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우리는 극성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부동산’을 검색하면 ‘극성’이라는 말이 같이 딸려나온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육열 때문에 나온 치맛바람 역시 ‘극성’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극성’이 부동산과 어울리면 부동산 투기가 되고, 극성이 치맛바람과 어울리면 어머니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폐해가 된다.
이처럼 남쪽에서 ‘극성스럽다’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용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그해 여름은 유별나게 {극성스러운} 불볕더위속에 가뭄마저 심하였다.<저자:이동하><출전:폭력요법>
<지역:남>
- 지금 법소에서 접주님들 닦달하는 꼴은 {극성스런} 시엄씨가 며느리 닦달하는 꼴도 아니고 성미 고약한 훈장이 학동 닦달하는 꼴도 아닙니다.<저자:송기숙><출전:녹두장군><지역:남>
- 돈 버는 데는 억척스럽고, 자식들 공부에는 {극성스럽던} 그의 모친도 나이가 든 탓으로 막내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데다, 누나와 형들마저 곁에 없어서 그는 만판으로 문제학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저자:김원우><출전:살아 남을 친구><지역:남>
그럼 북은 어떨까? 남쪽과 같은 의미로 쓰일까? 용례를 보면 남쪽과 달리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저 환갑직전의 나이에도 젊은이들 이상 농장일에 {극성스러운} 형국 반장, 그는 지금 중앙 기관에서 일하는 아들에게로 가면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다.<저자:한경><출전:맑은 아침><지역:북>
- 아바이의 {극성스런} 손길에 잘 다스러진 산림은 질서 정연한 위병대의 서렬을 방불케 했다.<저자:안선옥><출전:그들이 가는 길><지역:북>
- 부부는 … 숲을 가꾸어 어머님을 다시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극성스럽게} 일하고 또 일했지요.<저자:양의선><출전:푸른 사랑><지역:북>
그래서 남과 북의 사전에서도 ‘극성스럽다’의 풀이는 차이가 난다.
사전 |
풀이 |
표준국어대사전 |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드세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인 데가 있다. |
조선말대사전 |
몹시 이악하고 억척스러운데가 있다. |
‘극성스럽다’와 같이 남과 달리 북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어휘를 더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휘 |
의미와 용례 |
늙은이 |
- ㆍ의미
- 북은 남쪽과 달리 비하의 의미가 없이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ㆍ용례
- 할아버지는 지금도 신문에서 젊은이 {늙은이}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가래질을 하며 질통을 지고 내달리는 그림을 물릴 줄을 모르고 바라보는 것이다.<저자:석인해><출전:할아버지><지역:북>
|
방조 |
- ㆍ의미
- 북은 불법행위를 도와 준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고 ‘도움’의 의미로 사용된다.
- ㆍ용례
- 윤성학의 정력적인 {방조} 밑에 회전로, 특수 진공 장치, 송수관 보수 공사는 열흘도 안되는 사이에 완전히 끝났다.<저자:리종렬><출전:해빛을 안고온 청년><지역:북>
|
소행 |
- ㆍ의미
- 남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나 북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 모두 지닌다.
- ㆍ용례(긍)
- 주먹 같은 글자들을 꾹꾹 눌러쓴 대형 속보글은 하나같이 집단체조에 참가한 학생들의 들끓는 열의와 아름다운 {소행들을} 찬양하고 있었다.<저자:한기석><출전:꽃바다><지역:북>
- ㆍ용례(부)
- 남호는 아버지의 민망스러운 {소행} 때문에 오성칠과 윤씨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저자:김수범><출전:영원한 미소><지역: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