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누리판
07_08/2006
 
 
겨레말누리판을 내면서
겨레말은 겨레얼입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한 우리의    다짐
함꼐 생각하기
누리판이 만난 사람
우리 민족과 우리 민족어
 
함께하는 겨레말
나를 홀린 글
남북의 언어
함께 읽고 싶은 글
 
겨레말 소식
제5차 남북공동정기편찬회의
제6차 남북공동정기편찬회의
제1회 국내학술회의 안내
 
 
 
 
 
함꼐 생각하기

 
 

 

1. 한 나라의 공통어와 공용어

  언어는 민족을 구분하는 징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도, 파키스탄과 같이 종교를 그 징표로 하는 예가 있지만, 언어가 일반적인 것은 언어가 그 구성원간의 의사를 소통케 함으로써 동족임을 천명하는 민족적 동질성(同質性)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갖가지 문화인류학적 특징 가운데서 이러한 소통이 본질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과 노력이 거족적으로 경주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그 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언어상 소통의 장애를 해소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전국 공통어(全國共通語)의 시행이다. 공통어는 대개 설정한 표준어인데, 중국에서는 보통화(普通話), 북에서는 문화어(文化語)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통용력이 가장 넓은 지역의 언어를 토대로 조정된 까닭에, 완전한 표준어를 구사하면 그 화자가 어느 고장 사람인지, 즉 어느 방언 화자(方言話者)인지 듣는 말만으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말이 생겼다. 요컨대, 표준어는 거의 그 수도의 언어라고 해도 그 특징을 배제했다는 뜻이다.

  이 공통어는 이처럼 그 지역의 언어가 아닌 제3의 언어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인도에서는 힌디(Hindi)어, 영어가 다 그들 인도공화국 공용어이나, 영국 식민지 시대에 널리 보급된 영어가 공통어로 쓰이고 있다. 또, 필리핀에서도 다갈로그(Dagalog)어, 영어가 필리핀공화국의 공용어이나, 역시 미국 식민지 시대에 보급된 영어가 공통어로 쓰인다. 그들의 힌디어나 다갈로그어가 각기 공용어의 하나로 되었건만, 공통어의 구실을 못하는 것은 그 통용력이 목적에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현대 우리 민족어의 위기

  우리의 경우는 다행히 우리말을 공통어, 공용어로 사용한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제 식민지 기간에 일본어가, 해방후 군정시대에 영어가 한때 공용어로 시행되었지만, 우리말의 공통어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1945년 남북분단은 단일한 우리 민족어의 분열을 강요하기 시작했고, 해방 반 세기에 과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나 늘어나는 영어마을 설립은 공용어의 복수화와 무관치 않다. 특히 제3의 언어 영어를 의무교육에서 과하는 것을 식민지 정책과 무엇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우리 민족의 당면한 과제는 갈수록 변하는 남 표준어와 북 문화어의 간극을 좁히는 방안의 창출이다. 그것은 물론 남북 언어의 통합이다. 남북의 언어통일이란 것은 양자택일을 뜻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죽어야 한다. 남과 북에서 함께 지향하는 평화통일의 대전제는 사활을 걸고 싸워서 죽고 사는 흡수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통합의 대원칙을 전제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통일, 언어통일이 아니라, 남북통합, 언어통합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하고 옳은 방안이다.

  이런 뜻에서, 2004년 4월 남과 북이 사전편찬 의향서를 체결하고겨레말큰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게 된 것은 남북분단 60년 환갑을 앞두고 터진 일대 역사적 사건임이 분명하다. 이미 그 남북공동편찬사업회를 구성하고, 편찬위원회의 실무 접촉도 이루어진 만큼, 이 사전의 전도는 매우 양양하다. 그사이 남북의 언어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적지 않았지만, 이러한 합의를 이루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성원이라면 이 거족적 사업에 성원과 찬사를 어찌 아끼겠는가?

 

3. 위대한 남북의겨레말큰사전

  장차 위용을 드러낼 이 사전은 남북통합의 초석이 될 뿐 아니라, 오랜 전통적 민족 유산을 집대성한다는 점에 더욱 역사적 의의가 있다. 계획된 약 30만 어휘의 이 대사전에서 남북이 다른 어휘라고 지나치게 단일화한다면, 문헌어, 방언에 해외 동포의 어휘도 수집하는 대통합의 정신이 손상될 것이다. 그사이 남북 언어의 차이는 각종 기록에도 남아 피차 알아야 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60년 조성된 그 차이가 방언 차이에 불과한 언어 분화의 초기적 단계라고 하여 경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북통일의 대업에서 단일화가 목표인 것은 명백하나, 성급해서 빠질지 모를 불합리를 예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면 통일의 목표는 아예 포기하려는 심산인가? 아니다. 원래 언어는 역사적으로 계속 변한다. 그 어휘는 더욱 그렇다. 이 변화는 언중(言衆)의 시대적 경향으로 택일선택된 현상이기 때문에, 남북 언어의 통일은 복수 혹은 원칙과 허용 등으로 서두르지 않고 완화하더라도 이처럼 시대적 추세에 따라 소통의 장애 없이 자연스러운 그 목표인 단일화를 기대하자는 계산이다.

  남측의 언론에서는 외래어에 남조한 신조어를 앞다투어 남용하는 한편, 기왕의 표준어 규범에 대한 무용론도 등장하고 있으나, 이것이 이러한 대통합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 통합은 가령 남북이 각기 축적해 놓은 표준어 규범, 문화어 규범을 택일하지 않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전 종사자는 일제하 조선어학회의 민족어 통일 사업에서 강경했던 택일 원칙을 전진적으로 개신해 가기 위하여 이 원칙이 이 사전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요체임을 재인식해야 하겠다. (2006. 5. 28.)

 
  김민수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 교수
1926년 강원도 홍천 출생.
주요저서로는『국어교육론』,『국어의미론』,『외국인의 한글 연구』,『우리말 어원 사전』,『현대의 국어 연구사』,『남북의 언어,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대장경파니니문법연구총서’로『고려대장경의 고전범어문법 연구』,『파니니문법의 규범생성모형 연구』,『우리말의 규범생성문법 연구』,『우리말의 규범생성문법 규칙(안)등이 있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대 객원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재단법인 동숭학술재단 설립하였다. 현재 재단법인 동숭학술재단 이사장, 국제고려학회(본부) 고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 교수이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소식지인 '겨레말누리판'은 격월간으로 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