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선철 /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이번 회에서는 남북 초중고 교과 가운데 미술 과목의 교과서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보이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 내용은 앞선 회와 마찬가지로 국립국어원이 발간했던 <남북 교과서 학술 용어 비교 연구2(2008)>를 요약하면서 조금 더 알기 쉽게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남한의 미술 교과서에는 총 493개 용어, 북한 교과서에는 257개 용어가 나타났다. 어종에 따른 출현 양상을 살펴보면, 남한 교과서에서는 한자어가 273개 용어(52.1%), 외래어가 170개 용어(34.5%)로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외래어+한자어>가 25개 용어(5.1%), <한자어+외래어>가 13개 용어(2.6%), <고유어+한자어>가 5개 용어(1%), <한자어+고유어>가 2개 용어(0.4%), <외래어+고유어>가 2개 용어(0.4%)였며, 다른 교과서와는 달리 고유어가 3개(0.6%)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미술 교과서에는 한자어가 181개 용어(70.4%)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고유어+한자어>가 38개 용어(14.8%), <한자어+고유어>가 22개 용어(8.6%), 고유어가 13개 용어(5.1%), <외래어+한자어>가 3개 용어(1.2%)였으며, 순수한 외래어는 쓰이지 않았다. 이러한 통계에서 우리는 외형적으로는 북한의 미술 교과서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외래어 용어가 유독 남한의 미술 교과서에는 170개나 나타났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여길 수 있다.
대응쌍은 전체가 49개로 북한 용어 총수를 기준으로 하여도 19%에 지나지 않았다. 남북의 미술 분야에서 서로 용어화하고 있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데, 실은 우연히 교과서에서 같이 포착되지 못한 용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에서 교육 현장 이외에 현실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대응쌍 혹은 서로 공통되는 용어쌍의 숫자와 비율은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에 나타나 있는 북한 용어는 남한에서도 쓰이고 있으나 교과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어휘들이다.
(1) 북한 교과서 미술 용어 중 남한 용어로도 쓰이는 것(77개)
가로긋기, 내려긋기, 덩어리, 밑그림, 붓글씨, 붓질, 새김, 이음, 3원색, 감상, 거리감, 건축미술, 고려자기, 공간감, 공예, 구도잡기, 구성미, 균형미, 기초선, 단색판화, 도자기, 도안, 동물화, 동양화, 무대미술, 벽화, 보색관계, 부각, 분할, 불투명도장, 불투명색감, 산업미술, 상상화, 상업미술, 색, 색감, 생활화, 서양화, 서예, 석고소조, 석고조각, 선, 수예, 수채화, 실용성, 안내도, 양각법, 운동감, 원근화법, 유리공예, 유화, 음각법, 인물조각, 인물화, 일본화, 입체감, 입체미, 자화상, 전신상, 정물화, 조각, 조형성, 주제화, 중국화, 초상화, 초안, 출판미술, 투명도장, 파스텔화, 판금공예, 풍경화, 풍속화, 함축성, 회화
이들을 제외하고도 대응쌍이 많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 분야의 깊이 있는 고찰로써 밝혀질 것으로 여기고 더 다루지 않는다.
관찰된 남북의 대응쌍 49개 가운데 남북한의 용어가 같은 것은 30개 용어인데 한자어가 27개로 가장 많았다. 용어가 다른 것은 19개(38.8%)로, 표기법에 따른 차이를 보이는 것은 4개 용어(8.2%), 고유어/한자어/외래어 선호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5개 용어(12.2%), 기타 차이가 10개 용어(18.4%)였다.
남북이 같이 쓰는 미술 용어는 다음과 같다.
(2) 남북 공통 미술 용어(총 30개)
가. 한자어(27개)
한자어(27개)
공간예술 |
구도 |
구상 |
균형 |
금속공예 |
단순화 |
도자공예 |
명도 |
명암 |
무채색 |
보색 |
삽화 |
색상 |
소묘 |
소조 |
습작 |
유채색 |
조형예술 |
조형미 |
조화 |
질감 |
채도 |
투시 |
판화 |
평면구성 |
형태 |
흉상 |
나. 고유어+한자어(3개)
표현의 차이(총 15쌍)
오목판(-화) |
재벌구이 |
초벌구이 |
남북이 서로 다른 용어를 쓰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3) 가. 표기법의 차이(4쌍)
표기법의 차이(4쌍)
남 |
북 |
양감 |
량감 |
율동(리듬) |
률동 |
입체 |
립체 |
템페라 |
뗌베라화 |
나. 고유어/한자어/외래어 선호의 차이(5쌍)
고유어/한자어/외래어 선호의 차이(5쌍)
남 |
북 |
색상환 |
색고리 |
석판(-화) |
돌판화 |
목조 |
나무조각 |
목칠 공예 |
나무공예 |
목판(-화) |
나무판화 |
다. 기타(10쌍)
기타(10쌍)
남 |
북 |
구륵법 |
구륵기법 |
단청 |
단청무늬 |
도기 |
도자기 |
몰골법 |
몰골기법 |
볼록판 |
돋을판 |
부조 |
부각 |
양각 |
양각법 |
원근법 |
원근화법 |
음각 |
음각법 |
환조 |
환각 |
남북한 용어가 다른 것에서 특히 기타의 차이가 주목할 만한데 ‘구륵법’(남)/‘구륵기법’(북), ‘단청’(남)/‘단청무늬’(북), ‘도기’(남)/‘도자기’(북), ‘양각’(남)/‘양각법’(북)에서와 같이 남한 용어에 비해 북한 용어는 ‘-무늬’, ‘-법’, ‘-기법’ 등이 덧붙어져 상대적으로 더 길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동일한 예술 분야라 해도 남북한 미술 용어는 지난 회에 살펴보았던 음악 용어와는 그 사용 양상이 많이 달랐다. 음악 용어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원어 및 외래어 표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공통점을 보였지만 미술 용어는 북한이 외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외래어를 포함하는 용어는 <외래어+한자어>로 나타난 단 3개 용어에 불과하였다. 이는 음악보다는 시각 예술인 미술이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서 더욱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 본다.
| 김선철 |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어학 박사.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대 강사 및 (주)언어과학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국어 억양의 음운론
』,
『중앙어의 음운론적 변이양상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