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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언어, 우리의 일생과 함께 하는 언어, 상처받았으나 언제나 겨레의 영혼을 담아주었던 우리들의 모국어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반갑고 반갑습니다. 북의 벗들 그리고 남의 벗들 겨레말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는 여기에 와 있습니다. ‘이제 죽을 수 있다. 이제 죽어도 된다.’라는 몇 년 뒤의 궁극적 감회를 예감하면서 나 역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이 위대한 첫 만남에 달려왔습니다. 겨레의 유구한 생존 가운데 한 개 생명으로 태어난 이래 겨레말에 의탁하여 살아온 지난 역정을 바쳐 이 겨레말 대결집에 동참한 여러분과 더불어 나는 새삼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겨레말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이유가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겨레말은 나날이 오염되고 있으며 때로는 우리의 영혼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되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남과 북의 분단으로 인해 겨레말의 흐름도 차단되었고, 동일한 사물과 세계에 대해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찌 긴급하지 않다 하겠습니까?
겨레말이 우리의 혈통 그 자체이고 우리 넋의 끝없는 표현이므로 우리가 이루어온 말의 공동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겨레는 자손 만대의 미래에까지 닿아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겨레말에의 사명이 우리를 만나게 했으며 기어이 우리 겨레말의 편찬사업을 함께 출범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말을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깨달을 수 있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를 열렬히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겨레말큰사전≫한 권을 온전하게 만들어 내는 일은 남대문 만 채를 보수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 될 것입니다. 남대문 만 채는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겨레말이 없으면, 겨레는 그 생명을 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귀한 우리의 의의를 겨레의 전범으로 물려줄 겨레말의 순결성과 통합성 앞에서 이 자리는 어떤 분열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 과연 하나의 사전에 겨레말을 올리는 일은 바로 겨레를 하나로 재청구하는 일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겨레말 하나하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바로 겨레의 생명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겨레의 말 하나하나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우리의 오랜 음운으로 된 말의 영감과 진실을 담고 있는 겨레말의 공동이야말로 온전한 겨레의 공동이겠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고 분단의 상처가 치유된 행복을 기약할 것입니다.
오늘 나의 감격 속에는 이 같은 우리 겨레의 말뿐 아니라 겨레와 함께 살아온 조국의 산하를 비롯한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천년의 바람소리도 우리가 만드는 ≪겨레말큰사전≫의 올림말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큰사전에 수록된 말들은 그 안의 질서 속에 잠들어 있다가 우리와 우리 자손이 불러낼 때마다 조국과 세계의 눈부신 빛으로 넘쳐나는 생명의 소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 날 척박한 세상 오고가던 보부상들이 동료를 만난 삼거리 봉놋방에서 헤어질 때 서로 저고리를 바꿔 입었습니다. 그 동지, 그 동무의 동료애가 우리 공동편찬위원들 사이에도 처연하게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부디 사전이 남과 북, 북과 남의 공동편찬위원 모두의 명예로운 결실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우리의 낮과 밤을 이 사업에 바치고자 합니다. 남과 북 해외의 모든 동포 여러분들의 관심과 채찍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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