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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은 겨레얼 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누리판 2014.03

겨레말이 만난 사람

≪이치의학사전≫ 편찬가 이병태 박사

언어학자나 사전학자가 아니면서도 40여 년에 걸친 연구와 노력으로 2,100쪽이 넘는 방대한 사전을 편찬한 이가 있다. 치의학 용어 등 약 16만 개의 어휘를 담아 ≪이치의학사전≫을 펴낸 이병태 의학 박사. 광화문 이병태치과 집무실에서 만나 그의 사전 편찬 이야기를 들었다. 치의학과 의학 분야 용어는 물론이고 사회, 철학, 역사, 문학 분야에서까지 치의학과 관련된 어휘를 조사하여 실은 그의 사전이 치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후학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먼저, 박사님이 최근 편찬한 ≪이치의학사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치의학사전≫에는 치의학, 의학 용어 등 16만 여 어휘가 수록돼 있습니다. 기존 사전들에 비해 내용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하여 남의 한의학과 북의 고려의학, 약학 등 치의학과 인접한 분야의 용어,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과학 분야 용어 그리고 역사, 철학, 문학,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치의학과 관련된 용어를 관찰하고 골라내어 최대한 폭넓게 실었습니다.
   또한 이미 사라지거나 소멸된 학설, 제도, 기구, 약품, 치과, 기자재 용어와 때로는 그림, 사진도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치의학 분야에서 출판된 서적, 잡지, 논문, 보고서, 해설서 등 다양한 문헌에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쓰인 말들을 골라 실었습니다.

언어학자가 아니면서도 개인 차원에서 16만 어휘나 되는 사전을 편찬 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습니다. 특별히 사전을 편찬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전 편찬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포켓영한사전≫을 접했는데 “이런 것을 사람이 만들었나!”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경외감이 들었죠. 그때 언젠가는 내 손으로 꼭 사전을 편찬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 치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교수님들이 일본과 독일의 원서를 요약해 주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받아쓰기에만 바빴어요. 그때는 책방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과학사전이 안 보일 때였죠.
   1964년경부터는 미국에서 발간된 원서를 보기 시작했는데 치의학 용어에 막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요. 치의학 사전이 없는 게 원통했죠. 그래서 치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1976년에 미군들이 쓰는 치과 매뉴얼을 보강하여 각종 자료와 사진을 넣은 ≪치과보철기공학≫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을 펴낼 때도 치의학 용어를 찾아볼 만한 사전이 없어 간단한 치과 용어를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오랫동안 품은 사전 편찬의 꿈을 구체화 시켰습니다. 그래서 1982년에 1차로 416쪽의 ≪치과의학사전≫을 발간했죠. 하지만 1995년도에 좀 더 내실 있는 사전을 편찬하기로 결심하고 ≪치과의학사전≫을 스스로 절판 조치하고 시중에 있던 사전을 회수했습니다. 그 이후에 아들인 치과의사 이창규 박사를 공동 편저자로 참여시켜 약 20년 동안 편찬 작업을 한 끝에 지금의 치의학 용어와 치의학 인접 학문 용어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이치의학사전≫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치의학사전≫은 다른 치의학 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치의학 용어와 의학 용어, 치의학 장비, 치의학 인물 등을 망라한 새로운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치의학사전≫은 1982년에 낸 ≪치과의학사전≫의 증보판인데요. 초판인 ≪치과의학사전≫과 비교하여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1982년 ≪치과의학사전≫은 국내 처음으로 사전답게 기획 출판된 치의학 사전입니다. 그 당시 치과 용어가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로 혼합된 채 혼란을 빚고 있어 치과 용어를 정리한 사전이었죠.
   그 후로부터 32년이 흘러 증보판인 ≪이치의학사전≫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 사전은 1982년에 발간한 ≪치과의학사전≫을 단순히 보완만 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공동편저자 이창규 박사는 ≪치과의학사전≫의 규모가 한강대교라면 2014년 ≪이치의학사전≫은 인천대교로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사전 분량이 416쪽에서 2,164쪽으로 표제어가 대폭 늘어났고, 초판에는 하나도 없던 삽화가 254개, 사진 145개, 도표 174개 등 총 573개의 자료가 추가되었습니다. 또 초판 발행 후 30년 넘게 치과 장비와 도구, 치과 의학 등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용어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 어휘들도 이번 사전에 반영했습니다. 2013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와 공로까지 게재했죠.
   결과적으로 ≪이치의학사전≫은 다른 치의학 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치의학 용어와 의학 용어, 치의학 장비, 치의학 인물 등을 망라한 새로운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치의학사전≫은 2,164쪽으로 그 안에는 방대한 양의 치의학 관련 용어들이 실려 있는데요. 다른 치의학 용어 사전들과 비교할 때 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전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의학 용어 이외에도 이미 사라지거나 소멸된 학설, 제도, 기구, 약품, 치과 기자재의 단어도 포함시켰어요. 또한 다른 치의학 사전에는 없는 치의학과 관련된 역사, 철학, 문학, 사회, 인물 등의 용어들도 실려 있죠. 특히 인물들의 어휘가 많이 실려 있는데요. 과거의 유명한 치과의사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이름을 딴 기구도 올렸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인물도 표제어로 올렸는데 그는 화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해부학자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 박물학자로 알려진 드 쇼쉬르가 산악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찾아 이 사전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파격적인 면 구성을 시도했는데요. 예를 들면 용어 설명이 다음 줄로 넘어갈 때, 용어나 단어가 꺾이어 분절되지 않고 단어나 용어가 통째로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또 250여 개의 삽화도 직접 그려 사용자들이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하였습니다. 삽화는 처음에는 전문가한테 맡겼는데 그림은 예쁘게 잘 그렸는데 본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삽화도 그려 넣고 사진도 찍어 넣게 되었습니다.
   표제어는 ‘영어-우리말-한자’ 순서로 사전에 실어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 옥편을 따로 찾아보지 않고 이 사전에서 한 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이치의학사전≫의 특징입니다.

