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선철 /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국립국어원에서는 ≪남북 교과서 학술 용어 비교 연구≫(2007년)와 ≪남북 교과서 학술 용어 비교 연구 2≫(2008년)를 내놓았었다. 이 작업은 남북의 자라나는 세대가 배우는 교과서에 나오는 전문용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장래의 구체적인 민족 교류에 있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었다.
이 글에서는 이 연구 결과 중 국어 교과의 용어들이 어떻게 쓰이고 있고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분석 자료로 쓰인 남측의 자료는 2002년, 2003년 교과 용어이고, 북측의 자료는 비슷한 시기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의 용어이다.
국어 과목은 국어 문법과 문학 분야로 나뉜다. 국어 문법에서는 남과 북에서 각각 604개와 262개의 용어가 나왔는데, 대응쌍은 105개였고 이 가운데 같은 용어는 37개, 다른 용어는 68개였다. 숫자로만 보면 대응쌍이 북측 기준으로도 절반이 안 되는 점에서 남북 교과 내용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나, 이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용어의 사용이 양측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기로 하고 대응쌍을 중심으로 용어 사용 양상을 살펴보자.
먼저, 국어 문법 분야에서 남북이 같이 쓰는 용어 목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 ○ 고유어:
- 거센소리, 된소리, 된소리되기, 띄어쓰기, 울림소리, 글말(6개)
- ○ 한자어:
- 고유어, 관형사, 단어, 대명사, 동사, 명사, 모음, 문장, 문장 부사, 문장 부호, 문장 성분, 반점, 보어, 보조 동사, 부사, 속담, 수사, 외래어, 용언, 자음, 주어, 체언, 품사, 한자어, 형용사(25개)
- ○ 고유어+한자어:
- 느낌표, 물결표, 물음표, 숨김표, 이음표, 줄임표(6개)
남북이 서로 다른 용어를 쓰는 경우는 68쌍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 가. 고유어/한자어 선호의 차이(총 53쌍)
고유어/한자어 선호의 차이(총 53쌍)
남 |
북 |
감탄문 |
느낌문 |
격조사 |
격토 |
관형사형 어미 |
규정토 |
단모음 |
홀모음 |
... |
... |
나. 표현의 차이(총 15쌍)
표현의 차이(총 15쌍)
남 |
북 |
감탄사 |
감동사 |
관형어 |
규정어 |
따옴표/인용부 |
인용표 |
부사어 |
상황어 |
... |
... |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국어 문법 용어에서는 남측에서 북측에 비해 한자어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북측에서 한자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미 굳어진 용어를 버리기 어려운 형편에 말미암지 않는가 추측된다.
문학 분야에서는 남측에서 462개, 북측에서 229개 용어가 나왔다. 대응쌍은 41개였는데 이 중 같은 쌍은 31개였고, 다른 쌍은 10개였다. 즉 용어의 수에 비해 공통되는 개념을 아주 적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 분야의 특성상 양측의 정치 체제가 다른 점에 기인하지 않나 여겨진다.
서로 같은 문학 용어는 다음과 같다.
(3)
- ○ 한자어:
- 가사, 갈등, 감상문, 개성, 관습, 구성, 기행문, 단편 소설, 독백, 문학, 사건, 사상, 사실주의, 사회적 기능, 상징주의, 성격, 소설, 소재, 수필, 연극, 우화, 인물, 일기, 자연주의, 주인공, 주제, 초현실주의, 형상, 희곡(29개)
- ○ 고유어:
- 이야기, 줄거리(2개)
대응쌍 중 서로 다른 문학 용어는 다음과 같다.
(4) 표기법에 따른 차이(2쌍)
표기법에 따른 차이
남 |
북 |
낭만주의 |
랑만주의 |
운율 |
운률 |
(5) 고유어/한자어 선호에 따른 차이(3쌍)
고유어/한자어 선호에 따른 차이
남 |
북 |
극 갈래 |
극문학 |
서사 갈래 |
서사적종류 |
서정 갈래 |
서정적종류 |
(6) 표현의 차이(5쌍)
표현의 차이
남 |
북 |
고전 소설 |
고전적명작 |
고전주의 |
고전주의문학사조 |
서양 문학 |
외국문학 |
실학 사상 |
실학파문학사조 |
이야기하기 유형의 문학 |
이야기글 |
용어 전체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남측의 국어 문법 교과서에서는 한자어가 489개 용어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고유어가 56개 용어, <고유어+한자어>가 46개 용어, <한자어+고유어(+한자어, 고유어)>가 13개 용어이다. 북측의 국어 문법 교과서에는 고유어가 118개 용어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자어가 64개 용어, <고유어+한자어(+고유어, 한자어)>가 50개 용어, <한자어+고유어>가 30개 용어이다. 남측 문학 용어는 한자어가 381개 용어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고유어+한자어>가 24개 용어, 고유어가 19개 용어, 외래어가 15개 용어, <외래어+한자어>가 11개 용어, <한자어+고유어>가 10개 용어, <한자어+외래어>가 2개 용어이다. 북측의 문학 용어는 역시 한자어가 191개 용어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고유어가 10개 용어, 외래어가 9개 용어, <고유어+한자어>가 7개 용어, <외래어+한자어>가 6개 용어, <한자어+고유어>가 6개 용어이다.
국어 분야 전반적으로 북측이 남측보다 고유어를 더 많이 쓰고 외래어는 덜 쓰는 양상이 확인되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북측의 민족주의 언어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 김선철 |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어학 박사.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대 강사 및 (주)언어과학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국어 억양의 음운론
』,
『중앙어의 음운론적 변이양상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