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아들 며느리 걱정에 샛바람,
{갈마바람} 가릴 것 없이 심사가 오뉴월 밭둑에 땅가시 얽히듯 뒤숭숭하였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여느 때라면 이미
{갈마바람으로} 늘 음습한 대기가 온 도시를 찐득하게 만들고, 하늘을 반 마장이나 내려앉게 했을 것이었다. 《채희윤: 안개의 상》
문순태의 《타오르는 강》과 채희윤의 《안개의 상》에 나타나는 ‘갈마바람’은 ‘늦마바람’과 같은 말이다. 두 바람은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1992)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갈마바람 [명] 뱃사람들의 말로, ‘남서풍’을 이르는 말.
늦마바람 [명] [북] ‘갈마바람’의 북한어.
《조선말대사전》
갈마바람 [명] 배사람들이 ‘서남풍’을 이르는 말.
늦마바람 [명] =갈마바람.
《조선말대사전》에서 ‘갈마바람’을 ‘서남풍’으로 풀이한 것은 ‘갈마바람’을 [갈(西)+마(南)+바람(風)]과 같이 분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 웹사전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갈마바람’의 뜻풀이를 ‘남서풍’에서 ‘서남풍’으로 수정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 웹사전
갈마바람 [명] 뱃사람들의 말로, ‘서남풍’을 이르는 말.
‘갈마바람’의 ‘갈마’는 [갈(西)+마(南)]와 같이 분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마파람]이 [마ㅎ(南)+바람(風)]과 같이 분석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갈마바람’은 ‘갈마파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단어 결합 방식이다. 따라서 ‘갈마바람’의 ‘갈마’는 또 다른 분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갈마바람’과 같은 말인 ‘늦마바람’의 ‘늦마’가 [늦-+마(장마)]와 같이 분석되는 것처럼 ‘갈마바람’의 ‘갈마’는 [갈(<가을(秋))+마(장마)]와 같이 분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대로라면 ‘갈마바람’의 ‘갈마’는 ‘서남’을 나타내는 ‘방위’가 아니라 ‘가을장마’로 해석될 수 있다. 《조선말대사전》에서 ‘갈마바람’과 ‘늦마바람’을 동의어로 풀이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에 따르면 ‘갈마바람’과 ‘늦마바람’은 다음과 같은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갈마바람: 가을장마가 질 때 부는 바람.
늦마바람: 늦장마가 질 때 부는 바람.
‘가을장마’나 ‘늦장마’는 드는 시기가 서로 비슷하며, 그 시기에 계절풍인 ‘서남풍’ 혹은 ‘남서풍’이 분다는 것을 고려하면, ‘갈마’를 ‘가을장마’로 분석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갈마바람’의 ‘갈마’를 ‘가을장마’로 분석할 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갈마’가 ‘가을장마’의 뜻으로 쓰인 예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마바람’과 ‘늦마바람’의 말맛을 살려 다음과 같이 뜻풀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갈마바람 [명]
① 가을장마가 질 때 부는 바람.
② 뱃사람들의 말로, ‘서남풍’을 이르는 말.
[갈+마+바람]
늦마바람 [명]
ⓛ 늦장마가 질 때 부는 바람.
② =갈마바람.
[늦-+마+바람]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겨레말큰사전》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