어렵다, 전기도 모자라고 땔감도 부족하고 식량 사정은 더욱 긴장하다. <현승남: 미래에 살자>(북. 2000)
*정세가 긴장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다음날 뜻밖에도 저녁이 되기 전에 남편이 들어왔다. <박춘섭: 보금자리>(북. 1992)
----- [의미] (사정이나 표정이) 심각하다.
③ [용례] *우린 그처럼 긴장하게 잡았던 계획보다두 3일이나 더 앞당겼으니 얼마나 대단해요. <박사영: 첫번째 보고>(북. 1978)
*그런데 요즈음 벼겨(볏겨)가 좀 긴장하다니까. 여기 큰 정미소에서도 이전의 면목을 봐서 가져는 가라고 하지만 래일 새벽에 못 가져가면 그것도 없겠다오. <차룡순: 시대의 행운아?>(연변. 1981)
*집이 긴장하다 보니 부르는 것이 값이지. 그렇다구 급작스레 지을 수도 없구 <윤명철: 집흥정>(연변. 1989)
----- [의미] (여유가 없이) 빠듯하거나 귀하다.
④ [용례] *그 긴장한 사색과 탐구를 힘 자라는껏 지켜주기 위해서 온갖 대책과 성의를 다하고 있단 말이요(말이오). <양의선: 거대한 날개>(북. 1993)
*일을 짜고들어 긴장하게 했다면 늦어질가봐(늦어질까봐) 이처럼 분주탕을 피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탁숙본: 출장길에>(북. 1979)
----- [의미] 골똘하거나 정성스럽다.
⑤ [용례] *그는 김 과장이 지금 돈이 몹시 긴장하다는 낌새를 알아채고 장사해서 번 돈이라면서 현금 3백 원을 단번에 꿔주는 것이였다(것이었다). <정덕교: 초소>(연변. 1983)
*기차가 지나가면 차굴 속으로 뛰여(뛰어) 들어 곡괭이와 정으로 암반을 까내야 하는 긴장하고 어려운 전투이다. <권장석: 우리는 자란다>(북. 1977)
*그런데 벼모(볏모) 심기가 한창 긴장한 때에 뜨락또르가 고장 났구나. <남주길: 푸른 언덕>(연변. 1983)
----- [의미] 다급하거나 긴박하거나 바쁘다.
⑥ [용례] *사람들은 씨름에 나선 선수들보다 더 긴장하게 마지막 판을 기다렸다. <림원춘: 짓밟힌 넋>(연변. 1988)
*봉호 앞에 모여온 아이들은 봉호의 얼굴을 긴장하게 지켜보았다. <김덕철: 열정의 나래>(북. 1975)
*방 안의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긴장하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으나 광일은 오래도록 덤덤히 앉아 있었다. <백보흠: 터전>(북. 1986)
*춘추 장군은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을 받으면서 대궐에 들어서니 모두들 어제와는 다르게 {긴장해하고} 있다. <홍효민: 신라통일>
*식모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나 한 듯이 긴장해했다. “저, 저… 몰라요!” … <정형섭: 탈가>(연변. 2001)
----- [의미] 초조하거나 궁금하거나 불안하다.
⑦ [용례] *밤은 캄캄하여 지척이 보이지 않았다. 경호와 칠성녀는 긴장하게 주위를 살폈다. <리근전: 범바위>(연변. 1962)
*어느 때나 되였는지(되었는지) 나는 요란한 개 짖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에스키모인 어린이는 길길이 날치는 개들을 눌러앉히느라 서두르고 천동무는 어느새 뚫어놨는지 네모난 구멍으로 긴장하게 밖을 살피는 것이였다(것이었다). <리태학: 북극 갈매기>(연변. 1992)
----- [의미] (주로 ‘긴장하게’로 쓰여) 주의 깊거나 조심스럽다.
‘긴장히’의 쓰임새와 의미
형용사 ‘긴장하다’와 마찬가지로 두 말의 쓰임새는 북녘과 중국에 사는 동포 작가들의 글자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형용사 ‘긴장하다’와 ‘긴장히’는 지금까지 남녘의 국어사전, 북녘과 중국 지역 동포들의 조선말사전에 실리지 않았다.
① [용례] *머리를 떨구고 팔목시계를 긴장히 내려다보는 사람들, (중략) 그들 모두가 지금껏 기다려 온 정각 여덟 시를 1~2분 앞두고 초침들은 다급히 채칵거리고 있었다. <조인영: 청춘은 가지 않았다>(북. 2000)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고 긴장히들 앉아서 사념에 잠겨 있었다. <리홍규: 폭발>(연변. 1988)
----- [의미] 초조하게(조마조마하게) 또는 불안하게.
② [용례] *“조용하시오.” 나의 엄숙한 소리에 놀란 학생들은 긴장히 나의 눈치를 살피였다(살피었다). <전상훈: 개구리>(연변. 1992)
*그들은 술을 마시는 체하면서 긴장히 이야기를 벌려나갔다. 심부름꾼(심부름꾼)은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망을 보았다. <리근전: 고난의 년대>(연변. 1984)
----- [의미] (매우) 조심스럽게.
③ [용례] *성안에선 싸움 준비로 긴장히 돌아쳤다. <남주길: 홀한성 옛터에 날이 저물어>(연변. 1989)
*거기서는 서국장을 비롯한 지휘부 성원들이 아직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긴장히 서둘고 있었다. <류충일: 기요실에 어린 적외선 흔적> (연변. 2003)
----- [의미] 긴박하게 또는 바쁘게.
④ [용례] *오전엔 수업을 하고 오후엔 사열 대오 행진 훈련과 집단무용 련습(연습)을 긴장히 하였다. <김영금: 그날을 위하여>(연변. 1988)
*이리하여 교섭은 이 중심문제를 싸고 한참 긴장히 전개되였다(전개되었다). <한설야: 철도 교차점>(북. 1936/2003)
----- [의미] 열심히 또는 진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