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주영훈 / 겨레말큰사전 연구원
두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치인의 발언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저, 저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채신머리고} 뭐고 없구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저 양반 {치신머리도} 참. 저기서 저런 행동하는 게 무슨 득이 된다고….”
위 대화에서는 ‘채신머리’와 ‘치신머리’ 라는 다른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이들 중 맞는 말을 사용한 사람이 누구일까? 앞서 답을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옳은 표현을 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채신머리’는 <‘처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치신머리’는 <‘치신01’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두 단어는 ‘채신/치신’에 ‘-머리’라는 접사가 붙어 이루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빌리자면 ‘-머리’는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사이고 ‘채신/치신’은 모두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살펴보자.
채신「명사」‘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
치신01「명사」=채신.
‘채신’과 ‘치신’을 동의어로 풀이하면서 ‘채신머리’와 ‘치신머리’는 각각 다르게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채신’과 ‘치신’이 들어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다른 단어들을 살펴보자.
먼저 ‘채신없다/치신없다’와 ‘채신사납다/치신사납다’의 풀이를 보면 아래와 같이 동의어로 풀이하고 있다.
채신-없다「형용사」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
치신-없다「형용사」=채신없다.
채신-사납다「형용사」몸가짐을 잘못하여 꼴이 몹시 언짢다.
치신-사납다「형용사」=채신사납다.
그렇다면 접사 ‘-머리’가 붙은 ‘채신머리없다/치신머리없다’와 ‘채신머리사납다/치신머리사납다’의 풀이를 보자.
채신머리-없다「형용사」‘채신없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치신머리-없다「형용사」‘치신없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채신머리-사납다「형용사」‘채신사납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치신머리-사납다「형용사」‘치신사납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뜻풀이를 파고 들어가면 위 단어 쌍들은 동의어이지만 각각 풀이는 따로 하고 있다. 이는 단어마다 가진 말맛의 차이를 보이기 위해 각각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신머리’의 뜻풀이는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신’에 ‘-머리’가 붙은 단어인데 <‘처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뜻풀이는 오류로 보인다. ‘채신머리’는 아래와 같이 풀이를 수정해야할 것이다.1)
채신머리 [명] <채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
치신머리 [명] <치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면 어린 아이들이 볼 때 채신머리없어 보이겠다 싶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채신머리든 치신머리든 뭐라도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 아래 풀이는 글쓴이의 견해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의견이 아님을 밝혀 둔다.