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누리판’ 창간호에 원장님을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겨레말’은 언어의 애정과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중심과 주변, 표준과 비표준의 경계를 허무는 민족공통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해 공통어의 개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는 겨레말과 공통어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이상규 :
우선 ‘겨레말누리판’ 창간을 축하드리며 귀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데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통어 국어정책은 아주 분명합니다. 통일을 위한 한민족 전략은 표준어 정책에서 공통어 정책으로 확장되었을 때 당위성을 얻습니다. 더불어 표준어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표준은 근대 국가주의의 이념적 산물이며, 분산된 권력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만큼 언어와 문화가 협소해진 것이지요. 다원주의 언어 정책인 공통어가 제대로 정착한다면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공통어 정책은 포괄적 언어 정책에 관한 것인데, 이는 분명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지평에서 큰 지각 변동이 될 것입니다. 공통어 정책을 통하여 남쪽의 표준어와 북쪽의 문화어를 아우르고 그동안 배제되었던 지역어, 생활어를 폭넓게 수집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통어는 불가피하게 ≪겨레말큰사전≫을 전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리판 :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어 문화를 살리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 나아가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라 여겨집니다. 기존에 발간된 방언 위주의 뜻풀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규 :
남한이든 북한이든 지역어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어 어휘조사는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테면, 탄광촌 인부, 해녀, 농군 들이 사용하는 말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과 언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아울러 지역어 조사를 영상자료는 물론, 어휘 지도 구축으로 확장하여 진행하여야 합니다. 현재 지역문화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지역어 현장조사를 위해서는 쟁이들, 꾼들, 이를테면 전문가를 찾아나서야 할 상황이지요. 기존의 텍스트 중심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존 텍스트들은 이미 많은 부분 표준어의 영향권 안에서 재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뜻풀이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지역어조사는 지역어가 살아숨쉬는 현장조사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을 것입니다. 즉, 지역어 현장조사는 모국어와 언어학의 발전을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것을 통해서만 표준어 중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누리판 :
지역어 현장조사를 할 경우 국립국어원의 지원과 동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평소 생각하신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요.
이상규 :
지역어 현장조사가 기존에 수집된 방언 위주의 단순 뜻풀이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낡은 방식을 탈피하여, 현장언어를 디지털화하고 전자사전을 발행하여야 합니다. 뜻풀이의 폭을 확장하자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방언·어휘조사도 기존 뜻풀이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자면, ‘쟁기’에 관하여 미세한 부분을 잘 아는 농군을 만나 직접 사진 기록을 남기고, 소리를 담고, 음원을 채록하여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것을 모두 담은 사전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일본 국립국어원의 예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민속어휘·생활어휘 조사는 국립국어원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누리판 :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와의 상관관계를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 연관성과 관련성, 또는 앞으로의 연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상규 :
우선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함께 지역어 현장조사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자료의 DB 구축, 사전 편찬의 기술적 지원, 정보 교환, 전면적인 업무·인적 교류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부적인 작업에서는 더욱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지속적인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며, 조만간 구체적인 논의를 교환할 예정입니다. 사실 효율적인 연대를 위해서는 조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유기적인 협력구도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누리판 :
통일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 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이며 동시에 미래의 문화적 고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문화적 고향을 건설하는 것이며, 곧 꿈을 찾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통일을 대비해 서둘러야 할 작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규 :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작업은 전문용어사전 표준작업, 전문용어 통일사전 편찬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수학 용어의 경우, 남과 북의 표현이 완전히 다릅니다. 생활용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생활용어는 느낌과 상황으로 의미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전문용어는 다릅니다. 그래서 더 시급한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앞장서서 전문용어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더불어 IT 신조어, 외래어 순화사업을 벌여야 합니다. 남북공동 전문용어 통합사전은 우리말의 정체성과 위상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통일은 사실 껍데기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진정을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언어의 통합이 필요하며, 때문에 사회문화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했던 말이지만, 책임 있는 전문용어 통합사전을 위해서라도 국립국어원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와의 연대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어 현장조사와 함께 전문용어 통일사전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누리판 :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상규 :
≪겨레말큰사전≫은 민족의 숙원 사업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또한 좀 더 효율적인 연대를 위한 ‘업무 협정서’ 체결 방안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누리판 :
네, 감사합니다.
이상규 |
국립국어원장 1953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주요저서로는『방언학개설(역)』,『방언연구방법론』,『국어방언학』,『방언학』,『경북방언사전』,『언어자료의 처리와 방언지도』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