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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은 겨레얼 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누리판 2013.04

남녘말 북녘말

극성스럽다

_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우리는 극성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부동산’을 검색하면 ‘극성’이라는 말이 같이 딸려나온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육열 때문에 나온 치맛바람 역시 ‘극성’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극성’이 부동산과 어울리면 부동산 투기가 되고, 극성이 치맛바람과 어울리면 어머니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폐해가 된다.
   이처럼 남쪽에서 ‘극성스럽다’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용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그해 여름은 유별나게 {극성스러운} 불볕더위속에 가뭄마저 심하였다.<저자:이동하><출전:폭력요법>
    <지역:남>
  • 지금 법소에서 접주님들 닦달하는 꼴은 {극성스런} 시엄씨가 며느리 닦달하는 꼴도 아니고 성미 고약한 훈장이 학동 닦달하는 꼴도 아닙니다.<저자:송기숙><출전:녹두장군><지역:남>
  • 돈 버는 데는 억척스럽고, 자식들 공부에는 {극성스럽던} 그의 모친도 나이가 든 탓으로 막내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데다, 누나와 형들마저 곁에 없어서 그는 만판으로 문제학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저자:김원우><출전:살아 남을 친구><지역:남>
   그럼 북은 어떨까? 남쪽과 같은 의미로 쓰일까? 용례를 보면 남쪽과 달리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저 환갑직전의 나이에도 젊은이들 이상 농장일에 {극성스러운} 형국 반장, 그는 지금 중앙 기관에서 일하는 아들에게로 가면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다.<저자:한경><출전:맑은 아침><지역:북>
  • 아바이의 {극성스런} 손길에 잘 다스러진 산림은 질서 정연한 위병대의 서렬을 방불케 했다.<저자:안선옥><출전:그들이 가는 길><지역:북>
  • 부부는 … 숲을 가꾸어 어머님을 다시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극성스럽게} 일하고 또 일했지요.<저자:양의선><출전:푸른 사랑><지역:북>
   그래서 남과 북의 사전에서도 ‘극성스럽다’의 풀이는 차이가 난다.
사전 풀이
표준국어대사전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드세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인 데가 있다.
조선말대사전 몹시 이악하고 억척스러운데가 있다.
   ‘극성스럽다’와 같이 남과 달리 북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어휘를 더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휘 의미와 용례
늙은이
ㆍ의미
북은 남쪽과 달리 비하의 의미가 없이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ㆍ용례
할아버지는 지금도 신문에서 젊은이 {늙은이}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가래질을 하며 질통을 지고 내달리는 그림을 물릴 줄을 모르고 바라보는 것이다.<저자:석인해><출전:할아버지><지역:북>
방조
ㆍ의미
북은 불법행위를 도와 준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없고 ‘도움’의 의미로 사용된다.
ㆍ용례
윤성학의 정력적인 {방조} 밑에 회전로, 특수 진공 장치, 송수관 보수 공사는 열흘도 안되는 사이에 완전히 끝났다.<저자:리종렬><출전:해빛을 안고온 청년><지역:북>
소행
ㆍ의미
남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나 북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 모두 지닌다.
ㆍ용례(긍)
주먹 같은 글자들을 꾹꾹 눌러쓴 대형 속보글은 하나같이 집단체조에 참가한 학생들의 들끓는 열의와 아름다운 {소행들을} 찬양하고 있었다.<저자:한기석><출전:꽃바다><지역:북>
ㆍ용례(부)
남호는 아버지의 민망스러운 {소행} 때문에 오성칠과 윤씨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저자:김수범><출전:영원한 미소><지역: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