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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_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강타’

  이 말을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이돌 가수 H.O.T의 강타가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연관어로 ‘캔디’도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이가 제법 들었다는 의미이다.

‘강타(强打)’

  원어를 보면 떠오르는 의미가 달라진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사용하는 ‘강타’가 떠오를 것이다. 나는 ‘강타(强打)’라는 말에서 ‘세게 치는 것’, ‘야구나 배구에서 공을 세게 치는 것’ 등의 의미가 먼저 잡힌다. 그리고 아래의 기사와 같이 태풍이나 폭풍우가 왔을 때 쓰는 ‘강타’의 의미도 잡힌다.
필리핀 태풍 강타
5일 필리핀 남부 지역을 강타한 제24호 태풍 ‘보파’로 인해 최소 238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고 필리핀 언론이 전했다. <2012. 12. 6. 동아일보 기사>

  남쪽에서는 자주 이런 의미로 ‘강타’를 쓴다. 그래서 당연히 남쪽 사전에는 세 번째 뜻갈래로 실려있다. 남쪽에서 많이 쓰니 당연히 북쪽도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런데 <조선말대사전>을 찾아보면 그런 의미가 없다. 용례를 찾아봐도 태풍이나 폭풍우와 함께 쓰인 ‘강타’가 없다.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오히려 남쪽 사전에서 싣지 않은 뜻갈래를 보이고 있다.

<조선말대사전>
강타 (强打)
① [체육] (배구나 권투 같은 경기에서) 공이나 상대편을 세게 들이치는 것.
② <센 추궁이나 면박>을 비겨 이르는 말. | 단발머리 분조장의 날카롭고 호된 {강타} 앞에 총각은 아무 말도 못했다.

  <조선말대사전>의 ②번 풀이는 남측 용례 “몸져누운 지 나흘째 되는 날, 친정으로부터 날아온 편지는, 이젠 일어나야 한다고 기를 쓰고 있는 경숙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또다른 {강타가} 되어 그녀의 쇠약한 몸을 쓰러뜨렸다. <최미나: 세번째 만남>”의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이는 ‘추궁’과 ‘면박’과는 관계없는 ‘세게 치다’의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고, 그런 이유로 남과 북의 사전은 풀이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남과 북이 같은말을 서로 다른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데에는 분단이 원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