편저자가 직접 그린 ‘안면 골절 분류’ 그림  ▲ 광택 내는 소기구들 사진



이 사전은 제 삶의 결정체입니다. 용어 하나하나에 정확하고 명확한 의미를 담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다시 쓰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였습니다.


40년이란 기간 동안 ≪치의학사전≫ 편찬에 매진하셨는데요. 오랜 기간 동안 작업을 진행한 만큼 편찬하시면서 힘든 점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작업하시면서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요?

   이 사전은 제 삶의 결정체입니다. 용어 하나하나에 정확하고 명확한 의미를 담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다시 쓰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편찬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서점에 들르곤 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찾은 자료의 양이 어느덧 침실과 치과 집무실 등 방 3개를 꽉 채웠습니다.
   개인이 편찬을 하다 보니 편찬 작업하면서 생기는 의문점을 바로바로 해결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치의학 외의 어휘들을 광범위하게 수록하다보니 정신과와 같은 다른 분야의 용어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의학적 증상과 소견이 다양하여 이해하기도 어렵고 자문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북에서 사용하는 치과 용어도 수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남과 북의 치과 체계와 용어는 어떻게 다른 지, 또 다른 용어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면서 치과 의료 체계마저 남측의 치의학(Dentistry)과 북측의 구강의학(Stomatology)으로 달라졌는데요. 치과 대학 등 치의학 교육제도와 치과 의료제도 역시 다르며 용어까지 이질적이거나 생소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북한 주민들을 진료할 때 우리와는 너무나 차이가 있고, 치과 용어마저 다르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치과 용어 차이 이해를 위해 2006년 9월에는 ≪북한구강의학용어집≫을 펴냈습니다. ≪이치의학사전≫에도 북한 어휘들을 수록했는데 이때는 2003년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직접 구입한 ≪영조의학대사전≫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북에서 사용하는 치의학 용어를 몇 가지만 소개하면 ‘충치’를 ‘이삭기’라고 하고, ‘잇몸 염증’을 ‘이몸병’이라고 합니다.

남북치의학교류협회는 2005년부터 방북하여 북한 주민들의 치과 치료에 힘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초기부터 공동대표를 맡아 협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남북치의학교류협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북치의학교류협회는 치의학 교류와 북한 주민 진료를 위해 66명의 치과의사가 참여하여 200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실제 북한 주민 치과 진료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북 강원도 고성에 ‘온정인민병원’이 있는데 그 당시 병원에는 구강과는 있었지만 치과 시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5년 9월에 치과 진료에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고 ‘금강산온정인민병원 치과 진료소’를 개설하여 협회 회원들이 직접 북한 주민의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2005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격주로 매번 4명의 치과의사들이 방북하는 방식으로 총 58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 1,240명을 치료하였습니다.
   2008년 8월에는 금강산온정인민병원 치과 진료소에 제1, 제2 치과 기공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11월에는 금강산 지역이 아닌 평양 중앙적십자병원 치과에도 시설을 지원 했고, 2009년 2월에는 금강산병원에 치과 진료소를 열어 현대 아산 직원들을 진료하였습니다.
   남북치의학교류협회에서는 북한의 구강의학과 구강보건위생 및 예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왔습니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북의 진료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기회가 오면 의료 지원과 인도주의적 지원, 치의학 교육 등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치의학 사전 편찬과 관련하여 내용 보완 등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발간된 ≪이치의학사전≫은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수록된 어휘들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 가나다 순서대로 찾아 볼 수 있는 새로운 한글 인덱스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새롭게 생기는 용어도 계속 보완해갈 예정입니다.

끝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생 국어를 배우고 써오면서 그리고 사전을 편찬하면서 느낀 것은 맞춤법이 자주 바뀌지 말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훈민정음에 가까운 쪽으로 맞춤법이 확고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사이시옷’을 예로 들면, 남과 북 표기가 다르지 않게 쓰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사이시옷’을 없앴으면 합니다.
   또 현재 남과 북의 자모 순서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겨레말큰사전≫에서 이런 것이 결정되면 미리미리 사람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치의학사전≫의 인덱스도 ≪겨레말큰사전≫과 그 자모 순서에 따라 정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남북 간에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